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일기_20251119_입사 405일차
장서 점검을 했다.
장서 점검이란 '도서관이 소장한 실제 자료와 시스템에 등록된 자료를 대조 후 분실, 파손, 훼손 및 이용 가치가 상실된 도서를 선별하여 폐기하고, 자료를 순서대로 배열하여 도서관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작업'이다.
내가 근무하는 도서관은 일 년에 한 번씩 한다.
도서관 휴관일까지 합쳐서 장장 나흘 동안(이것도 부족하다) 본격적인 육체노동을 하는 것이다.
이게 굉장히 손이 많이 가고 그야말로 노동 집약형 작업이라 각오를 단단히 해야 했다.
정리를 위해서는 일단 있는 것을 덜어내야 하듯 오래된 책, 대출이 저조한 책을 서고에서부터 정리해야 했다. 서가에 있는 오래되거나 낡거나 대출이 저조하거나 훼손이 심한 책을 서고에 넣으려면 서고에도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장서 점검 전부터 담당자들이 서고를 비우는 작업을 했다. (담당 선생님은 일주일 전부터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왔고, 장서 점검이 끝나자 장렬히 전사했다.)
두둥!
드디어 장서 점검의 날이 밝았다.
팀장의 진두지휘 아래 조를 나누고 실 담당자의 지시에 맞춰 소장 도서의 바코드를 찍었다. 물론 한 줄을 촤라락 읽는 기계도 있으나 그런 기계를 보유한 도서관은 많지 않으니, 우린 바코드 리더기로 소장 도서를 일일이 찍어야 했다!
바코드 찍는 작업이 끝나자 소장 자료와 시스템에 등록된 자료를 비교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 작업이 무사히 끝나면 누락된 '숨어버린 자료를 찾아라!' 시간이다! 물론 직원 전체가 다 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만 붙고 나머지는 서고로 들어갈 도서를 빼는 작업을 했다.
와우!
서가에 차곡차곡 꽂혀 있던 책을 빼내니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서고에 있던 도서도 엄청나게 뺐다고 해도 저 많은 책이 다 들어갈까? 싶었다.
서고에 들어가는 책도 그냥 넣지 않는다. '서고'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스티커 떨어지지 말라고 라벨 스티커까지 붙여줘야 한다. 그리고 순서대로 배열. 스티커를 붙이는 본격 단순 노동 시간이 시작됐다. 사실 나는 이런 작업을 무척 좋아한다. (도서관 책에 청구기호와 바코드, 보안 텍을 붙여서 납품해 주는 업체가 있는데 업체에서 배송 올 때마다 진심으로 자리 없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신나게 스티커를 붙이고 등록 번호순으로 배열을 해놓으면 서고 담당들이 서고에 책을 배가했다. 그 사이 다른 직원들은 서가를 정리했다. 책을 그렇게나 많이 뽑아냈는데 왜 서가는 여전히 꽉 차있는 걸까?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열심히 책을 나르고 정리했다.
직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것을 좋아하는 관장님은 청소 담당 직원들과 무려 나흘 내내 점심을 아주 거하게 준비해 주셨다. 노고에 박수를!
그런데!
장서 점검 기간에는 자료실을 운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습열람실은 정상 운영했다. 이게 무슨!!
그리고!
점심을 먹느라 자료실 불을 다 끄고 문 앞에 '장서 점검 중 휴관'이라는(사실 한 달 전부터 온갖 곳에 붙이고 전시하고 공지하고 다했다.) 표지판도 크게 붙이고, 앞에 펜스도 쳐놓고(물론 그 앞에도 게시문을 붙여놓았다.) 갔는데...
보안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자료실을 문을 강제로 열어 신고가 들어갔단다. 하하하. 이게 무슨 일이야!
어떤 이용자가 펜스를 넘어서 안 열리는 문을 강제로 열려고 안간힘을 쓰며 들어가려고 한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역시 불 다 끄고 펜스 쳐놓고 문 닫고 식사를 다녀왔더니 어떤 이용자가 불 꺼진 자료실에서 인쇄 PC를 쓰고 있더란다... 어찌나 깜짝 놀랐는지 소리를 질렀다면서... 그 뒤로 식사를 갈 때도 경비를 건다고 했다.
휴관일도 나오는 통에 나는 7일 내내 근무를 했다. 날마다 타이레놀을 삼키고 자고 낮에는 생전 안 먹던 비타천을 마시며 버텼다. 서고 지옥에 갇힌 남자 선생님은 에너지 음료를 달고 살더니 장서 점검 후 앓아누웠고 다른 선생님들도 정도의 차이가 조금씩 있었지만 다 뻗어버렸다.
하지만 정돈된 서가를 보니 무척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물론 "이게 며칠이나 가려나, 일주일도 안 갈 거라고 본다."라고 입을 모았지만, 잠깐이면 어떠랴 지금은 깔끔한걸~
아무튼, 도서관의 연례행사가 (수많은 직원이 장렬하게 쓰러진 가운데) 또 한 번 무사히 끝났다.
#장서점검
#보안신고
#연례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