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쉐프가 되고 싶은 고3 아이엄마의 고군분투 여정

2020년 1월 엄마 나는 요리를 할래요

by 달님

고3을 두달 앞둔 겨울 어느 날

아이는 요리가 하고 싶다며 원인 모를 갈증이 가득한 반항어린 얼굴로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잠깐 나는 쿨하지 못한 내가 싫어졌다

침묵

고민

생각

그래 그렇게 하자 라고 바로 말하지 못하는 엄마의 고민을 아이는 알까?


어릴 때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한번도 꿈이 바뀐 적 없이 중3까지 지내왔다.

수학을 제법 잘한다고 주변에서 하셔서 다른 과목 성적과는 무관하게 막연하게 이과를 선택하고

관련 대학을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요리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건 알았지만

요리가 진로로 확정될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와 나는 서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던 2020년 1월

아이를 데리고 독일과 파리 출장을 다녀왔었다

나는 수학을 잘하는 우리 아이가 막연하게 과학자가 되는게 아니라면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 있는 인테리어나 건축으로 눈을 떴으면 했던 거 같다

독일에서 아침엔 전시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엔 아이가 가보면 좋을 곳들을 찾아다녔는데

하루는 뒤셀도르프 프랭크 게리 건축물을 보여주고 싶어서 부지런히 기차를 타고 그곳으로 갔었다.

그 멋진 건축물 앞에서 아이는 그 건물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을 가자고 했다

나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비싼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

아이를 설득해서 주변에 다른 평이 좋은 레스토랑으로 갔었다


프랭크게리 건물앞에서 아이는 레스토랑을 검색하느라 바빴다


어쩌면 이것은 복선이었을까?

아이는 요리에 점점 스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유롭게 집에서 해먹고 싶은 것을 하도록 했던 것들도 아이에겐 흥미로운 매일의 공부였을 것이다.


어쩌면 그날 아이가 요리를 하고 싶다고 했던 이야긴

본인도 모르게 스며든 요리에 대한 갈증, 그리고 그걸 부모인 우리가 허락안해줄 것처럼 느껴졌던 고3을 앞둔 아이의 불안함이겠지 싶다

그래 그러나 해보자

내 안의 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나는 제안을 했다

좀 뒤늦게 요리를 이왕 하기로 한거 프랑스로 가보자

프랑스에 유명한 요리학교에 가서 네가 하고싶은 요리 배워보자

그러나 나에겐 정보가 없다

프랑스는 일때문에 두번 다녀온 것이 다였고, 그 곳에 그것도 아이를 학교를 진학시킨다는 것이 가능할까?

걱정은 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주변에 여기저기 물어보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프랑스 유학파 쉐프님들을 만나보게 해주겠다는 감사한 제안인데

너무 정보가 많은 것도 어떨 때는 나아가기 힘든 변수가 되곤 한다

그래서 귀를 닫고, 나의 방식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을 해보기로 했다

우선 아이를 10살부터 영어를 가르쳐준 캐나다 퀘벡 출신 채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한국에서 영어수업만 하시는데 나는 불어를 하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토요일마다 선생님이 아이의 불어 수업을 해주시기로 했는데, 나도 아이도 편안한 분에게 불어를 시작해야 덜 두려울 거 같았던 거 같다

그리고 프랑스 현지에 인연이 있던 분에게 학교를 물으니 두 곳을 추천해주셨는데

프랑스어가 어느정도 가능해야만 학교 원서를 낼 수 있었고 프랑스 어학 시험표 b2합격증도 필요하다고 한다

주변을 수소문하여 역삼동에 있는 프랑스 어학원 상담을 신청하고

2022년 2월 26일 상담을 가자마자 3월부터 어학코스 결제를 하고 왔다

아이도 나도 사실 예민했다

이것들이 다 맞는 것인지 검증할 시간도 물어볼 곳도 없다

올해안에 b2를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수능 입시만큼 열중해서 해도 될까말까라는 불어 시험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까 우린 진로를 결정했고 가야할 곳을 생각했으니 이젠 나아갈 수밖에 없다

나의 인생도 아이의 인생도 참 재밌는 것은 뜻한 대로 계획한 대로가 아닌 변수가 더 많고

그걸 어떻게 또 풀어갈 지의 문제는 우리안에 해답이 있었다

나의 일이 아니고 아이의 일이라 사실 좀더 걱정되는 건 맞지만

그저 내가 할 일은 믿고 기다려 주고 지지해주는 것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