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일기_20251211_입사 427일차
바야흐로 정리와 결산의 달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건 개인이나 회사나 다 마찬가지다.
수많은 정리와 마무리 업무 가운데 하나가 분실물 처리다.
도서관마다 다르겠지만 이곳에서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이용자가 깜박 잊고 놓고 가서 6개월 동안 안 찾아간 분실물을 처리한다.
분실물 중에 제일 많은 건 뭐니 뭐니 해도 책갈피다. 부피도, 존재감도 작아서일까? 책에 끼워둔 채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찾아가는 경우도 드물다.
그다음은 볼펜 같은 필기류, 그리고 텀블러와 컵, 우산과 칫솔 등 작은 물건들이다.
그중 난처한 분실이 텀블러다. '아, 저 텀블러에 든 음료는 버려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하는 주범이다. 텀블러는 주로 정수기 위에서 발견된다. 정수기 위에 놓고 화장실에 갔다가 깜박 잊는 것인지 크고 작은 텀블러가 자주 발견된다. 그리하여 텀블러들이 사무실 한편에서 산을 이루고...
문제는 휴대전화나 배터리다. 그것도 대용량 배터리...
이곳에는 이용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곳곳에 충전기가 마련돼 있다. 충전함도 있고.
대용량 배터리나 전자담배를 충전할 경우, 아니면 충전함 한 칸에 기기 여러 대를 충전할 경우 폭발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각종 경고문을 눈에 잘 보이게 붙여놔도, 꼭 어기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충전함 한 대가 과열되어 충전함도 타고 이용자의 무선 이어폰도 녹아내린 적이 있다. 화재로 번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랄까...
휴대전화는 잠깐만 없어도 불편할 텐데, 6개월이나 지나도 안 찾아가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세컨드 폰이라서 잊어버려도 괜찮은 건가? 아니면 여기에 놓고 갔다는 자체를 잊은 건가? 모를 일이다.
어린이자료실에는 아기의 애착 손수건에서 신발 한 짝, 목도리, 장갑 등 아기 용품이 주를 이룬다. 아이들 학용품이나 프로그램 시간에 만든 각종 그림과 작품들도 있어서 때론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래도 어린이자료실 분실물은 잘 찾아가는 편이다.
주인을 잃어버린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 물건의 주인들은 저게 여기 있다는 것을 잊었나? 찾으려고 노력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담당자가 아니라서 이런 감상적인 생각을 하는 걸 거다.)
잘 사용했던 물건이었을 텐데 어쩌다 주인을 잃어버려서... 아니 주인이 어쩌다 저들을 잃어버려서 폐기의 운명을 맞는 것일까 싶기도 하고... 연말 분위기에 젖어 물건에도 쓸쓸한 감정을 이입해본다.
새해에는 분실물이 조금 줄어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