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일기_20251124_입사 410일차
바야흐로 시험 시즌이다.
청년이 늘면 '아, 대학 시험기간인갑다.' 하고 시끌벅적 청소년이 늘면 '아, 중고등 시험기간인갑다.' 한다.
'도서관 = 독서실'이라는 뿌리 깊은 인식을 타파하려고 도서관이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와 지역 연계 사업을 하면서 안간힘을 썼어도 이용자들에게 도서관이란 여전히 공짜 '독서실'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주말이 되면 자녀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 부모가 많다. 참 흐뭇한 모습이다. 가끔 중학생 자녀의 회원카드를 만들러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방문하는 이용자가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도서관의 경우, 14세 이상일 경우에는 '휴대전화가 본인 명의'일 경우 (휴대전화 본인 명의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학생증만 지참하면 회원카드가 발급된다.
그런데!
14세 미만이면 조금 복잡해진다.
일단 법적보호자가 본인 인증하고 아이의 본인 인증이 들어가야 한다.
아이의 휴대전화가 본인 명의(아이 명의)가 아닐 경우 아이핀이라는 주민등록번호 대체 인증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 아이핀을 받으려고 해도 법적보호자의 인증이 필요하다. (자칫 '인증하세요~'의 무한 굴레에 빠질 수 있다.) 이 법적보호자라는 것도 꼭 같은 주민등록등본 상에 있어야 해서 등본 상에 같이 없을 경우 부모가 인증을 해줄 수 없다. 조손 가정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도서관에서의 일이었다.
어떤 분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본인 인증이 안 되면 회원 가입을 아예 못하는 거예요? 그럼 고아이거나 인증 절차를 해줄 수 있는 성인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요?"
아...
시스템의 한계이자 구멍이다.
지금 근무하는 도서관에서는 담당자가 시스템에 직접 입력해 등록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직접 입력이 절대 용납되지 않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쩌면 그런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더 유용할 텐데, 더 많이 활용하도록 해야 할 텐데, 공공기관이 사각지대를 만들어버리다니, 고민이 많아졌었다. (고민만 했다. 담당자에게 말했지만, 그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노인 이용자는 자녀가 휴대전화를 마련해 줘서 본인 명의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러면 정말 방법이 없다.
"내가 나인 걸 왜 증명해야 하냐"는 강력한 항의에 "그럼 우리는 당신의 뭘 믿고 공공자산을 빌려주어야 하나요?"라는 물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다른 동네에선 수기로 작성해서 제출하면 다 입력해서 해주던데 여긴 왜 안 돼!"라는 비교 권법이 들어오면 "그럼 그 동네로 가시던가요!"라는 말로 응수하고 싶었지만 역시 꿀꺽 삼켰다. 수기 작성 역시 보관 및 관리 등등의 문제로 어렵다고 했다. (그 도서관은 정해진 것 외에 정말 다 안 됐다! 이게 일 처리하기에는 깔끔할 수 있겠으나 현장 직원들은 온갖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이용자의 불편함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예전에는 주민센터에서도 아이핀을 발급해 주었는데, 지금은 인터넷으로 발급이 불가능할 경우 관련 서류를 지참하고 아이핀 발급 회사까지 가야 한다.
아, 정말,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것이 왜 이리 어렵단 말인가...
그리고 왜 내가 나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단 말인가...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