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기 언어발달과정과 언어습득론, 쿠잉 vs 배블링
오늘도 발달시간표에 따라 언어습득 중
영어학을 전공한 지인으로부터 언어학자들의 로망이 ‘자기 아이를 키우며 언어 습득을 연구하는 것’이라 들은 적이 있다. 교사나 교육학자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지켜보고 그 경이로운 과정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10대 때부터 가졌었던 나는 그녀의 말에 더욱 공감했었다. 2018년 10월에 태어나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대학교에서 배웠던 교육이론, 학교 현장에서의 경험 등을 접목해 교육학의 중요한 개념들을 하나씩 정리해보고 있다.
요즘 한창 옹알이 중인 생후 283일 아기가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엄마’하는 때엔 신랑과 서로 놀라워하며 눈을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면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 ‘너 만화에서처럼 하늘에서 이미 다 학습하고 온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떤다. 드림웍스(Dreamworks) 애니메이션 ‘보스베이비’에 나오는 베이비 주식회사처럼 마치 이 땅에 미션수행을 위해 파견근무라도 온 것만 같다. ‘언제까지 옹알대고 있을텐가’ 영화 포스터의 문구처럼. 개인차는 있더라도 일정한 시기에 전세계 모든 아기들이 발달 시간표에 따라 말을 배우고 성장해간다는 건 그만큼 초보부모에겐 신비로운 일이었다.
“신생아실이나 조리원에선 힘껏 목청높여 울어야 해. 옆 친구가 울면 너도 질세라 울어재껴.”
“4-6개월 정도 지나면 본격적으로 리액션을 시작해.아빠엄마가 널 보며 미소지으면 ‘부-부-’ 반응해.”
“6개월 넘으면 ‘다-’, ‘바-’, ‘카-’, ‘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한 소리도 내야해.”
“8개월 되면 배고플 때 ‘맘마’ 소리도 내봐. 어른들이 귀여워서 까무러칠 껄? 네 이름을 부르면 뒤도 돌아봐. 옳지, 잘했어 하며 엄빠가 엉덩이를 톡톡 쳐줄 거야.”
“할머니가 ‘우리 강아지’하던 때랑 달리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서 ‘지지’ ‘안돼’하면 그만해야 해. 위험하단 뜻이거든.”
[배경지식] 영아기 언어발달과정 및 언어습득론
어느 문화권에 살던지 간에 모국어를 습득하는 단계는 비슷하다고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울음을 통해 의사표현을 시작해 보통 생후 2개월 무렵부터 혀나 입술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연습을 해나간다. 생후 6개월 동안은 전 세계 영아들의 옹알이 소리는 거의 비슷한데, 8개월경에는 주변 환경에서 경험한 소리의 영향으로 옹알이의 억양이 모국어 억양과 비슷해진다. 9개월 정도가 되면 의도를 표현하기 위한 발성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상 돌 전후인 10~14개월 정도는 되어야 의미있는 첫 단어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발달과정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크게 3가지 이론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타고난 언어발달능력에 의해 복잡한 언어규칙을 분석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생득론적 관점(Chomsky, Lenneberg), 둘째, 모방과 강화에 의한 경험을 중시하는 학습론적 관점(Skinner, Bandura), 셋째, 생물학적 요인, 언어적 환경 사이의 복잡한 과정에 의한 결과라는 상호작용론적 관점이 있다.
쿠잉(Cooing) vs 옹알이(Babbles)
우리 아가 첫 옹알이했어요.
초보 부모들이 아이 100일 경 이렇게 말할 때, 알고보면 쿠잉단계(cooing stage: 2~3개월, 초기 옹알이)인 경우가 많다. 울음소리 외에 모음 소리, 주로 ’U'자 소리를 내기에 비둘기 소리와 닮았다 하여 쿠잉(cooing)이라 부른다고 한다.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후, 기저귀를 갈아 불편함이 없어져 만족과 기쁨을 나타내는 소리여서 더욱 귀엽게 느껴진다.
옹알이는 쿠잉과 배블링으로 구분하는데, 진정한 옹알이는 배블링부터다. 쿠잉 이후 7~8개월경에 나타나는 배블링(babbling)은 모음소리만 있는 쿠잉과 달리 자음과 모음이 같이 나타난다.
3개월 무렵의 영상을 다시 보면 '오옹' 같은 소리가 주를 이루는데, 9개월이 된 지금은 어느덧 옹알이 고수가 되어 ‘아빠바바빠’를 소화해낸다. 게다가 침대에 기어올라가려던 중에 '빠바바' 소리를 내길래 '아빠'를 가르쳐주었는데, 내 소리를 듣고선 '아빠'를 또록하게 따라 발음(17-39초)한 것이어서 더욱 놀라웠다.
전문가들이 '배블링(babbling)부터 진정한 옹알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 이후에 한 단어, 두 단어 식의 진짜 언어로 이어지게 하는 매우 중요한 관문이기 때문이다.‘어~바밤빠’와 같은 뜻이 없는 아가의 옹알이라도 엄마가 아기처럼 하는 아기말(motherese, 마더리즈, 다른말로는 모성어)을 해 주거나, ‘오구 그랬어? 졸려? 배가 많이 고파? 우리아가 맘마 줄까?’식으로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일은 생각보다도 훨씬 중요한 일이었다.
아기는 옹알이 시작 후 들리는 다양한 소리를 모방하면서 말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소리의 변화를 배우며 점차적으로는 음성적 상징과 의미를 연결지음으로써 언어를 습득해간다.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언어 감수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요즘 뇌과학에 대해 공부하는 중인데, 옹알이라는 매개로 아기가 부모의 말을 듣고 따라하며 상호작용하는 것은 무려 ‘두뇌 뉴런 연결망을 최적의 상태로 발달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만약 두돌 이전에 부모가 아이의 옹알이에 제대로 반응해 주지 않으면 두뇌 발달에 문제가 생겨 아이가 정서적 안정을 느끼지 못하고 애착 장애가 올 수도 있다고 하니, 이건 단지 언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아기의 옹알이'와 '엄마의 아기말'이 서로 친구가 되어 아기에게 새로운 세상으로의 문을 활짝 열어주기 위해 이렇게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옹알대고 있을텐가’ 라며 우습게 볼 일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패런티즈(parentese) 화법으로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사~아랑해 너~얼 사아라앙해’ ‘머리끝부터 바아~알끝까지, 너~~어어어를 사~아랑해’, 평상시 목소리 톤보다 높고 단어를 천천히 길게 늘이며 읽는 법을 말한다. 이런 방식으로 읽어주었을 때 아이는 날 평소보다 더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헤에' 소리를 내며 웃는다. 아이가 생기면 꼭 읽어주고 싶었던 그림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더없이 사랑스럽다. 읽고 또 읽어주어도 부족함을 느낀다.
“똥강아지야, 사랑해. 축복해. 건강하자. 행복하자.”
어느샌가 매일밤 하는 내 말을 따라하며 딸에게 말해주고 있는 큰 아들(?)을 보면서 ‘아기말(motherese, 마더리즈)’가 다 큰 성인에게도 통하는구나’ 생각하며 미소짓게 된다. 옹알이, 우리 가족에게 경이로운 세상으로의 문을 열어주는 비밀코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