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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다은 Jun 13. 2018

[놀이] 호모 루덴스의 진화

꿈행성 수업 이야기

미래인재의 6가지 조건

③ 놀이 Play : 호모 루덴스의 진화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 (3) 놀이>
놀이는 일이나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개인적으로 충만한 삶을 위해서도 중요
게임, 유머, 즐거움이 필수인 시대로 이들은 창의성, 생산성, 협동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큰 힘을 지님
게임은 공감능력을 만들어내고 유머는 큰 그림을 감지하는 능력을 만들 수 있음
웃음은 공감을 전달하는 비언어적 의사소통방식

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국내 최초로 치킨 전문 감별능력평가 대회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열었습니다. 인터넷에는 그 후일담이 가득했는데요.


치열한 온라인 사전선발을 거쳐 행사장에 참여한 500여 명의 치킨 고수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참가자, 외국인 참가자, 치킨 인형으로 분장하고 온 참가자, 아이를 등에 업고 참여한 주부, 대학교 치킨 동아리, 치킨집 사장 등 참여자 면면의 모습도 다채로웠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platum.kr/archives/85268


치킨에 대한 모든 것을 감별하는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1교시 필기시험과 2교시 실기시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필기시험은 치킨 부위를 그림을 보고 고르거나, 치킨 브랜드별 제품 특징을 꿰고 있어야 맞출 수 있는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실기시험은 12종의 치킨을 블라인드 테스트로 직접 맛으로 가려내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흥 넘치는 행사는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 뜻밖에도 직원들끼리 하나의 주제로 웃고 떠들다보니 나온 아이디어가 발전된 것이라는데,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더가 되어 특정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하면서 ‘일을 놀이처럼’ 기획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따라가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가지 못한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마치 공자님 말씀처럼 말이죠.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잘 노는 인재를 기업에서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좋은 대인관계 (37%), 업무의 적극성 (36%), 다양한 아이디어 (17%), 뛰어난 리더십 (10%)를 꼽았다고 합니다. 놀이는 개인적으로 충만한 삶을 위해서는 물론, 일이나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는 걸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교육사례 1 _ 마음이 찌릿찌릿 통하는 우리반



아이들과 마음이 찌릿찌릿 통하는 우리반을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저는 숫자가 가득 적힌 6장의 마술카드를 준비합니다.

“선생님은 우리가 분명 마음이 잘 통할 거라 믿어요. 그 증거로 여러분이 1~60까지의 숫자 중 하나를 정하면, 그걸 선생님이 나중에 맞추어볼게요.”

잠시 자리를 피해줄테니 우리반을 상징하는 숫자를 골라보라고 합니다. 문 밖에 서 있으면 꼭 한 녀석씩은 나와서 ‘선생님, 설마 듣고 계신 건 아니쥬?” “귀 막고 계셔야 해요.” “선생님 극비니, 잠시만 밖에서 더 기다려주세요.” 흡사 철두철미한 경비와 같은 역할까지 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입가에 웃음이 가시질 않습니다.

아이들의 비밀 모의가 끝났다 싶으면, 저는 아주 여유있는 표정과 몸짓으로 교실에 다시 들어옵니다. 교실 안의 사뭇 긴장된 분위기와는 달리 말이죠. 두 손을 햄스터처럼 모아 ‘우리 선생님이 우리 마음을 맞추실까’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도 눈에 띕니다.



사실 방식은 간단합니다. 만약 반 아이들이 26을 정했다고 가정해보죠. 6장의 카드 중 숫자 26이 있는 카드는 3,5,6번이잖아요. 저는 실물화상기로 한 장씩 비추며 “이 카드에 여러분이 정한 그 숫자가 있나요?” 물어보면 됩니다. “예”라고 대답하는 카드만 따로 모아보면 이 3장 카드의 맨 앞의 숫자를 모두 합해 16+2+8 = 26 임을 알게 되는 방식입니다.

그럼 그 때부터 저는 애들을 요리하기 시작합니다. 26인걸 마음 속으로 혼자 알고 있는 상태로 '선생님은 너네 마음 다 알지롱' 자신만만한태도로 분단과 분단 사이를 막 거닐기 시작합니다.

“얘들아, 그 수는 분명.. 한자리 숫자는 아니야. 그치?”

그럼 리액션 좋은 애들 중 몇명은 '헉… 우리 선생님 대박! 어떻게 우리 마음을 아셨지?' 라며 눈이 토끼처럼 커져요.

그럼 그 때부턴 표정, 목소리 볼륨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60보다 훨~~씬 작아.” “20과 30사이로 정했구나?” “그리고 25보다 Up일까, Down일까? 왜 Up으로 정했을까나?”


