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며 삽니다

나를 잊는 시간

by 꺼벙이

도서관, 토요일 오후 2시, 무대에선 버룬 쇼 진행자가 아이들과 그 부모를 상대로 공연에 열정을 다한다.

나는 곁눈으로 쇼를 보지만 손은 <루미 시집>를 펼치고 있다.


잠이 달아나서
아예 돌아오지 않는다.
그대와 이별한 후 잠이
독배를 마시고 죽어버렸다.


재미난 시를 읽고 난 떠오른 생각을 끄적거렸다.

한때 나는 불면증이 있었다.

신경정신과 의사를 만나진 않았다.

잠이 안 오면 춤을 추고, 잠이 오면 한낮에도 잤다.

손에 쉽게 잡히는 수면제에 의존하지 않았다.

지금은 나는 깊게 잔다.


불.면.증.

잠이 달아났다.

나를 떠난 잠은

어디선가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

나는 떠나간 잠을 그리워하며

먼동이 틀 때까지 천장과

서글픈 이야기를 해야겠다.


~~~~

목마른 사람만이 물을 찾는 게 아니라오.

물도 목마른 사람을 찾고 있다오.


친구 살라헷딘 장례식장에서 루미는 춤을 추었다.

죽음은 이별이 아니라 영적 결혼이다.


장자(莊子)가 모친 장례식에서 춤을 췄다.

죽음은 순리다.

모친이 순리에 순응하였기에 슬퍼할 일이 아니라 기뻐할 일이라고 장자는 생각했다.

춤추며 산다.

죽음은 또 다른 세계로 가는 여행의 시작이다.

새로운 세계로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아버진 유언을 하셨다.

"내 장례 때 늘어지는 슬픈 노래보다 밝고 즐거운 노래를 틀어다오."

아버진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셨다.

죽음은 천국 가는 날이고, 장례는 천국 가는 여정이니 어찌 즐겁지 않겠냐고 하셨다.


11세기에 삭막하고 척박한 사막에서 살았던 이슬람 신비주의자인 루미는 뛰어난 시인이다.

잘랄 아드딘 무함마드 루미(1206년~1273년)


루미는 신앙 공동체를 만든다.

그는 빙빙 도는 춤을 춘다.

그가 춤을 출 때 어느 여인은 장미를 뿌린다.

루미는 행복한 사람이다.

나도 춤을 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홀로 추는 춤이기에 내게 장미를 뿌려주는 여인은 없다.

그렇지만 나는 슬프지 않다.

춤을 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춤을 출 때 나는 알 수 없는 평온을 느낀다.

무엇인가 나와 함께하는 느낌이다.

뇌가 생각을 멈춘 상태, 슬픔과 기쁨이 없는 평온한 상태다.


보라, 나는 돌이었다가 죽어서 식물로 피어났고

식물이었다가 죽어서 동물의 길을 걸었고

동물이었다가 죽어서 사람이 되었다. 죽음마저도

나를 끌어내리지 못했거늘,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랴!

내가 사람이었다가 죽으면,

내게 천사의 날개가 주어질 것이고

내가 천사였다가 죽으면

내 알지 못하는 무엇, 곧 하나님의 숨이 되리라.


윤회, 절대자는 이승의 삶에 대해 묻지 않고, 극락이나 지옥으로 보내는 일이 없다.

또 다른 무엇으로 지구에 태어나거나 하늘에 태어나게 한다.

돌고 또 돌은 나는 결국에 하느님의 숨으로 태어난다.

하느님의 숨은 나이며, 나는 곧 하느님이다.


그대의 말이 없으면 내 영혼은 귀를 잃어버리고,

그대의 귀가 없으면 내 영혼은 혀를 잃어버린 다오.

내가 시를 읊지 않으면

그가 내게 입을 연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멈추고 홀로 있을 때 내 안의 내가 내게 속삭인다.

하느님을 부르고, 하느님께 주절거리면 하느님은 귀를 닫고 입도 다문다.

내가 하느님을 부르고, 내 귀를 열고 내 입을 닫으면 하느님은 내게 부드럽게 속삭인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하는 말은 온통 허점투성이다.

허점이 없는 말은 저 세상에서 온다.


누가 돈을 엄청 벌었대.

무엇 무엇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대.

이런 말이 내 삶에 무슨 의미?

이런 말에서 벗어나면 허점 없는 말이 저 세상에서 온다.

그 말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한다.

내 영혼에 기쁨을 주는 허점 없는 저 세상의 말, 나는 그 말을 사모하여야 한다.

수많은 말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말은 무엇일까?

나는 너를 사랑해.

나는 나를 사랑해.


내가 타락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 때문이다.


불교에서 비구를 유혹하는 게 여자다.

수도승을 시험하기 위해 관음이나 문수는 여자로 수도승 앞에 나타난다.

이 세상에서 여자가 없어지면 남자를 유혹하는 게 없어질까?

이 세상에서 여자가 없어지면 남자는 타락하지 않을까?

여자를 유혹하는 건 무엇일까?

여자를 타락시키는 건 무엇일까?

남자일까?

여자는 남자를 결코 타락시킨 적이 없다.

타락은 절제하지 못한 탐욕 때문이다.


한밤중에 일어나 보니

마음이 온데간데없구나.

마음을 찾으려고

집안 여기저기를 뛰어다녀도 사라진 모습 보이지 않는구나.

이곳저곳 샅샅이 뒤져

가련한 것을 찾았으니

맙소사!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있구나.


수피즘이란 무엇입니까?

슬픔이 닥쳤을 때, 마음속에서 기쁨을 찾는 것이다.


감사는 자선을 추구한다.

감사는 가장 탁월한 해독제다.

감사는 진노를 은총으로 바꾼다.


뱃사람은 언제나

두려움과 희망 위에 있다.


그대가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하는 것은

그대가 흙으로 빚은 공이기 때문이다.

먼저 부서져 먼지가 된 뒤에야

그대는 공중에 떠다닐 수 있으리라.


수피즘은 이슬람 신비주의다.

김해서 나는 목포로 여행을 간다.

아름다운 섬진강휴게소에서 쉰다.

나는 휴게소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난 목포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휴게소를 떠나 목포로 갈 땐 나는 섬진강휴게소를 생각하지 않는다.

곧 만날 목포를 생각할 뿐이다.

과거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사랑은 죽은 것 같은 빵을 영혼이 되게 하고

덧없는 것을 영원한 것 곧, 영혼이 되게 한다.


영혼, 영원한 존재, 죽음은 괴로운 이승에서 벗어나 쉴 만한 물가에서 쉬는 것일까?

3년이 지났다.

아버지는 천국에서 예수와 함께 노래를 부를까?

전자 오르간 위에 손을 올리고 찬송가를 홀로 부르던 모습이 그립다.

춤추는 루미와 노래를 부르시든 아버지, 그 순간에 오직 춤과 노래뿐이다.


달은 별을 헤아리는

밤에게 입을 맞춘다.


달이 별을 헤아리는 밤에게 입맞춤을 한다.

나도 밤처럼 별을 헤아려볼까?

달이 나에게도 입맞춤을 할까?

버룬 쇼가 끝난다.

루미가 마지막 말을 한다.


당신 자신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당신의 비밀을 당신 자신에게 말하소서.

당신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당신을 보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알아채소서.


(루미 시집 /정재희 옮김, (주)시공사, 2019년 1월 28일 초판 1쇄 발행 본에서 시를 인용)


촛대바위 일출과 두타산 16년3월17일 053.jpg

강원도 동해시 추암에서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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