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티 : 감정이입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문제 정의하기
내가 만약 너라면? 하루종일 뭘할까?
스물여섯, 금발의 백인 여성,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베에 도착한 한 여성은 이 질문을 하며, 매일 새벽 숲속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그를 기다렸습니다. “내가 만약 너라면? 하루종일 뭘할까?” 그리고 그들에게 '데이비드' '플로' '플린트'와 같은 이름을 붙여주었죠.
마치 달콤한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처럼 꽤나 낭만적으로 들리셨겠지만, 그녀의 그는, 엉뚱하게도 침.팬.지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유명한 제인 구달입니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동물학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었던 세계 최고의 영장류 과학자 제인 구달의 이야기입니다.
기존의 동물 행동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사이에서는 연구 대상을 '침팬지 1', '침팬지 2', '침팬지 3'으로
불렀고, 그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일은 금기였습니다. 침팬지마다 고유한 이름을 짓고 '감정 이입'을 통해 관찰한 그녀의 시도는 기존 학계의 방식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그녀의 행보는 침팬지 밀렵과 서식지 파괴를 경고하고, 실험실이나 동물원에 갇힌 침팬지 보호 운동으로 이어집니다. 그들에게 이름을 붙여준 그 순간부터 그녀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곰베 침팬지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었던 것입니다.
제인 구달은 어려서부터 아프리카 여행을 꿈꿨답니다. 비서가 되면 세계 각지를 여행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어머니의 권유로 대학을 포기하고 비서학교에 진학할 정도였다는데요. 이후 병원과 영화사 등에서 일을 하던 그녀는 1956년 꿈에 그리던 아프리카를 여행하게 됐습니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중 그녀는 고생물학자 루이스 리키(1903~1972)를 만나게 됩니다. 그와의 만남은 제인 구달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처음 그녀가 침팬지 연구를 하겠다며 곰비 침팬지 구역에 들어가자, 주위에서는 학력도 경험도 없는 젊은 여자가 혼자 밀림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코웃음을 쳤습니다. 하지만 루이스 리키는 그녀의 연구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흐르고, 세상은 그녀의 발견에 발칵 뒤집혔습니다. 오랜 관찰 끝에 침팬지가 사냥과 육식을 즐긴다는 사실과 연한 나뭇가지를 도구 삼아 구멍에 쑤셔 넣어 흰개미를 잡아먹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녀의 발견은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것을 오로지 인간만이 지닌 능력이라 믿었던 당시의 통념에 큰 충격과 화두를 던졌습니다.
이후에도 그녀는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침팬지 연구를 이어 갔습니다. 이를 통해 침팬지가 동족을 살해한 사례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침팬지의 잔인한 면모와 인간 못지않은 어두운 본성을 발견한 것이죠. 이후 그녀는 ‘침팬지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인간을 닮았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침팬지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했던 그녀가 환경운동가가 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순서였을 겁니다.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뿐만 아니라 동물과 자연환경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제인 구달은 위대한 동물학자라 할 만합니다. 하지만 학자 대부분이 남자였던 시절, 학력도 경력도 없던 금발의 백인 여성이 동물을 연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인 구달은 자신의 선택이 그녀의 삶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믿음이 세상을 놀라게 만든 혁신적인 발견을 할 수 있었던 이유며, 지금까지도 환경보호를 위해 열심히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녀는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녀의 말처럼 자연을 위한 사람들의 아주 작은 변화와 선택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매순간 우리가 하는 아주 작고 사소한 선택이 곧 나자신이다.
그것이 우리의 삶과 세상을 바꾼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적 자료 수집을 위해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만을 강조하지만, 자신이 침팬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대부분은 감정이입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 구달은 회상한다는 점입니다.
건축가 루이스 칸 역시 자신이 ‘만약 건물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하며 벽돌 한 장과도 대화를 나누며 건축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옥수수 유전학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식물 유전학자 바바라 매클린톡도 자신이 옥수수라도 된 마냥, 그 체계의 일부가 되어 염색체 내부까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다른 대상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입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것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된 것처럼 타인의 기쁨과 슬픔을 내 것처럼 함께 느끼게도 하며, 다른 생명체나 존재에 대한 깊은 몰입을 가능하게도 합니다.
미션 :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뵙거나 경로당을 찾아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5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오라
한 중학교에서 교과 통합 프로젝트로 미션을 학생들에게 주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담아오기’, 고작 5분이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야 했고, 인터뷰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과정까지 경험해보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아이들은 사실 처음에는 지루할 것이라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답니다. 한국전쟁 이야기, 마을 역사에 얽힌 이야기, 조부모의 학창 시절, 군대 이야기 등등 아이들은 그 과거를 기록으로 남기며 마치 자신이 그 시대에 살았던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앞으로 자신들의 살아갈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태어난 할머니께서 어릴 적 바닷가에 사셨던 이야기와 그 지역에만 있는 ‘이월’이라는 명절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책에도, 인터넷에도 없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할머니와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어요.”
