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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다은 Jun 17. 2018

프로불편러, 역량에 의문을 품다. 1

변화에 필요한 핵심능력과 태도를 담는 법

역량에 의문을 품다.


변화에 필요한 핵심능력이라 하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역량'이라는 단어를 자동적으로 떠올릴 것입니다.

 

21세기 핵심역량 (21st century skills)을 검색엔진에 입력해보면 이런 이미지들이 쏟아져나옵니다.


[이미지 출처] Google '21세기 핵심역량'


사실 인류사를 돌아보면 위기가 아닌 시기를 찾아보기가 오히려 어려울 정도인데 (비단 21세기 학습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어느 시대에나 통용될법한 것들을 미래세대가 꼭 갖추어야 할 역량과 특징이라 나열하고 있는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현기증이 나기도 합니다. 저부터도 아직 부족함이 많아 이것들을 갖추었노라 자신있게 말하기엔 어려운지라, 학생들에게 이 엄청난 능력들을 갖추어야만 이 시대에 잘 살아갈 수 있노라고 말하기가 망설여질 때도 있습니다.


21세기 학습자의 특징 (7C)  

Curious and courageous learner (호기심과 용기가 있는 학습자)

Critical thinker and problem solver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

Creative innovator (창의적으로 혁신하는 자)

Clear communicator (명확하게 의사소통 하는 자)

Collaborative and motivating leader (협동적이며 다른 이에게 동기를 불어넣는 리더)

Confident learner with a growth mindset (성장 마인드셋과 자신감을 갖춘 학습자)

Competent, reflective and autonomous learner  (능숙하고 성찰적이며 자율적인 학습자)

「4차원 교육 4차원 미래역량(Four-Dimensional Education)」


역량이라는 단어가 교육현장에도 깊숙이 침투하면서 이것이 인간을 기능적인 도구나 수단 쯤으로 여기는 데 대한 반감을 표하며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도 분명 존재합니다. 원래 교육계에서 쓰이던 단어일지언정, 경제학에서 강조하는 기술결정론, 인적자본론에 기반한 이 단어가 언제부턴가 교육을 대변하는 만능어처럼 되어버린 현실에 대해 의문이 들 법도 하죠.


자기관리역량을 필두로
'무려' 6가지나 되는 능력을
키워야하는 학교야말로
능력 과잉 사회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나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를 관리할 줄 아는
최고경영자의 철학을 안고
교문을 나서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음울한 디스토피아일 테니까 말이다.           

                   - ‘핵심역량'의 역습 (정은균)



지식이 역량 및 인성과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임에도 '지식 대신 역량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논리적 오류가 담긴 주장이 교육자들 사이에서조차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할만합니다. 또한 역량 그 자체를 기르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는지, 오히려 그 프로그램이 역량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까지 의문을 제기하는 교육자들도 있습니다. 역량이라는 단어가 우리 주변에서 다소 분별없이 무비판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미래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는 강연자에게 불편함을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이것이 되려 아이들(학습자)에게 피로감이나 배움에 대한 부담, 혹은 고통마저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나서부터인데, 어쩌면 교육자와 교육업자의 차이는 거기에서 시작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헤르바르트가 말한 '의식을 바꿀 수 있을만큼의 영향력', 관심과 의지의 연결을 도와주는 것이지,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 자체를 일러줄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하는 말로 '성공하려면 자존감을 높일 필요가 있어.'는 말을 누군가가 반복적으로 했을 때, 그 말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스스로 '나는 자존감이 낮은가봐' '그 말 때문에 매번 자존감이 더 낮아지는 기분이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하니 말이죠.


