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일기_20251208_입사 424일차
펑펑 첫눈이 나도 몰래(?) 내리더니 내내 날씨가 꾸물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은 만원이다.
대단하신 이용자님들.
폭우가 퍼부어도 폭설이 쏟아져도 어째 도서관은 만석에 가깝다.
요즘 도서관의 새로운 현상, 뭐 꼭 새로운 건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중년 이상 이용자가 하나둘 늘기 시작하더니 눈에 띄는 좌석엔 중년 이상 이용자가 다닥다닥 앉아있고 벽 쪽과 창가 쪽 눈에 잘 띄지 않는 쪽엔 젊은이들이 숨어있는 현상이 포착되었다.
(아, 새로 생긴 도서관은 텅텅 비었던데... 밝고 환하고 시설도 훨씬 좋던데...)
이건 조금 새로운 현상.
어린이실에 아이와 같이 오는 아빠가 늘었다.
예전에도 있긴 했지만, 대개 정말 피곤해 죽겠는데 부인에게 떠밀려 온 것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아이보다 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도서관에 오는 아빠가 많아졌다.
종합자료실에 왔다가 어린이자료실에 들러서 돌이 갓 지난 아기도 이용 가능하냐고 묻는 아빠도 있고.
부인에게 떠밀려서 왔든 스스로 왔든 여간 흐뭇한 일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방문하고 재미있는 책을 고르고 읽거나 보고 대출도 해보는 일련의 과정은 아이의 독서 습관 형성에도 좋지만 아빠와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훌륭한 경험일 것이다.
다만, 가끔 아이는 방치(?)한 채 휴대전화 삼매경이거나 유아실에서 드러누워 드르렁 코까지 골며 자는 분이 있는데 그건 좀 조심해야 할 듯하다.
정말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면 혼자서 책을 보기란 쉽지 않다. 즉 보호자의 지도 편달이 있어야 한단 말이다. 그렇다고 부모만 막 앞서가서 강요하는 것도 아이는 부담스러워할 수 있고. 아, 써놓고 보니 그럼 어쩌란 말이냐 네...
음,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까지 왔다는 것만 해도 훌륭하다.
그런데 이왕 온 거 휴대전화는 잠시 넣어두고 아이들 공간에서 벌렁 드러눕지 말고 눈으로라도 아이를 살펴보면 안 될까? 아이에게 소곤소곤 나직하게 책을 읽어주어도 좋고(가끔 너무 열정적으로 도서관이 떠내려가게 쩌렁쩌렁 구연동화를 하는 분이 있는데, 음, 이것도 조금 곤란하다...), 조금 큰 아이라면 따로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귀하디 귀한 주말, 그보다 더 귀한 내 아이와 도서관 나들이를 할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