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행성 수업 이야기
다니엘 핑크 '미래인재의 6가지 조건'
<다니엘 핑크 -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 (4) 공감>
공감하는 능력은 먼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볼 줄 알고, 다른 사람의 심장으로 느낄 줄 아는 능력
정보가 풍부하고 분석적인 도구가 발전한 세계에서는 논리만으로 부족
내가 공감하는 것을 포함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필요
다른 동료들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공감능력은 또다른 차별화를 만들 수 있음
공감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진정한 소통과 협업할 수 있음
지성과 공감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시대
'공감과 연민의 차이'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공감’이라는 단어는 우리 말에는 하나지만, 영어로는 2가지로 표현된다고 합니다. 깊은 구덩이에 빠진 누군가가 저 아래에서 구조를 요청하며 소리치는 장면을 예시로 들더군요.
그 사람의 상황을 인지하고 마음으로 충분히 공감한다면 "어두운 곳에 갇혀서 무섭지? 배 안고파? 내가 갈게, 구해줄 방법을 당장 찾을게.”라 말하겠죠. empathy(공감)
반면, 자신은 정작 위에서 샌드위치를 먹거나 딴짓을 하며 말로만 위로하고 있다면, 머리로 상황을 인지하고 있을 뿐 그건 상대방을 동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상대방과의 단절을 심화하는 말이죠. sympathy(동정, 연민)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상대의 감정을 잘 읽고 배려하는 것은 모두를 행복하게 합니다. 덴마크에서는 6~16세를 대상으로 10년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진행하는 공감능력 키우기(empathy-building) 수업을 하는데, ‘공감능력은 타고나는 것이기보다 학습된 기술(Learned Skill)’임을 전제로 합니다. 감정카드 교구를 활용하거나, 옆 친구와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갖거나, 함께 요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 등을 주요 커리큘럼으로 하는데요. 사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을 법하여 그리 특별하다 할만한 수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대방의 입장에 자신을 대입해보는 과정을 통해 공감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을 10년동안 일상 속에서 키워나간다면 그 축적된 시간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육사례 1 _ 교사에게 공감능력이 필요한 순간들
교실에서 기르던 방울 토마토의 작황(?)이 좋지 않아 아이들 한 명씩 다 맛보기엔 개수가 턱없이 모자란 해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교사로서 놓여진 상황들은 지극히 사소해보이지만, 서른둘이나 되는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니 공감을 필요로 하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같이 애정을 기울여 키우던 것인데 누군가는 그 결실을 맛보고, 누군가는 맛보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입장에 자신을 대입해보고, 그렇게 함께 느끼는 것을 교사 입장에서의 ‘공감’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민 끝에 저는 아이들 몰래 마술모자와 여분의 방울토마토를 따로 준비하였습니다. 디데이가 되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열매는 많이 열리지 않았지만 우리가 한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아이들에게 상황을 공유합니다.
몇 알 안 되는 방울토마토를 미리 마술모자에 넣고 우리 반 구성원 모두의 바람과 희망과 콧김까지 한 데 다 모으고 눈을 지긋이 감고 기다리고 있으면, 어느 순간 혀끝에서 건강한 토마토의 맛이 느껴질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죠. 그 사이 눈을 감고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토마토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있으라 했죠.
‘실눈 뜨기 없기다!’ 조마조마했지만 저는 얼른 준비해온 방울 토마토를 마술모자에 넣고 교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 입에 하나씩 쏙 넣어주었습니다. 눈을 꼭 감은 채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는 아이들, 상황을 다 알지만 함께 수확의 기쁨을 나누기 위한 우리끼리의 무언의 약속이었습니다.
이 방법만이 최선은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아이들간의 학급회의를 통해 한정된 방울토마토를 누구에게 줄 것인지 정하는 것이 더 민주적인 방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같은 문제 상황을 나누고 모두가 함께하기 위함임을 느끼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물론 초등학생들의 순수함이 있기에 이런 엉뚱한 상상도 통했던 것이겠지만요.
