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마음 찾아 봄날 마곡사로

by 꺼벙이

지난해 가을에 마곡사를 만났다.

"갑사를 갔다 왔냐?" 고 하기에 "갑은 만났는데 사는 못 만났다" 고 농을 했다.

마곡사는 봄날에 다시 만나자 했다.


사월의 어느 이른 아침, 마곡사를 만났다.

"잘 왔다" 며 반기는 마곡사, 연등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환영한다.

늙고 늙은 벚나무도 주름을 펴고 화사한 웃음꽃으로 반긴다.

해탈문을 지키는 금강역사들도 큰 눈을 부리며 밝게 웃는다.

사천왕문을 지키는 사천왕들도 들고 있는 병장기를 내려놓고 웃으며 반긴다.


"지켜야할 게 불법인지, 마음인지, 모르겠다"며 어쩌고저쩌고 이야기가 들린다.

아침, 싱그런 햇살을 마시며 금강역사와 사천왕이 하는 말에 꼽사리를 끼여 물어본다.

"도대체 지킬 법이란 무엇이오, 또 지킬 마음은 또 무엇이오."

모두 눈알을 부리고 입을 다문다. 입은 다문 까닭을 알겠다.

금강역사도 사천왕도 지키는 게 업이라 마음은 도통 모르겠다는 뜻일 것이다.


오래전 먼저 가신 선사의 사리탑에 머리를 박고 "마음이 무엇이오?" 하고 물었다.

죽은 귀신이 대낮에 나올 일도 없다. 소나무에 딱따구리는 딱딱 오늘도 벌레 잡는다.

발길을 돌려 백련암으로, 그곳에 머물고 있는 미륵불에게 물었다.

"마음이 어디에 있습니까?"

"마음은 저 숲에 있다" 한 미륵불의 답을 듣고 숲에 들었다.

찾다가 찾다가 찾은 건 은적암은 곧장 가라는 붉은 화살표가 그려진 바위다.

맥이 빠져 걸망을 내리고 두 다리 뻗었다.


솔숲 시원한 바람이 등짝의 땀을 식힌다.

바람 따라 내 귀에 머무는 목탁소리, 똑똑똑.

"마음이 어디 있오?"

용트림하는 소나무에 물으니 이상한 놈이 트집한다고 하늘로 고개를 든다.

일어나 괜한 심술로 소나무 정강이 걷어차고 목탁소리 따라 간다.


‘은적암에 마음이 숨어 있을까?‘ 생각하며 부지런히 발길질한다.

넓이가 콧잔등 같은 절 마당에 따뜻한 햇살이 노랑나비와 노니는 은적암에게 물었다.

"내 마음이 여기 있어요?" 하니, 은적암은 말이 없다.

두 겹 문 안에 있는 늙은 여승이 응얼거린다. 나는 이게 염불인지 주문인지 모르겠다.


발길을 돌려 내려 간다.

나를 봄날에 오라고 한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이나 대웅전 부처에게 떼를 써야겠다.

"내 마음 내놓으시오."

이렇게 외쳐도 이 양반들 답이 없다. 빙그레 웃기만 한다.

털털거리며 마곡사 일주문을 나서는데 하늘에서 울림이 있다.


이놈아, 마음이 어디 있다고 찾어?

거울을 봐, 네 놈 웃는 얼굴이 마음이여!


걸음을 멈추고 껄껄거리며 크게 웃었다.

청정한 마곡천에 발을 담고 세수를 하였다.

내 어깨를 두드리는 이가 있어 돌아보니 오랜 전에 먼저 간 선사께서 웃고 계셨다.

선사는 내게 쓸데없는 법문을 들려줄 테니 들어보겠냐고 묻기에 나는 합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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