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다은 May 18. 2018

다양한 삶을 담아낼 진짜 교육을 꿈꾸다.

인생 실험실 ; 모두의 꽃피는 방법과 속도는 다르다.

우리 은하 수천억개의 별처럼


“우리 은하에는 약 3000억개의 별이 있다고 해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별들 가운데 같은 모양을 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 선생님은 여러분의 꿈이 저 밤하늘의 별들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빛났으면 좋겠어요.”   

내 꿈은 달라 (예림당)

인생 실험실 ; 모두의 꽃피는 방법과 속도는 다르다.

인생 실험실  모두의 피는 방법과 속도는

제 동화책의 첫 장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실제 제가 저희반 아이들에게 3월 첫 만남 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범위를 우주 > 지구 > 서울 > 우리학교 > 우리반 으로 좁혀가며 사진을 차례대로 보여줍니다. 우리가 지금 이 곳에서 만나게 된 인연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서요. 그리고 그 때 제가 작곡한 피아노곡을 아이들에게 잔잔하게 연주해줍니다. 여러분을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라구요.


이어, 만화영화 속 주인공처럼 신나는 모험을 일년간 함께 해 보자고 직접 편곡해본 슈퍼마리오 BGM도 연주해줍니다.


반짝이는 눈빛들을 보며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수천억개의 많은 별들 중 그 어느 하나 똑같이 생기지 않은 우리 은하의 별처럼, 생김새도, 개성도, 꿈도 각기 다른 이 아이들이 자신의 타고난 결을 지키고, 소중한 꿈과 가치를 삶 속에서 실현해 나가길 바란다구요. 세상이라는 거센 파도에도 여유있고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길 바라면서요.


사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하나로 정해놓은 것만 같던 성공이라는 것의 기준도, 행복해지는 방법도 실상은 제각기 다 다르고,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간 우리 교육이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보면 가장 근본이 되는 '좋은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서야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까요. 남이 바라보는 지표에 맞추어 살아가는 삶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음을 깨닫기 시작한 어른이들이 나와 나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다시 해석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려 이제서야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죠.


‘진로’, 삶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뜻하는 말입니다. 진로교육의 과잉 시대라 불릴만큼 각종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대부분 일회적인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진로교육의 본질은 삶에 대한 철학이나 가치들이 삶 자체에 녹아 있는 것이며, 진로교육이나 활동은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꼭 학교라는 건물, 기존 교육과정 틀 안에서의 교육이라는 한계를 벗어버리면, 교육에 대한 새로운 상상은 한결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진로라는 무거운 이름도 매일 아이들이 살아가는 일상과 더 가까워질 것이고요. 그리고 각자의 그 하루하루가 쌓여 다양한 삶들과 또 만나게 될 것입니다.



삶 자체에 녹아있는 진로교육,

"빛나는 햇빛 속에서 네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꿈꿔보렴"  


이탈리아 북동부 아드리아 해변의 작은 마을인 페르모의 돈 보스코 고등학교의 교사 체사레 카타(Cesare Catà), 그가 내준 여름방학 숙제가 이탈리아 전역에서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멋진 삶을 사는 법을 알게해 준 숙제였습니다. 이를테면 방학동안 일출을 감상하고, 부끄러움없이 원하는 곳에서 춤을 꼭 춰보고, 가슴 아픈 대화가 나오는 명작 영화도 보고, 빛나는 햇빛 속이나 뜨거운 여름 밤에 네 삶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꿈꿔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어떤 학생에게는 수학, 문법이 성장을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10대의 많은 학생들에게 여름의 햇빛이 주는 영감이 아이의 일생에 걸쳐 더욱 특별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까요.


“여름이란 우리가 계획하는 능력을 넘어서는 예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것 같아요. 나는 세세하게 다 계획해두지 않고 여름의 황금 같은 지평선이 내게 가져다 줄 것을 기다리고 싶어요."


