사서일기_20250929_입사 354일차
가끔 "사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 경력이 단절된 주부나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들 중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을 즐겨찾는 사람들이 주로 물어본다.
일단 사서가 되려면 사서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사서 자격증은 준사서, 2급 정사서, 1급 정사서로 나뉜다. 준사서는 문헌정보학 관련 전문학사에게 주어지고 2급 정사서는 문헌정보학 관련 학사에게 주어진다. 1급 정사서는 문헌정보학 관련 박사 학위를 취득하거나 2급 정사서 취득 후 9년 이상 실무 경력을 쌓은 후 교육원에서 1급 정사서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고 하는데 1급 정사서 과정을 개설하는 교육원은 거의 없다고 한다(내가 교육원에 다닐 때도 1급 정사서반은 개설되지 않았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대학에서 문헌정보학과나 도서관 관련학을 전공하는 것이다. 전문학사를 취득할 경우 준사서, 학사학위를 취득할 경우에는 정사서 자격증이 주어진다.
비전공자의 경우에는 사서교육원이나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취득하는 방법이 있다. 별도의 시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균관대학교 부설 사서교육원의 경우 1년, 다른 교육원의 경우 1년에서 1년 6개월, 학점은행제의 경우 필요 학점을 이수해 문헌정보학과 학위를 받으면 된다.
나는 사서라는 직업을 권유해준 지인이 성균과대학교 부설 사서교육원을 나와서 별 생각 없이 이곳을 선택했는데 성대 교육원은 기간이 짧은 대신 학비가 조금 비싸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등교를 해야 하기도 하고.
성균관대학교 부설 사서교육원에는 준사서반과 정사서반이 있다. 준사서반은 비전공자가 지원할 수 있고 정사서반은 석사 학위 이상만 가능하다. 내가 지원했던 해에는 교육원이 없어진다는 소문이 크게 돌아 경쟁률이 전례 없이 셌다.
인터넷을 살펴보면 학점은행제로 7개월 만에 취득할 수 있다고도 하고, 대학의 평생학습관에 관련 학과를 개설해놓은 곳도 있다. 나는 안전하고 확실한 것을 좋아하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비교해보는 것을 귀찮아하는 성향이라 덜컥 성대 사서교육원을 지원해서 다녔지만 '사서가 되고 싶은 비전공자들의 모임(사비모)'라는 것도 있으니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공도서관 채용 공고에는 자격 요건이 거의 준사서 이상이니 반드시 정사서를 취득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어도 될 것 같다. 준사서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전공자) 경력 3년을 채우면 정사서 자격증이 발급된다고 한다.
그러나, 자격증 취득과 취업은 또 별개의 일이다. 솔직히 말해 청년 나이가 넘어가면(만 34세) 정규직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물론 특별 케이스도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건 일반적인 경우다. 그리고 생 초짜를 정규직으로 덥석 뽑아주진 않는다. 공공도서관 정규직을 지원하는 사람들도 짧게는 2-3년 계약직으로 경력을 쌓은 경우가 많다.
솔직히 나는 학교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쑥쑥 크는 아이들의 신체에 맞게 정신적인 부분, 지식적인 부분도 함께 자라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요즘 학교 도서관은 사서 교사가 대세이고, 자리도 잘 나지 않아서 포기했다. 자리도 없는데 무작정 임용고시를 준비하기엔 머리도 체력도, 시간도 재력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육아 휴직 대체직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긴 했지만 면접을 보러 가면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채용되지 못했고, 대부분 육아 휴직 대체다 보니 기간이 3개월에서 길어야 6개월로 고용이 불안정했다. 그나마 공공도서관이 개관연장 사업으로 채용이 많은 편이었다. 운 좋게 초등학교에서 1개월 대체 근무를 했는데 학급 수가 굉장히 많은 학교여서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쉽게도 그 뒤로는 인연이 이어지지 않았다.
