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미와의 전쟁
시작은 크리스피 도넛이었다.
전날 이삿짐 정리를 대충 마무리하고 식탁 위에 올려뒀던 도넛. 그 도넛 6개가 가지런히 담겨있던 상자를 연 그날 아침, 우리는 이 집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주 작고 작은 수십 마리의 개미들이 우글거렸으니까.
사실 개미를 집에서 본건 20년은 더 된 일인 것 같다. 어릴 때 집에서 단 음식을 먹고 그냥 두면 개미가 꼬인다고 엄마가 얘기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개미라는 존재는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개미약이 좋아져서 그런가 보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 집에 공존하게 된 개미들은 일명 '유령개미'였다. 크기는 1.3~1.5mm로 매우 작고, 두부와 흉부만 어두운 색이며 배는 반투명한 유백색이라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유령 같은 외래종 개미, 심지어 플로리다에서 서식하던 종이라고 한다. 플로리다 개미가 우리 집까지 진출하다니... 플로리다가 지금 이곳보다는 살기 좋을 것 같은데 아마 개미들은 이곳에 온 걸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유령개미들에게 우리 집은 꽤나 좋은 서식지였나보다. 처음에는 주방에서 주로 보이던 개미들이 거실을 지나 욕실을 건너 벽면 스위치까지 점령했으니 말이다. 물론 개미들도 생존전략이 있는 것인지 단체로 다니진 않아 시각적 충격은 조금 덜했지만, 그렇다고 이들과 계속 함께 살 수도 없기에 우린 '유령개미' 퇴치에 나섰다.
#1. 관리사무소에서 준 과립형 개미약
효과가 정말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마룻바닥 틈 사이로 들어간 개미약을 청소하는 것이 더 일이 될 정도로. (나중에 알고 보니 유령개미에겐 과립형 약보다는 액상형 약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2. 맥스포스 퀀텀
개미퇴치 성공!이라고 생각할뻔한 개미약.
유령개미 퇴치에 효과 좋은 약에 대해 열심히 조사한 보람이 있었던 건지, 처음 약을 사용하고 몇 주간은 개미들이 전혀 눈에 안 띄었다. 그렇지만 한 달이 지나고 옆집으로 피신 갔던 개미들이 돌아온 걸까, 다시 유령개미와 공존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3. (또) 관리사무소에서 준 개미 트랩
한 달에 한번 꼴로 오피스텔 소독을 진행하는데, 그때 요청해서 받은 개미 트랩. 트랩을 두고 하루 정도는 개미들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았는데, 플라세보 효과였나 보다. 그들은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유령개미와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며 보다 효과 좋은 무기(약)가 없는지 계속해서 찾고 있다. 쉽게 끝나지 않을 일인 것 같아 혹시 '유령개미'가 익충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품어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해충이란다. 아무래도 이 불편한 동거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그나마 바퀴벌레가 없는 것에 안도하며...
[구축 집 고르기 TIP]
Q. 집 고를 때 '유령개미'가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A. 다른 개미들처럼 유령개미도 다습한 환경을 좋아해 주방이나 욕실, 세면대 등 물기 많은 곳에 주로 출몰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이런 곳들을 조금 더 꼼꼼하게 체크한다면 개미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을 듯싶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좋았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