카타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15가지의 여름방학 숙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가끔 아침에 혼자 해변을 산책하라.
햇빛이 물에 반사되는 것을 보고 네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하라. 행복해져라

2. 올해 우리가 함께 익혔던 새로운 단어들을 사용해 보라.
더 많은 걸 말할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걸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걸 생각할 수 있게 되면 더 자유로워진다. (철학 (지혜에 대한 사랑) / 아가페 (절대적인 사랑) / 무의식 / 향수 / 존재론적인 / 허무주의 / 유아론 / 해석학 / 인문학 / 부조리주의)

3. 최대한 책을 많이 읽어라. 하지만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읽지는 마라.
여름은 모험과 꿈을 북돋우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 날아다니는 제비 같은 기분이 들 거다. 독서는 최고의 반항이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나를 찾아와라)

4. 네게 부정적인, 혹은 공허한 느낌을 들게 하는 것, 상황, 사람들을 피하라.
자극이 되는 상황과 너를 풍요롭게 하고, 너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인정하는 사람들을 찾아라.

5. 슬프거나 겁이 나더라도 걱정하지 마라.
여름은 영혼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너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방법으로 일기를 써 봐라. (너가 수락한다면, 개학 후에 함께 읽어보자)

6. 부끄러움 없이 춤을 추어라.
집 근처의 댄스 플로어에서, 너의 방에서 혼자 추어도 된다. 여름은 무조건 춤이다. 춤을 출 수 있을 때, 추지 않는 건 어리석다.

7. 최소한 한 번은 해가 뜨는 것을 보아라.
말없이 숨을 쉬어라. 눈을 감고 감사함을 느껴라.

8. 스포츠 활동을 많이 해라.

9. 너를 황홀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에게 최대한 진심으로 정중하게 말해라.
상대가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너의 짝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해한다면 2015년의 여름은 황금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이게 잘 되지 않았다면 8번으로 돌아가라.)

10. 우리 수업에서 필기했던 것을 다시 훑어보라.
우리가 읽고 배웠던 것들을 너에게 일어났던 일들과 비교해 보라.

11. 햇빛처럼 행복하고 바다처럼 길들일 수 없는 사람이 되어라.

12. 욕하지 마라.
늘 매너를 지키고 친절하게 행동하라.

13. 언어 능력을 기르고 꿈꾸는 능력을 늘리기 위해 가슴 아픈 대화가 나오는 영화를 보아라. 가능하다면 영어로. (‘티파니에서 아침을’, ‘사랑과 추억’, ‘노트북’, ‘원 데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샤도우랜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고 영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너의 여름을 살고 경험하며 다시 한 번 너만의 영화를 살아보아라.

14. 빛나는 햇빛 속이나 뜨거운 여름 밤에 네 삶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꿈꾸어 보아라. 여름에는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꿈을 좇기 위해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라.

15. 착하게 살아라.

출처 : 이탈리아의 어느 학교선생님이 내준 여름방학 숙제 15개
http://www.huffingtonpost.kr/2015/06/16/story_n_7591924.html

다르다.