타인이 쉽사리 판정할 수 없는 자존감이 높고 낮고의 문제 그 자체보다, 자존감을 추구하는 방식이 건강한지 아닌지의 문제가 더 중요한 것처럼, '역량'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조금은 더 성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역량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위해 이미 널리 알려져있지만 그 실체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아볼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역량의 역사


‘미래 역량’에 관한 연구와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역량이라는 개념을 직업의 영역에서 교육의 영역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PISA(국제학업성취도조사) 역시 OECD가 주관하는 대표적인 교육사업 중 하나입니다. OECD가 1997년부터 DeSeCo (Defining and Selecting Key Competencies)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적인 삶을 위한 핵심역량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경제활동에 필요한 인적 자원 활용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했고, OECD 회원국들도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부문에서의 수준 측정을 위한 국제비교조사(PISA, 국제학업성취도조사)에 동의하게 됩니다. 그도 그럴것이, 나라들마다 교육과정이 매우 달라서 비교가 쉽지 않았고, 국제비교조사가 가능하려면 공통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기에 DeSeCo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즉, DeSeCo 프로젝트는 PISA로부터 비롯되었으며, OECD는 역량과 관련된 선행연구조사, 다양한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의견 수렴, 회원국 사례 분석 등을 거쳐 마침내 핵심역량을 도출해 냅니다.


OECD의 DeSeCo 프로젝트는 2003년 핵심역량을 3개 영역 9가지로 제시하였고, 2015년 ‘OECD 교육 2030(OECD education 2030)’ 프로젝트 (버젼 2.0)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도록 설계하여 단순히 미래사회 핵심 역량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기르기 위한 교육과정, 교수·학습법, 평가시스템 등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직이 미국의 CCR(교육과정 재설계센터, 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P21(The Partnership for 21st Century Skills)입니다. 우선, CCR은 찰스 파델이 ‘21세기에 학생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설립했습니다. IT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기술혁신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오는지 현장에서 피부로 직접 느끼면서 사회의 급변 속도에 교육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2009년 출간된 ‘21세기 핵심역량(21st Century Skills)’으로 그 유명한 미래사회 핵심역량, 즉 4C(Creativity 창의력, Communication 의사소통, Critical thinking 비판적 사고, Collaboration 협업)였습니다.


P21(The Partnership for 21st Century Skills)은 미국의 주요 경제계 인사와 교육 리더,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주축이 돼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연합체입니다. P21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은 찰스 파델과 또 한 명의 인물, 버니트릴링 역시 IT 기업인 출신으로 ‘21세기 핵심역량'의 공동저자이기도 했으며, 이 둘은 후속작으로 2015년 ‘4차원 교육(Four Dimensional Education)’을 내놓았습니다. 버니트릴링은 오라클 교육재단이 주관하는 ‘Think Quest’ 프로그램을 주관하면서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안을 모색해왔습니다.


즉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국제기구인 OECD와 미국의 민관협의체인 P21, 비정부기구 CCR은 미래 역량의 도출 및 교육현장 적용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찰스 파델과 버니 트릴링은 핵심 이론을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21C 학습자에게 필요한 역량체계 : 지식, 능력, 인성, 그리고 메타러닝


[출처] OECD Education 2030 Framework


21세기 학습자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지식(knowledge), 능력(skills), 인성(character)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며, 이 모든 바탕에는 메타러닝이라는 또다른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제시합니다.


1. 지식(Knowledge)
   

   전통적 지식
   - 수학
  - 과학
  - 모국어
  - 외국어
  - 사회(역사, 지리, 일반사회, 경제 등)
  - 예술(음악, 미술, 공연예술 등)
  - 체육 등


현대적 지식
 - 컴퓨터 과학(코딩, 로보틱스, 인공지능 등),  

  생명공학, 첨단제조(디자인, 3D 프린팅)
 - 저널리즘, 영상
 - 기업가 정신, 비즈니스
 - 금융 지식
 - 신체·정신 건강
 - 사회제도(사회학, 인류학 등)


주제별 지식 

 - 글로벌 리터러시 (global literacy : 문화적 포용성, 국제적 인식, 세계사)
 -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 : 점진적·개방적 정보수용, 사회문화적 정보해석, 증거의 검증·판단, 자료원의 신뢰도 판단, 숲과 나무를 보는 능력)
 - 체계적 사고(system thinking : 대조, 체계, 관계, 관점)
 -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 공감 - 문제정의 - 관념화 - 프로토타입 - 검증을 반복하는 문제해결 방식)
 - 환경 리터러시(environmental literacy : 환경의 요소와 그 상관관계 이해, 환경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 이해, 환경문제 조사·분석·해결능력, 환경문제 해결 동참)
 -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 새로운 기술 및 디바이스 활용 능력)