점점 범위를 좁혀갑니다. 정답에 가까워질수록 아이들은 눈빛이 흔들리고, 책상을 치고, 다리를 흔들고 교실 안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그렇게 마음이 찌릿찌릿 통하는 우리만의 시간이 무르익어갑니다.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내에 놀이 시간이 없는 현실을 꼬집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초등 교사들은 학교 안에서도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놀이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보물찾기 놀이


학교다닐 때 제일 좋았던 기억하면 소풍, 그리고 그 중 보물찾기가 자동적으로 떠오릅니다. 그런데 보물에 등수가 있는 것이 항상 의아했습니다. 1등, 2등, 3등..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3등을 찾더라도 웬지 운이 나쁜 듯한 기분마저 들더군요. 교사가 되면서 재미난 보물찾기를 하더라도 의미를 좀 더 부여해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찾게 될 보물쪽지의 의미에 따라 선물도 맞추어 샀는데요. 저에게 교사로서 연중 가장 설레고 재미있는 기억 중 하나입니다.


당신은 창의력이 뛰어난 어린이군요.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도록 하세요. 어린이날을 축하해요. 사랑해 ♡

3D 퍼즐


이 세상에 당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마법같은 일이에요. 어린이날을 축하해요. 사랑해 ♡

마술키트 선물


당신은 전 세계를 훨훨 날아다닐 어린이군요. 여러나라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도록 하세요.어린이날을 축하해요.사랑해 ♡

세계지도 선물


어린이날을 맞아 최고인 당신에겐 특별히 상을 주고 싶어요. 앞으로도친구들을 잘 배려하고, 학교생활에도 최선을 다하는 어린이가 되세요. 어린이날을 축하해요.사랑해 ♡

‘참 잘했어요.’ 스티커


당신은 순수한 마음과 해박한 지식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어린이군요. 앞으로도 학교생활에도 최선을 다하는모습 기대해요.어린이날을 축하해요.사랑해 ♡

화이트보드



교과연계 놀이

교과와 연계하여서도 온 학교를 누비며 수학공부, 자연 관찰, 도형찾기 놀이를 즐겁게 뛰어놀며 하는가하면..


물총놀이

무더운 여름날에 빼놓을 수 없는 물총놀이로 온 몸을 흠뻑 적시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갖고 온 캐릭터 물통을 매고 매해 인증샷 찍는 유치찬란한 취미를 갖고 있는 백선생입니다.



교육사례 2 _ 아동문학가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기적의 놀이터

어린이 놀이터와 놀이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아동 문학가이자, 국내 최고의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 씨와 순천시의 합작으로 완성된 기적의 놀이터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100여 명의 어린이가 낸 아이디어와 시민 및 전문가 그룹과 의견을 나누어 완성된만큼 더욱 그 의미가 깊습니다.

‘기적의 놀이터 1호 엉뚱발뚱', ‘기적의 놀이터 2호 작전을 시작하~지'에 이어 3호 기적의 놀이터 '시가모노'가 강청수변공원 부지에 완성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짚라인, 다인그네, 그물놀이터에 여름철 무더위를 식혀줄 물놀이 분수까지 설치되었습니다.


‘시가모노(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라는 명칭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연 공모전에서 동산초등학교 6학년 배수환 학생이 제안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라 더욱 반갑습니다.


놀이마저도 외주화된 사회, 아이들 안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여야..


이렇게 좋은 놀이터를 만들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더 확산되어야겠지만, 한편으론 그 이전에 아이들 안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래희망 No, 지금희망 Yes! 글에서 소개한 예시처럼, 아이들 안에는 이미 자신이 원하는 놀이를 찾고 친구들과 함께할 놀이터를 만들 수도 있는 힘도 갖고 있는데, 어른들은 그 힘을 밖에서만 찾아 헤매고 있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좌) 에반튜브 자신만의 방송국을 만든 에반 패밀리 (우) 자동차 덕후로 뺑소니 검거한 김건


놀이마저도 키즈까페나 외부 상품화된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외주를 주고 있는 서글픈 시대. 부모도 다양한 경험이라는 명목 하에 아이들을 기획된 외부의 체험에 맡기고 거기에 기대왔던 건 아닌지, 그것을 과연 진정한 놀이라 부를 수 있을지 반성해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가수 싸이가 한 인터뷰에서 "인문고전에서 길을 찾아라, 책에서 창의가 나온다.”는 조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물음에 ‘창의가 책에서 나온다는 건 웃기는 소리라며, 잡생각하다가 이거다 싶으면 몸을 던져보는 게 자신의 스타일’이라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새삼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놀이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나게 놀다가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또 일어설 수 있다면, 세상 어느 곳이건 아이들에겐 놀이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어떤 아이에게는 동네 놀이터일 수도, 마을 공원, 공방, 도서관, 극장, 자기만의 아지트, 학교 운동장일 수도 있을테죠. 그 놀이터 안에 아이들의 상상과 해맑은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길 바라봅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출간될 책(백다은의 교육상상 Reimagine Education)과
원격연수 티쳐빌 www.teacherville.co.kr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해볼 수 있는 활동지도 함께 제공됩니다.


자료출처


‘치믈리에’ 시험 현장

http://platum.kr/archives/85268


모험놀이터, 자연에 있는 그대로를 갖고 놀다

http://froma.co.kr/369


싸이 "책에서 창의가 나온다고? 웃기는 소리"

http://news.mt.co.kr/mtview.php?no=201111291738237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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