몇 년 전 내가 학생이었을 때의 여름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스포츠, 수영, 연애, 춤, 로맨스, 꿈 등으로
가득했지요.
이제까지 여름에 읽었던 책들이 그 이후의 나날들을 위한 깨달음을 주었고,
문제, 기쁨,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을 대면하는
새로운 실마리를 주었죠.
그때 샘솟은 문학과 예술에 대한 흥미는
결코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마침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여름방학을 맞이할 즈음 카타 선생님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아홉살 인생들도 바쁜 여름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던지라, 학교 숙제도 모자라 담임 선생님이 내어줄 특별 방학 숙제가 3가지나 더 있다는 말에 아이들은 놀란 햄스터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동시에 물었습니다. "또요?"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첫째'를 외쳤습니다. '공원이나 숲에 가서 맑은 공기 마음껏 마시기', 첫번째 방학숙제가 공개되자 '어? 이런 게 진짜 숙제라고요?' 하는 표정으로 하나같이 저를 바라봅니다. 두 번째 방학숙제로 '둘째, 덥다고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만 맞지 말고 밖에서 놀면서 햇빛도 충분히 쐬기', 가장 중요한 세 번째 방학숙제를 기다리는 목소리는 더욱 우렁차졌습니다. 다 같이 '셋째'를 외치자, 저는 약간의 뜸을 들이다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신나게, 즐겁게 노는 어린이가 되세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교실은 환호성으로 넘쳐났습니다. 친구와 손뼉을 치고, 책상을 두드리며 기뻐하는 그 제각각의 반응들을 바로보던 저는 그날도 웃음을 참지 못해 칠판 쪽을 향해 뒤돌아서서 쉴새없이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습니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벌써 옆반 친구에 쪼르르 달려가서 "우리반 방학 숙제는 세상에서 제일 신나게 노는 어린이 되기다!" 말하기 바빴고, 복도에는 그 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진로교육의 본질은 삶 자체에 녹아 있으며, 그 길이 당장 눈 앞에 쉬이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자기만의 속도로 뚜벅뚜벅 걸어나갈 수 있게끔 전 생애를 아우르는 과업이 될 것입니다.



인생 실험실 ; 모두의 꽃피는 방법과 속도는 다르다.


일본의 작가 야나세가 호빵맨이라는 그림책을 그린 것이 54세 때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가 첫 성공을 거둔 시기도 무려 60세가 넘어서였습니다. 동료 만화가들, 심지어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도 밀렸던 그는 이전까지  세상에 이름을 알리지 못했고, 좀처럼 대표작을 내지는 못했더라도 묵묵히 만화를 그려왔습니다. 그리고 호빵맨은 그런 기나긴 세월이 남긴 운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나마도 초창기 심한 혹평을 받았기에, 그의 작품이 수십 년이나 이어지는 시리즈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 그는 뒤늦은 호빵맨의 성공 후에도 90살을 훌쩍 넘어 201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공연 연출, 가수 데뷔 등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기만성이라 치켜세우던 주변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나는 소기만성의 전형이다, 그럼 또 어떠한가!" 큰 그릇이면 어떻고 작은 그릇이면 어떤가, 별다른 이유를 붙이지 않더라도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고, 어떻게든 잘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괴로움을 견디며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이죠.


나는 무슨 일을 해도 느리고
머리도 나빠서 보통 사람들이
3일이면 아는 것을
30년 걸려서야 간신히 안 때도 있습니다.
호빵맨도, 그림도 천천히
 조금씩 해 왔습니다.
그래도 세월이 지나고보니
나름의 발자취가 만들어졌더군요.
저보다 빨리 출세한 사람들이
어느덧 은퇴하는 걸 보니,
탁월한 재능을 타고나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야나세타카시 (호빵맨 작가)


60대에  KFC를 창업한 커넬 할랜드 샌더스, 40대에 포드사를 창업한 핸리포드, 81세 아이폰 게임을 개발한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 67세에 수채화 화가로 데뷔한 박정희 할머니, 98세에 두 권의 시집을 발간한 시바타 토요 할머니와 같은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빠른 속도는 아닐지언정 숱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지 않은가요.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존재하고, 성공과 행복의 방법과 속도는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만 기억해도 우리의 교육 문화는 한뼘 더 성숙해질 것입니다. 길은 한 가지가 아님을 알고 부단히 그 길을 찾아나서 두려움을 딛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태도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재능이 되어있을 테니까요.