교육사례 2 _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겉보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병원에만 가면 겁이 많아지고 엄살이 심해지는 저로서는, 주사 한 대를 놓더라도 환자가 예상해야 할 통증을 미리 알려주는 의사나 간호사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UCLA 의과대학은 1일 환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의대생들이 환자와 공감대를 나누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실력은 물론, 환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감능력과 감수성을 지닌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이것은 이제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들에게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사들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각자 자신을 바로세우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문구가 있으면 참 좋겠다 고민하던 차에 SNS에서 진숙자 선생님의 이 글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서른이 훌쩍 넘은 글쓴이의 초등학교 때 은사님이 반 아이들에게 외우게 한 ‘나의 자존심 선언’이라는
A4 반 장도 넘는 긴 선언문인데, 십수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글쓴이를 포함한 동창들 모두가 줄줄 읊고 있다하여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선생님만큼 훌륭한 글을 써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 인생에서 각자의 스토리를 써내려갈 수 있게 할만큼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마법의 주문을 저도 언젠가 꼭 써보리라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개념으로는 ‘자존감’이 더 적합한 표현일 수 있으나, 원문을 보존하는 의미에서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나의 자존심 선언]
나는 나다. 온 세상 천지에 나와 똑같은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부분이 나와 비슷한 사람은 있겠으나 나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나로부터 나오는 모든 것은 나 혼자서 하기로 선택한 것이므로 진정 나의 것이다. 나는 나에 관한 모든 것을 소유한다. - 내 몸과 몸이 하는 모든 것; 내 정신과 그 속에 담겨진 모든 생각과 사상들; 내 눈과 그 눈들이 보는 모든 형상들; 노여움이나 기쁨, 좌절, 사랑, 실망, 흥분 그 어떤 것이나 내가 느끼는 감정들; 내 입과 거기서 나오는 공손하거나, 달콤하거나 거칠거나, 옳거나 그른 모든 말들; 그리고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나의 모든 행위들.
나는 나의 환상과 꿈과 희망과 공포심을 소유한다. 나는 나의 모든 업적과 성공,실패와 잘못을 소유한다. 나는 나 자신의 모든 것을 소유하기 때문에 나 자신과 친밀하게 사귈 수 있다. 그렇게 하여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고, 나의 모든 면과 친해질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다음으로 나는 나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현할 수 있다. 내 자신에게는 나를 궁금하게 하는 면이 있고 또 있는지도 몰랐던 면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내가 나 자신을 친절하고 사랑스럽게 대하는 한 나는 용감스럽고 희망차게 나를 궁금하게 하는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좀더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보이고 들리든, 무엇을 말하고 행동하든, 또 주어진 순간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건 그 모든 것은 나다. 이것은 확실하며 내가 그 순간 어디 있느냐를 상징한다.
나중에 나의 모습과 목소리와 말과 행동과 생각과 감정을 살펴보면 어떤 부분들은 알맞지 않다. 나는 그 알맞지 않은 부분을 버리고 알맞은 것만 간직하며, 버린 부분 대신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할 수 있다. 나는 생존하고 남과 가깝게 지내고 생산적인 사람이 될 수 있고, 내 둘레의 세상 사람들과 일들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들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나의 주인이며 나는 나를 조절할 수 있다. 나는 나이며 나는 괜찮다.
교육사례 3_ 동서양 고전을 통한 인생수업 (누구도 생각해주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 (존 셰스카 지음)』는 우리가 ‘아기 돼지 삼형제’ 알고 있는 전통 스토리를 늑대의 입장에서 재조명합니다. 늑대의 침입을 물리친 용감한 돼지 삼형제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던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말입니다.
할머니 케잌을 만들던 늑대가 설탕을 구하러 이웃집에 갔다가 재채기를 해 집이 날아가면서 오해가 빚어지기 시작하는 에피소드로 각색해, 이야기속 인물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보여주죠.
