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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불꽃

by 꿈꾸는 임

그 날이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 해는 천천히 기울어가고 있었고, 나는 혼자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평온했던 그 길에서, 갑자기 뒤에서 “펑” 하고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놀란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소리의 정체는 마을 행사에서 터트린 불꽃놀이였다.
사람들은 그 소리에 웃었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화려한 불꽃을 바라보며 이상한 생각에 잠겼다.

사는 게 이렇게 무서울 수도 있구나.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이 나를 기다릴까.
어떡하면 좋을까…

불꽃놀이는 본래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지만, 그날의 불꽃은 내겐 전혀 그렇지 않았다.
눈부시게 흩어지던 빛의 잔재는 왠지 모르게 슬픔처럼, 불행처럼 다가왔다.
그 이후로도 힘든 순간마다 나는 그 붉은 불꽃을 떠올렸다.
내 안에 터지는, 격렬한 감정의 불꽃을.


나의 첫 번째 붉은 불꽃은 발에서 시작되었다.
골목 어귀에서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다 넘어진 순간, 바닥에 박힌 유리조각이 내 발을 갈랐다.
새끼발가락부터 복숭아뼈까지, 상처는 길게 벌어졌고, 찢어진 운동화 사이로 피가 솟구쳤다.
그때도 이상하게 아프지 않았다.

그 대신 눈에 밟혔던 건, 붕대를 찾으며 안절부절 못하던 엄마의 손이었다.
내 발을 닦아내던 그 손은 떨리고 있었고, 입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병원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어린 마음에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아프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피는 붕대 틈 사이로 스며 나왔고, 상처는 결국 아물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길고 진한 흉터가 남았다.
그리고 그 흉터를 볼 때마다 나는 다시,
그 날의 붉은 불꽃을 떠올린다.

지금도 누군가는 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보며 환호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것이 때때로 아픔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화려하게 피었다 사라지는 것들.
그 이면에 숨은 상처와 외로움.
그래도 나는 안다.
그 불꽃이 언젠가 나에게도 따뜻한 빛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불꽃은 단지 두려움이 아니라, 내 안의 용기를 깨우는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 날의 붉은 불꽃처럼, 나는 나의 삶을 가슴 깊이 품고 견뎌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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