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만족도 조사

사서일기_20251222_입사 438일차

by 천유

연말이 되면 연례행사가 있다.

'이용자 만족도 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도서관별 만족도 조사, 구청이 진행하는 만족도 조사, 시에서 하는 만족도 조사 등... 실로 많기도 하다.

솔직히 이런 만족도 조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이런 조사를 하는 이유는 한 해 동안 각 시설이 노력한 것들을 평가하고 잘한 것은 더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시키고, 미흡하다고 지적받은 것은 개선해 나가려는 취지일 것이다. 이용자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더 나은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노력의 일환일 테고.

이용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커피 쿠폰 등 경품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올해는 아쉽게도 경품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자관 만족도 조사에는 반응이 영 시큰둥하더니, 구청 조사에는 이용자들이 제법 설문을 했다. (너무해)


도서관은 대체로 이용자의 민원이나 건의에 즉각 반응한다. (솔직히 이렇게 다 들어주는 기관 처음 봤다. 때론 이렇게 한 사람의 지적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도, 다 들어줘서 점점 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해당 기관이 이 설문조사를 통해 알고 싶은 내용이 뭔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번 구청 만족도 조사에서 눈에 띄는(솔직히 거슬리는) 문장이 있었다. '시설 관리가 잘 되어 있어 귀하의 학습 및 독서를 하기에 쾌적합니까?'라는 문항이었다. 시설 관리에 관한 질문이겠으나 내가 꽂힌 부분은 귀하의 '학습 및 독서' 부분이었다. 구청은 도서관을 여전히 '학습과 독서'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단면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도서관이라는 곳을 직장으로 다니면서 내내 생각한 부분이 있다. '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인가'와 '사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 사회는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데 도서관은 여전히 '학습과 독서'를 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도서관 자체는 기존의 역할에 사회 각 구성원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기관으로, 복지의 한 부분으로 존속하거나 늘어날 것 같다. 그러면 사서는? 전문가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는 사서의 역할이야 말로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공공도서관 사서뿐만이 아닌 것 같다. 일선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서들도 고유성을 침해받는 경험을 많이 한다고 한다. 학교가 준다고 일이 주는 것은 아니니 이런저런 이유로 사서직이 수행하는 업무가 아닌 행정적인 일들이 넘어오고 있다고 하니, 사서의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면 또 모호해지기 때문에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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