교실에서 이 책을 함께 읽은 다음 날, 아이들에게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명작 중 하나를 골라 주인공이 아닌, 그간 누구도 생각해주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대변해 시나리오를 써볼 것을 주문했습니다. 아이들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신데렐라’ ‘흥부놀부’ ‘키다리 아저씨’ 등 저마다 또다른 주인공을 앞세운 스토리텔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작품 : 『말레피센트가 들려주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 (김연수 지음)』
“안녕? 나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 나오는 마녀, 말레피센트라고 해. 너희들도 알다시피 나는 정말 고약한 성격으로 나오지.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욕을 많이 먹었는데! 그래서 오늘 해명 좀 하려고 해. 나는 공주의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어. 다른 거면 몰라도 나는 소외되거나 따돌림받는 건 정~말 싫어해. 그래서 나는 완전 미쳐버렸지. 너무 화가 나서 공주에게 저주를 걸고 말았어. 나는 사실 몰래라도 파티에 들어가서 공주의 행복을 빌어주려고 했는데, 그 뒤로 일이 완전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어. 그 일을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했지. 그래서 그 호기심 많은 공주가 물레방아에 찔렸을 때 저주를 풀려고 내가 데려가려고 했어.
에휴, 그런데 사랑의 힘 어쩌구를 믿던 어리석은 인간들은 내가 공주를 데려가게 내버려두지 않았어. 왕자에 입맞춤을 하면 공주가 깨어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말이야. 나는 그런 인간들이 못보는 사이에 모든 걸 하기 위해 왕국의 모두를 잠들게 했어. 물론, 아무도 못 들어오도록 넝쿨까지 쳐 놨지. 하지만 내가 방심했던 걸까? 정말로 아직 잠들지 않은 건장한 왕자가 나의 넝쿨을 마구마구 베고 있는 거 있지? 결국에 나는 왕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지. 그리고 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나쁜 마녀로 각인된 채 영원히 잊혀졌어. 나는 사실 공주를 위해 희생당한 거라고.. 그러니 이제 내 욕은 하지 않을 거지?”
활동을 통해 기발한 이야기를 새롭게 창작하는 기능적 역할 뿐 아니라, 주인공만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봄으로써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능력’은 머지않아 아이들 자신의 삶에서도 힘을 발휘하게 되거든요. 자신이 아닌 친구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거죠. 더 나아가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서도 한 편의 입장에만 서지 않고,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균형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 노력하게 되죠.
월별 1권씩 동서양 고전독서 : 논어 삼국유사, 채근담부터 빨간머리앤, 셰익스피어까지
『난중일기』 필사를 통해 인간 이순신 장군로서의 삶 공감하기
고전토론 : 『난중일기』를 통해 본 21세기 리더의 덕목
채근담을 통해 배우는 삶의 자세
(좌우명으로 삼을 문구)
· 지혜가 총명하면서도 까다롭게 살피지 않고, 행동은 강직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나치게 따지지 말라.
· 남이 내게 베풀어준 은혜는 잊어서는 안 되지만, 남이 내게원한을 맺게 한 일은 잊어야 한다.
· 찬 바람과 성난 빗줄기에는 새들도 근심하고, 개인 날씨와 맑은 바람에는 초목도 싱그러우니. 천지에는 하루도 화기 없어서는 안 되고. 사람의 마음에는 하루도 즐거워하는 기분이 없어서는 안 된다.
· 굼벵이는 더럽지만 매미로 변하여 가을 바람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반딧불로 변해서 여름밤을 빛낸다.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항상 어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 천지는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으나 그 작용은 쉬지 않고, 해와 달은 밤낮으로 분주하게 움직여도 그 밝음은 만고에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람은 한가한 때 일수록 다급한 일에 대처하는 마음을 마련하고, 바쁜 때 일수록 여유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동북공정 역사 이슈와 연계한 한중 양측 토론
뮤지컬 안중근 (본교 4학년 학생들 작품)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고, 다른 사람의 심장으로 느낀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점차 복잡해지고 각박해져가는 세상에서 연민이나 동정(sympathy)이 아닌, 공감(empathy)을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공감능력은 학습된 기술’임을 전제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성과 공감의 균형을 키우는 시간과 경험을 축적해가는 것만이,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답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다른 사람을 보다 더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진정한 소통과 협업에 한 발 더 다가서게 할 것입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출간될 책(백다은의 교육상상 Reimagine Education)과
원격연수 티쳐빌 www.teacherville.co.kr 에서 추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해볼 수 있는 활동자료도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