솔직히 공공도서관은 사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임금은 박하다(학교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사서직은 다 그렇다.). 공공도서관은 공공기관의 성격을 띠고 급여는 공무원 호봉으로 따진다는데 신분과 복지는 공무원 급으로 해주지 않는다. 물론 이것도 정규직에만 해당된다.
개관연장 사서직은 검색창에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계산하면 나오는 딱 그 액수를 받는다. 물론 경력 단절이 됐다가 다시 사회 진출을 꾀하는 사람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 등등은 일자리가 있다는 게 어디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온갖 민원에 시달리다 보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든가 '내가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같은 존재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될 때도 있다.
누군가 그랬다.
"와우, 딱 자리만 채워주면 되는 액수구나!"
딱 그렇다.
하지만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어디 그런가?
데스크에 앉아서 대출 반납만 하면 족할 월급을 받지만, 개관연장직의 경우 근무시간이 13:00~22:00로 밤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고, 22시는 야간 근무에 포함이 되지 않으며, 공공도서관이라 주말에도 근무해야 한다(주말 근무 수당 따위는 없다.).
또한 일이란게 늘, 항상, 언제나 그렇듯이 늘면 늘었지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사서의 역량 강화라든지, 다 같은 사서니까 라든지, 다 경력이 된다 라든지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고, 일은 많은데 정규직은 부족해서라든가, 정규직이 하기 싫거나 정규직이 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자잘한 일이라든가(도서관은 정말 노동집약형+손이 가는 자잘한 일이 많다.)를 비정규직 사서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많다. 물론 수당 따위는 없다.
그래서 구 마다, 운영 주체 마다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 최저 임금보다 더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최저 임금에 온갖 일을 다 시키는 곳보다 조금이나마 더 주면서(조금이라고는 하지만 연봉으로 하면 4-500만원 차이가 나기도 한다. 적게 느껴지는가? 나는 무척 크게 느껴진다!) 일을 시키는 곳이 그나마 양심적이랄까?
계약 기간도 꼼수를 부리는 기관이 많다. 비정규직의 최대 계약 기간이 2년이라고 알고 있는데, 12개월 이상 고용하면 퇴직금을 줘야 해서 11개월로 하는 경우도 있고 짧은 경우 8개월 계약도 있다. 연장은 없다. 계약이 종료됐으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8개월 동안 악성 민원인을 파이팅 넘치게 상대하고 실업급여를 타며 지친 심신을 안정시키라는 건가 싶기도 했다. 실제로 나는 실업급여가 많은 도움이 되긴 했다. 짧은 기간 동안 워낙 강한 민원인들은 많이 상대해서인지 정신적 심리적 충격은 꽤 오래 갔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사서직도 이직율이 높다. 젊은 사서 선생님들 중에는 "정규직도 최저 임금 수준인데 책임은 엄청나게 많으니 차라리 할 수 있을 때까지(최소 서른 전까지는) 비정규직을 할래요" 하는 사람도 있다.
정규직 중에서도 나아지지 않는 처우나 수직적이고 경직된 노사 관계, 상하 관계, 이용자의 인식, 사서직에 대한 비전 부족 등 때문에 그만두고 아예 다른 일을 찾아 떠나는 경우도 있다(다른 업계도 그렇겠지만). 나의 첫 도서관 퇴직 동기 네 명 중 나만 빼고 세 명은 다 다른 직종으로 이직해버렸다. 속된 말로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 일을 하면서 든 생각인데, 전공을 하지 않아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직종은(예를 들어 사회복지사나 사서, 심리 상담가 등등) 최저 임금인 경우가 많다. 이런 직종들은 경력 단절 여성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과 돈과 노력을 적지 않게 들여 자격증을 따도 최저 임금에 또 무한 경쟁이라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좋아하는 마음으로만 버티기엔 좀 힘겹지 않을까?
그런데 또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오래 남아 도서관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