2. 능력(Skills)
   

창의력(Creativity)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능숙하고 유연하게 생산하는 확산적 사고력(divergent thinking)을 가리킨다. 최근 과학적 사고, 기업가 정신, 디자인 사고, 수학 등의 영역에서 꼭 필요한 능력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주어진 정보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관찰, 경험, 성찰, 추론, 의사소통 등을 토대로 분석하고 종합하는 사고 과정이다. 문제해결과 의사결정 등에 없어서는 안 되는 능력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 

능동적으로 듣고, 명확하게 사고하며,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협상, 지시, 설명, 조언, 관계 형성, 갈등 해소 등 여러 상황에 다양한 형태로 상시 적용됨
 

협동능력(Collaboration)
복잡하고 생소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능력과 배경, 관점을 지닌 다수의 사람과 협동하는 능력은 필수다. 아이디어를 공유, 수용, 적용하고, 논의를 심화하는 좋은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조율하며 협상하는 능력 등을 포함


 3. 인성(Character)
  
마음챙김(Mindfulness) 

어떤 판단 내림 없이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매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복잡하게 급변하는 환경에서 인지능력을 제고하고 건전한 자의식 및 정신건강을 함양하는 데 필요한 역량
 
호기심(Curiosity) 

어느 정도는 알지만 충분히 알지 못할 때 오는 지적 불만족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탐구하는 지적 욕구


윤리(Ethics)

윤리의식은 교육이 가능하다. 그러나 윤리적 행동을 취할 때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강력한 동기와 감정, 용기가 필요하다.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속에서 확고한 윤리의식은 사회 충격을 완화할 것
 
리더십(Leadership)

과거 효율 중심의 수직적 조직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영웅형의 리더십이 통했지만, 미래에는 신중하고 유연하며 실용적인 태도로 소통하고, 의사를 결정하고,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는 리더십이 필요


4. 메타러닝(Meta-Learning)
   

메타인지(Metacognition)

메타인지란,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며, 어떤 전략을 택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예측하는 능력은 목표 달성의 성공률을 높임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성장 마인드셋은 스탠포드대 캐롤 드웩 교수가 제시한 개념으로,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믿음과 태도를 말하며,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함



핵심역량의 설계에서 실천까지


아래는 역량 교육과정을 실천하고 있는 외국의 학교 사례로 교육부에서 소개한 예입니다.


역량 기반 교육과정의 현장실천 사례 1

: 캐나다 퀘벡 주 클리어포인트 초등학교


퀘벡의 대도시 몬트리올 외곽에 자리 잡은 클리어포인트 초등학교(ClearpointElementary School)는 영어와 불어의 이중언어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기본 사명으로 하고 있으며, 사고력 증진과 문제해결력 함양에 교육의 중점을 두고 있다. 이 학교의 교장이 우선적으로 필자를 데려간 곳은 6학년 교실이었다. 역사 수업 중인 학생 20여명은 네다섯 명씩 둥근 책상에 모여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학생들은 각자 노트북 컴퓨터로 정보를 찾아가며 몬트리올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지만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교사는 아이들과 뒤섞여 크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교사는 “교사가 모든 걸 다 알려줄 필요는 없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정보를 찾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학생들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어떤 학생은 몬트리올의 역사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있었고 또 다른 학생은 오랜 역사를 지닌 교회 건물을 그리면서 배경 설명을 적고 있었다. 한 학생은 몬트리올에 대한 영어 설명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교사는 ‘역사지식을 아는 것은 기본’이라며 ‘지식을 표현하고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역량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4학년 실과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교실이었다. 여기서는 자수 놓기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각자 표현하고 싶은 생각을 자수를 통해서 자유롭게 드러내고 있었다. 아이들의 수준도 천차만별이었다. 자신의 작품이 엉성하든, 정교하든 아이들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자긍심이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담당 교과 선생님은 “저도 아이들의 작품 수준에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할 수 있고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지요. 자수를 못해도 다른 일들을 훨씬 잘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합니다.”고 말한다.