꿈을 조기에 설계해서 그것에 맞는 (답이 정해진) 활동을 하고  그것을 학생부에 적고 평가받는다는 발상은 정당한가?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조기에 확정한들 무슨 소용인가? 거기에 맞는 봉사활동, 소논문, 독서를 한다고 훌륭한 의사가 되는가?  영재고를 가서도 의대, 과학고를 가서도 의대, 자사고 가서도 의대, 모두가 의사를 지망하는 사회. 스티브 잡스가, 빌게이츠가, 링컨이, 리처드 브랜슨이, 아인슈타인이, 다이슨이 세상을 바꾼 누가 방황하지 않고 조기에 진로를 확정하고 거기에 맞는 활동을 하고 그것을 평가 받았는가? 삶을 살면서 광야에서 방황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에게 방황의 자유를 허해야(이덕환)-



인생없는 교실, 교육과정 재구성이 아닌 ‘삶의 교육과정 구성’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삶에서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평생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담아내기에 현재의 진로교육은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세상의 변화 속도에 발맞춰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게 진학하고, 남들보다 먼저 유망 직업을 선점하는 수준의 자기계발에만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어서 아쉽습니다.


유망직업을 빨리 선택하기를 강요하는 '조기 선택주의', 진학/취업/직업 선정 시점을 진로의 시작이 아닌 끝으로 보는 '성과 만능주의', 아이들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시키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적성검사를 통해 재능을 발견해내고 모든 사람을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믿는 '검사 만능주의', 직업세계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공무원 등 안정적이거나 고수익의 직업에 대해 강요하는 '현실 안주주의' 등 이런 것을 진정한 진로 교육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삶을 담아내야 할 진로교육 수업조차 홀랜드(Holland)나 MBTI 검사지 등으로 70억 인구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그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 장래희망 직업을 담은 미래 명함을 아기자기하게 꾸미거나 비전 선언문을 발표하고, 관심 분야의 직업인의 일방향 특강으로 이어지는 것이 대다수였습니다. 진로교육의 과잉시대라 불릴만큼 수많은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그 방법이나 형태가 더 다양해지기는 했지만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각자의 꽃피는 과정을 지원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결국은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삶을 담아낼 교육과정, 아직은 꿈같은 일입니다.


'삶과 배움이 일치하는 교육과정'을 위해서는 이를 구현하는 수업과 평가가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고 상호작용해야 하는데, ‘교육과정 총론 → 교육과정 각론 → 교과서 → 수업 → 평가’로 이어지는 단선적인 과정은 정작 배움이 학생들의 삶과는 동떨어져있으니 말입니다. 이에 대해 의문조차 제기할 수 없는 현장은 답답함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한 원어민 교사가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가 학생들이 교과서, 공부한 노트 등을 시험이 끝나자마자 찢어버리거나 버리는 모습이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아직도 영국 집에 가면 학창시절 자신의 손때가 묻은 책, 노트 등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면서요.


상급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배움은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여 '성장=스펙'이 되어버린 현실은 일단은 외면하고 다 덮어둔 채, 그래도 주어진 현실 속에서 교과서 재구성만 하면 교사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다 한 것이라는 믿음이 그저 답답하고 불편했습니다. 인생없는 교실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수업만 일부 바뀐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의문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현행 법령과 교원정책은 표면적으로는 학교와 교사에게 교육과정 자율권을 인정하는 것 같지만, 실제 학교현장에서 그것을 발휘하기에는 제약이 너무나 많습니다. 더 이상 시도교육청 단위의 교육과정지침이 아닌, 학교, 학급 단위의 교육과정을 구성할 여건 조성이 필요합니다. n명의 교사만큼 n개의 교육과정, 더 나아가서는 학생 각자에 맞는 맞춤별 교육과정까지.. 당장의 총체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학교 안과 밖에서 아이들이 맞닥들이고 있는 삶 속에서의 배움을 담아낼 교육과정을 펼쳐낼 수 있도록 실효성있고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곧 출간될 책(백다은의 교육상상 Reimagine Education)과
원격연수 티쳐빌 www.teacherville.co.kr 에서 추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해볼 수 있는 활동자료도 함께 제공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래희망 No, 지금희망 Ye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