- 경서중 박나경 양
이 인터뷰 수업은 노인과 어르신들의 기억을 사회·문화 유산으로 삼아 미래 세대에 전달하는 운동으로, 2007년 8월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메모로(기억의 은행)'에서 착안한 수업이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인터뷰를 영어로 번역하고 이를 영어 자막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제작한 61개 영상을 메모로 사이트에 올리는 것으로 프로젝트는 의미있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꼭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서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간에도, 친구들끼리도, 충분히 접목 가능한데요. 그 중심에는 '메모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중학생들처럼, ‘일상 속 관심과 경청’이 있습니다. 다른 대상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입’ 능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죠.
경비원의 근무 환경과 시급 문제가 논란인 가운데 한 초등학생이 쓴 대자보가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의 해고를 막아 크게 화제를 모았습니다.
"정이 많이 든 경비 아저씨들 중에 절반을 자른다는 건 너무하며 억울한 일이다."라며 돈이 부족하면 입주민들이 조금씩 더 내면 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합니다. 20명의 아저씨들과 같이 있기로 했는데, 투표한지 1년도 안 되어 결정을 번복하는 건 옳지 않다구요.
어려울 때 서로 돕는 마음을 강조하는 아이의 모습은, 당장의 손해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는 눈 감았던
어른들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초등학생이 붙인 이 대자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고, 마침 경비원의 근무환경, 근절되지 않는 갑질 횡포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때여서 아파트 내부에서도 경비원 감축을 반대하는 여론에 힘이 실렸고 결국 입주민들 70%가 반대하면서 경비원 구조조정은 부결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고, 경청할 수 있는 태도를 지닌 이런 아이들이 자라난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서울대학교 사회공헌학회 '인액터스'가 이런 아이들의 미래 모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폐지 수거 노인들이 매일 아픈 몸을 이끌고 동네 곳곳을 돌아다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하루 3천 원 남짓하고 안전사고에도 취약한 현실에 대학생들은 주목했습니다.
“폐지 수거 노인들의 열악한 생활환경 어떻게 하면 개선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광고하는 리어카. 리어카 옆면에 광고판을 달아 이를 통해 얻어지는 광고 수입을 해당 노인에게 드리는 방식입니다. 그들의 펀딩 소개자료에 따르면, 전액 노인들을 위해 사용되는 광고 수익은 노인 한 분당 돌아가는 예상수입은 5만 원 남짓인데, 폐지 수거 노인의 월평균 소득이 10만 원임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금액이죠.
이들처럼 공감을 통해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에 옮기는 사람을 체인지메이커 Changemaker라고 합니다. 지난 35년 간 혁신적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온 아쇼카 재단에서 체인지 메이커를 이렇게 정의하였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체인지메이커 Changemaker
공감을 통해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에 옮기는 사람.
자신의 아이디어와 자기 주도적인 실행을 통해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개인으로서, 이를 위해 필요한 자질들과 목적의식을 분명히 갖고 있는 사람을 뜻함
출처 : http://www.youngchangemaker.org
또한 체인지메이커의 4가지 자질에는 공감, 팀워크, 리더십, 체인지메이킹 역량이 있는데요
그 중, 공감(Empathy)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진정한 공감은 판단하려 들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면, 다른 사람의 상황을 고려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회사든 국가이든, 어떠한 그룹의
주요한 ‘성공’ 척도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행동을 취하며
그것을 이끌어나갈 체인지메이커들이
얼마나 많이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빌 드레이튼 (아쇼카 재단 창립자)
사회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는 법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http://tomorrowsolutions.org/
소셜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 http://www.2017svc.com/home/start.php
아쇼카재단 체인지메이커 (유스벤처) http://www.youngchangemaker.org
저 역시 소셜벤처,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에 직접 참여해 환경, 교육, 에너지, 건강, 재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처음부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감정이입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진짜 문제들을 제대로 정의해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은 아이가 자기 자신을 둘러싼 가까운 주변을 둘러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안에는 혜택을 볼 수혜자, 당사자가 처한 상황, 수혜자의 needs(원하는 것)을 포함하여 아래와 같이 문제를 정의해볼 수 있습니다.
예시 1
언어로 정의하기
이미지로 정의하기
예시 2
언어로 정의하기
이미지로 정의하기
예시 3
언어로 정의하기
이미지로 정의하기
▶ 더 자세한 내용은 출간될 책(백다은의 교육상상 Reimagine Education)과
원격연수 티쳐빌 www.teacherville.co.kr 에서 추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해볼 수 있는 활동지도 함께 제공됩니다.
자료출처
'세상을 바꾸는 작은 발걸음, 제인구달'
http://keco.ecatalog.kr/webzine/view.php?wcd=29&wno=19
EBS 지식채널e '신비한 능력'
http://www.ebs.co.kr/tv/show?courseId=BP0PAPB0000000009&stepId=01BP0PAPB0000000009&lectId=10145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