클리어포인트 초등학교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교장이 제공한 학업성취도 평가 문제지였다. 가령 클리어포인트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문제해결력’ 평가지는 단 한 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세계 여행을 하려는데 가장 좋은 경로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이 평가지는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계지도에 방문할 주요 도시가 표시돼 있고 각 도시에서 하루를 머물기 위해 얼마가 필요한지 표로 제시했다. ‘비행기는 8시간 이상 날 수 없다.’ ‘대륙을 건널 경우 비행 요금이 더 비싸다.’ ‘총 여행거리는 3만5000km 이상 5만km 이하여야한다.’ 등 다양한 제한 조건도 있다. 교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도의 거리를 실제거리로 바꿀 수 있는 능력, 정확한 계산 능력, 각 대륙과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얼마나 그럴듯한 여행계획을 세우는지에 따라 교사는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한다. 학생은 자신이 세운 여행계획을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한다. 학생은 이 도시를 왜 방문해야 하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교장은 “규칙을 잘 따랐는지, 계산에 실수는 없는지, 논리적인지,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있는지를 한꺼번에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교장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적용한 결과로 나타난 변화에 대해서 한마디로 “학생들의 학습 양태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학습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학습’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그에 의하면,


•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발견하고, 실험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능동적인 학습자가 된다. 이는 학생들이 교사들의 전통적인 역할을 나누어 갖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 학습은 구체적이고, 즉각적이며 실생활의 문제들과 직결된다.
•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 혹은 그것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진다.
• 학습은 학생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다른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가설을 함께 검증하고, 다른 학생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운다는 측면에서 경쟁이라기보다는 협동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역량 기반 교육과정의 현장실천 사례 2

: 영국의 레이븐스본 학교


레이븐스본 학교(Ravensbourne School)는 1,400여 명의 재학생이 있는 대규모 중등 학교로서 인문계 및 직업계 과정까지 두루 갖춘 종합학교이다. 우선 필자는 이 학교의 중학교 3학년 음악 시간을 관찰하였다.


이 수업은 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타악기를 직접 연주해 보는 시간이었다. 아프리카 타악기 연주 전문가가 음악 선생님을 보조하여 수업을 진행하였으며, 연주와 관련된 부분은 이 전문가가, 그리고 악기 소개나 아프리카의 생활 방식 등에 관해서는 음악 선생님이 나누어 맡는 체제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네 벽면을 둘러싸듯이 자리한 학생들은 각기 다른 악기를, 각기 다른 리듬으로 연주하였고, 한 차례 연주가 끝나면 돌려가며 옆면에 자리하고 있던 아이들이 연주한 가락과 리듬을 재현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졌다.동석한 교감 선생님은 이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팀 티칭이 점차로 보편화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아직도 전통적인 강의식, 설명식 수업의 잔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학생들의 활동과 체험을 강조하고 다양한 수업 방법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친환경 소품 공정무역(fairtrade) 행사를 참관했다. 이 행사의 목적은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고, 더불어 자연스럽게 사고파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구매자와 판매자의 경험을 갖게 하는 데 있다. 이 행사가 끝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토론을 통해서 그들이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경험했는가를 나눈다. 그런데 이 토론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토론의 주제는 일부 아이들이 할당한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서 행사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는 쪽의 입장과 그 수익금을 건전한 방향으로 활용한다면 조금 비싼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구매자의 편에 서도 이미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었다. 동석한 국제 프로그램 코디 네이터 선생님은 이와 같은 토론 문화가 영국학교들에서는 보편화되어 있으며, 수업의 중요한 기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교사들의 협의가 다양한 방식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업의 내용과 방식을 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본 행사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 등도 협의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영국의 교사들은 자생적으로 교과 교육 협의회, 수업 연구회, 학습자료 발굴과 개발을 위한 협의체를 조직·운영하고 있으며, 그 결과 다른 어느 나라에서보다 활발한 교사 조직, 교사협의체 등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자율적 교사 조직이 학교 교육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역량 기반 교육과정의 현장실천 사례 3

