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일기_20251103_입사 389일차
도서관에서 책을 구입하는 작업을 수서라고 한다.
자관에 어떤 도서를 비치할 것인가는 도서관의 성격과 정체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공공도서관은 전문 도서관이나 독립서점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개성이 뚜렷한 수서를 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보통 정치색이 너무 짙거나 역사를 왜곡했다거나 혐오와 편향성이 두드러진 경우가 아니면 골고루 수서 한다.
그런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유명 베이커리인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노동자 사망 사건이 있었다.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이슈가 생성되는 등 뉴스와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몇 년 전, 친구와 북촌을 거닐다 유독 사람이 많은 가게를 발견했다.
여긴 뭔데 이렇게 사람이 많지? 싶어 검색을 해봤더니 유명한 베이글 가게란다.
베이글 좋아하는데 한번 먹어볼까 싶어서 길고 긴 웨이팅 대열에 합류했다.
2-30분이면 충분하겠지 싶었는데 거의 1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나중엔 어디 얼마나 맛있나 보자! 하는 오기로 기다린 듯싶다.) 매장에 입성했다.
인파로 난리난 밖과는 달리 매장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모든 메뉴가 영어였다는 것은 인상적이지 않아서였는지 기억에 안 남았고, 처음 딱 든 생각은 '이렇게 오래 기다릴 게 아닌데?'였다.
포장과 매장 이용 손님을 구분해 줄을 세우면 금방 쭉쭉 빠질 것 같은데 '일부러' 줄을 세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솔직히 불쾌했다.
베이글 맛은, 음, 내 입맛엔 '미칠 듯이, 너무너무 맛있다'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같이 간 친구의 감상도 파 송송 들어간 크림치즈 베이글은 괜찮네 정도인데 두 번 먹고 싶진 않을 것 같다였다.
그렇게 도장 찍기 정도의 에피소드였다.
그 뒤로도 가끔 그 앞을 지나다 여전히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여긴 아직도 사람이 많네 하는 정도였다.
어느 날,
신간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이 도서관에 들어왔다.
인기가 꽤 많은지 예약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저자는 누구지?
아, 그 유명한 런던베이글뮤지엄 사장이구나, 이 사람이 책도 냈네, 했다.
그런데 또 어느 날,
런베뮤에서 노동자가 과로사를 했고, 사측은 산재로 인정을 안 하겠다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유족 측을 강하게 매도하고 있다는 등의 뉴스가 떴다.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났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에 섣불리 말을 보태고 소비하는 것은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을 애도하며 사건의 진행과 결과를 꼼꼼하게 지켜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다른 고민이 생겼다.
도서관에 비치된 이 책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알라딘과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 보니 품절 처리되어 있었다.
독립서점들도 판매 중지 선언을 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도서관은 이렇게 문제가 있는 저자의 도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도서관 입사 초기에 과거 표절 사건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던 신경숙 작가의 책이 아직 서가에 있는 것을 보고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자이니 서가에서 빼고 대출 불가 처리를 해야 할까?
아니면 그래도 찾는 독자를 위해 계속 비치를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진다.
(내가 담당자가 아니고, 담당자라고 해도 조직의 입장과 나 개인의 입장은 또 다른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