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상?

사서일기_20251104_입사 390일차

by 천유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성악설을 믿는 편이다.

나 자신도 그렇고 다른 인간을 살펴봐도 그렇고 인간은 본디 이기적이고 악하여 생후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한 표를 던지는 입장이다.


이렇게 말하면 성선설론자들은 위기의 순간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의 예를 든다. 그러면 성악설론자들은 그건 예외라고 반박을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고분고분하지도, 착하지도 않고, 욱하는 성격이라 부단한 교육과 자기 세뇌(타인에게 친절해야 한다. "이 멍청아, 그게 아니잖아!"라고 말하고 싶을 땐 입을 다문다. 등등)로 나의 착하지 않음을 꼭꼭 감추고 살았다. 물론 그게 잘 안 될 때가 더 많았다. 그러면 '나는 도대체 왜 이 모양일까?' 하며 땅굴을 깊이깊이 파고 들어가기도 했다.


사설이 길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때론 나도 진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생각이, 욱하는 감정이, 짜증이 뇌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그냥 훅 튀어나올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큰일이다!

나는 고상하고 우아한 사람이고 싶은데, 현실은 이상하고 괴팍한 사람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


첫 번째 도서관에 다닐 때 대리님이 해준 이야기가 있다.

오랫동안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특히 온갖 진상을 다 겪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도 다른 곳에서 짜증을 내고 있더란다. 그분은 성격이 까다롭기로 유명했고, 까다로운 성격에 걸맞게 행동도 굉장히 깔끔한 사람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일은 남도 안 시키고, 민폐가 될 일은 절대 안 하는 유형이었는데 그런 말을 하는 게 놀라웠다.


그런데 요즘 내가 그러고 있다. 이해심이나 융통성은 사라지고, 참을성은 바닥이 나고, 남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쉽게 욱하고 화를 낸다. 싫어하는 짓을 내가 다 하고 있다. 이러다 (진상) 이용자와 맞짱을 뜨고, 욕 한 번 시원하게 내뱉고 도서관을 박차고 나올 것 같아 아슬아슬하다. 지금 도서관에서는 뒷목을 잡을 만큼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이용자가 없어서 다행이랄까?


점점 짧아지는 인내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정신줄을 부여잡으며, 오늘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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