: 캐나다 알버타 주 마이클 스트렘빗스키 학교


이 학교(Michael Strembitsky School)는 알버타 주로부터 핵심역량 실천과 관련하여 시범학교로 지정되고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며, 유치원부터 9학년까지 총 1,050명의 재학생, 67명의 교원과 13명의 지원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징적인 것은 학교의 전반적인 미술 및 디자인을 담당하는 비 교수 요원을 채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디자인 전담 요원은 학교 전체의 시설에 대한 설계 부터 교실 및 도서관 등의 설비 및 배치 등에 대한 전문적 의견 제시를 통하여 학생 친화적인 교육환경 구축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그밖에도 교사 채용 등에 있어서 학교장의 재량이 전적으로 용인되는 등 자율성에 기반을 둔 학교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장은 다양한 삶의 경험들을 소유한 교사들을 충원하여 학교 교육에 다양성과 생생함을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 학교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은 학생 참여에 기반을 둔, 참 학습(authentic learning) 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특히 역점을 두는 부분은 교사의 역량강화 부분이다. 교육과정 구성은 알버타 주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과 교육과정(programs of study),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목적과 철학, 핵심역량 등의 세 축을 바탕으로 교과별, 학년별 모임을 통해 큰 틀에서 아이디어를 추출한 후 이를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무엇보다도 이 과정에서 교사들 간의 협력, 그리고 교사들의 다양한 삶의 경험과 전문적 식견이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핵심역량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는 학교나 교사 수준에서의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해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학교에서는 핵심역량과 관련하여 학교에서 생각하는 정의를 작성하고, 이에 기반을 두어 교사와 학생 편에서의 핵심역량 지표(competencies indicators)를 개발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 지표들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교사와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활발한 참여를 독려하였다.


이 학교에서는 프로그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밍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 가령 프로젝트 중심 학습이나 탐구 기반 교수·학습 모델들을 적용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핵심역량의 핵심키워드는 ‘협력’과 ‘참여’이며, 이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어 교육과정에서부터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사실 수년 전부터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온 한국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역량이라는 이름이 하나 덧붙여져있을 뿐 이미 익숙한 광경이기에, 이를 새로운 해외동향으로 소개하기엔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소개한 교육부 필진 최중혁 편집인은 위 사례들이 핵심역량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방식 전부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많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핵심 역량들의 구체적 해석은 지역이나 단위 학교의 상황을 고려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을 장려할 필요가 있음을 밝힙니다.


아울러 핵심역량 교육과정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며, 다양성을 촉진하는 길은 학교와 교사에게 폭넓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 교육 전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중점적으로 길러주고자 하는 ‘핵심 역량’이 제시되었습니다. 자주적이고, 창의적이며, 교양 있으면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해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적 역량 등 6가지 핵심역량이 제시된 것입니다.

핵심역량 6가지와 그 의미를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하위요소를 명시한 내용입니다.

이러한 핵심역량을 함양해 도달하고자 하는 인재상으로는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가 제시되었으며, 이를 위해 다시 6가지의 중점 사항이 교육과정 총론에 구체적으로 명시됐습니다.

‘나를 포함해 주변의 친구, 가족 등 가까운 이들 가운데 위에서 제시된 6가지 핵심역량을 잘 갖춘 이가 있는지, 또 그들에게 부족한 역량은 어떤 것인지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고, 재미있는 탐구활동이 될 것’이라는 편집인의 마지막 코멘트를 읽으며 괜히 웃음이 새어나왔습니다.


“난 아닌 것 같어.”

“음.. 나도.”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누군가가 말하자, 성장 마인드셋(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믿음과 태도)이 장착된 21세기형 미래인재가 여기있다며 서로 농담을 주고받던 날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프로불편러, 핵심역량에 의문을 품다 2 에서 이어집니다. 

프로불편러, 역량에 의문을 품다.1

▶ 더 자세한 내용은 출간될 책(백다은의 교육상상 Reimagine Education)과
원격연수 티쳐빌 www.teacherville.co.kr 에서 추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해볼 수 있는 활동자료도 함께 제공됩니다.


참고자료

‘21세기 역량 개념틀’기반한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 (교육부 공식 홈페이지)


OECD ‘교육 2030 : 미래 교육과 역량’을 위한 현황분석과 향후과제(한국교육개발원, 윤종혁 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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