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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다은 Oct 23. 2018

무한긍정교 빨간머리 앤으로부터 배우는 인생학교

#동심회복 프로젝트

어른이들의 동심회복 놀이터  KIDULTPIA = 키덜트 + 유토피아

Keep Your Inner Child Alive!
이름 : 앤 셜리
직업 : (장래의) 교사
동심회복 포인트 : 따뜻하게, 명랑하게, 통찰력있는 그녀의 한 마디
키워드 : #주근깨 #무한긍정 #상상력 #활력


♬ 위로받고 싶은 날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그 날따라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때때로 있죠. 그 노래는 '그 날의 BGM'으로 자연스럽게 깔립니다. 오늘 아침부터 웬지 흥얼거리게 되었던 저의 BGM, 빨간머리 앤 주제가를 소개합니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상냥하고 귀여운 빨강머리 앤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자라
가슴엔 솟아나는 아름다운 꿈
하늘엔 뭉게구름 퍼져나가네
빨강머리 앤 귀여운 소녀
빨강머리 앤 우리의 친구
빨강머리 앤 귀여운 소녀
빨강머리 앤 우리의 친구

나만 멈춰 서 있는 것만 같아 조바심났던 날, 더욱 격렬히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을 때, 상사의 갑질에 사표를 수십번도 만지작거렸던 날, 누구나 위로받고 싶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맥주 한 캔을 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볼 수도, 전화기를 붙잡고 한바탕 속풀이를 할 수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 언젠가 빨간머리 앤이 당신에게 넌지시 건냈던 문장들을 꺼내어 지금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선물해보세요. 특효약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마음 속에 잔잔하고도 깊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어른이 된 후 바라본 빨간머리 앤

어른이 되고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을 살다보면, 가끔

떠올려보게 되는 빨간머리 앤 속 장면이 있습니다. 고아였던 앤이 여러 집을 전전하다 매튜와 마릴라의 집에 입양되어 온 씬인데요. 마릴라는 당초 농장 일을 도울 수 있도록 고아 소년을 입양하려고 했지만, 스펜서 부인의 실수로 여자아이인 앤을 입양하게 되죠. 남매는 앤을 돌려 보내려다가 안쓰러운 마음에 함께 살기로 하는데, 자신을 크게 반기지 않던 그 곳에서 과연 앤이 잘 적응해나갈 수 있을지 그저 애처롭고 걱정되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모든 것은 이렇게 달라져있었습니다.


우리에겐 서로가 있잖니. 앤. 네가 없었더라면 난 어땠을지 모르겠구나. 네가 오지 않았다면. 오, 앤, 내가 널 엄하고 딱딱하게 대했다는 것을 안단다. 그래도 내가 매튜 오라버니만큼 널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말이 나왔으니 얘길 해야겠구나. 난 늘 속에 있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어. 하지만 지금은 말하기가 쉽구나. 난 널 친자식처럼 사랑하고 있고 네가 초록색 지붕 집에 온 이후로 넌 나의 기쁨이자 위안이었단다.


은행 파산 소식에 충격을 받은 매튜 아저씨가 어느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울고 있는 앤에게 마릴라가 했던 말입니다. 고지식하고 냉소적이기까지 했던 그녀의 이 말 한 마디는 저에게 이 작품 속 어떤 말보다 깊은 여운을 남겼는데요. 어쩌면 시작되지도 못했을 인연인데.. 그들이 앤을 얼마나 좋아하게 되었고 딸처럼 의지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를 감동하게 했던 사실은 극악의 상황 속에서도 삶을 대하는 앤의 태도로 인해 주변의 모든 에너지가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독자인 저에게도 앤 셜리는 기쁨이자 위안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앤은 그 특유의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마치 이런 말을 건내줄 것만 같았어요.


지금의 그 고민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죠. 중요한 건, 지금 어떻게 마음먹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거에요.

그 어린 것이 어쩜 기죽지도 않고 예쁜 말만 하는지.. 참으로 신기하고 대견했죠. 때로는 힘든 상황에서도 내색은 커녕, 비관하거나 저포자기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면을 찾아보려고 애썼고, 심지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도 분명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이해하며 매번 자기 안의 또다른  용기를 끄집어내는 앤을 보면 애처로울 때도 많았는데, 지금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바라본 앤 셜리의 삶을 대하는 긍정의 태도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깊이있는 것이었거든요. 어느새 단단한 내공으로 무장한 모습은 앤 셜리 그 자체였기에,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그녀의 삶을 잘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내 안에서부터의 진정한 긍정은 억지로 쥐어짠다고 나올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테니까요.


요즘같은 시대에 그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주문만으로 모든 고민이 해결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일도 잘 풀리지 않는데 자신의 긍정적이지 못한 현재의 마음마저 죄스럽게 여겨야 한다면, 또다른 부담밖에 되지 않겠죠. 억지 긍정을 주문하며 설익은 바나나를 익히겠다고 전자레인지에 넣을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굳이 좋은 기운을 스스로 막을 필요는 또 없지 않을까요. '왕의 남자' 이준익 영화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운이라는 게 어디 머물지를 않고 계속 돌아다니는데 그게 긍정적인 사람한테만 가는 거야. 부정적인 사람이란 게 운을 부정하는 거잖아.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한테 갈 리가 있겠어. 그러니 당신도 늘 웃고 살어.


하루하루 조금은 더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어봅시다. 그렇게 살아내다보면, 앤 주변의 모든 에너지가 서서히 바뀌어갔던

것처럼,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자신을 둘러싼 환경들도 조금씩 바뀌어있지 않을까요.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만의 진리를 깨우친 듯한 초록 지붕집의 앤 셜리 양은 오늘도 배꽃 나무 아래 창문에서 턱을 괴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언니오빠들에게 해맑은 표정으로 이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앞일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이라 할 수 있어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 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무한긍정교 앤으로부터 배우는 세상살이



《빨간머리 앤》과 함께 어린 시절의 당신을 다시 만나보세요. 삶을 대하는 앤의 태도는 삭막한 사회 속에서 지치고 닳아버린 마음을 달래주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만약 그래도 힘이 나지 않는다면, 어쩌면 앤은 당신을 위해 이렇게 또 말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장 억지로 힘내지는 않아도 괜찮아요." 라구요. 하지만 그 대신, 앤은 언제라도 항상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빨강머리 앤은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소녀, 영원한 우리의 친구니까요.

 

Keep Your Inner Child 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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