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우(Harry Harlow) 원숭이 애착실험, 철사엄마 vs 헝겊엄마
“내 인형은 어디에 있어요?
조금 전까지도 침대 바로 위에 있었어요.
제가 분명히 거기 두었어요.
그 인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이에요. 지금 당장 그 인형을 찾아야 해요.
누군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을
가져갔어요.”
서양 영화나 그림책에서는 애착인형에 대한 이야기가 단골주제다. 애착의 대상은 꼭 ‘인형’만이 아니다. 찰리 브라운의 친구 라이너스처럼. 이름만 들어도 항상 ‘담요’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자동으로 연상될 것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담요증후군(Blanket Syndrome)’ 혹은 ‘라이너스 증후군’이라 부르는데, 아이들이 라이너스처럼 인형이나 장난감, 공갈젖꼭지, 이불 등 자신만의 특별한 물건에 애착을 갖는 증상을 뜻한다. 지나친 집착은 아기의 발달에 좋지 않다는 것이 기존의 학설이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애착인형에 집착하는 시기는 만 3세 정도까지이고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행동 범주에 속하며 자연히 소멸되어 간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심리학적 용어로 ‘과도기적 대상 (Transitional object)’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기는 6개월 이후면 부모를 타인과 구분하기 시작하며 부모와의 강력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신뢰감을 쌓아간다. 이 때 ‘애착인형’ 혹은 ‘애착물건’이 아기에게 부모와 같은 안정감을 심어주는가 하면, 부모가 전부였던 아기의 세상을 한 단계 더 넓혀주는 첫번째 친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어떤 애착인형이 좋아?”
연년생 아들딸 둘을 키우며 이제는 베테랑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친구에게 물으니, 국민 애착인형이라 불리는 털이 보드라운 토끼 인형에서부터 유기농 오가닉 원단의 베게 겸 인형 등을 다양하게 추천해주었다. 사실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유니콘 인형을 사주고 싶었던 로망이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추천해준다고 다 애착인형이 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인형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부지기수여서 결국 아이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친구는 말했다. 일단 나의 로망 유니콘 인형은 좀 더 크면 시도해볼 후보로 남겨두기로 했다.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라 24시간 아이와 붙어있고, 잠도 같이 자니 유모차에 애착인형 하나 같이 넣어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였기 때문에 크게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유기농 오가닉 원단의 토끼 인형 하나는 유모차 전용으로, 양 모양의 베게는 베이비 가드가 자리잡은 거실에 넣어두었다. 아직까지는 어리다보니 특별한 애착을 갖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좋아해 가끔씩 물고 빨거나, 외출 때 유모차에서 낮잠 친구가 되어주거나, 조그만 손으로 쓰담쓰담 만지며 만족스러운 듯 웃는 정도가 아직은 전부다. 부모가 아이와 충분한 애착관계를 형성한 생후 12개월 이후 정도가 애착인형과 친해질 적당한 시기라 하니,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애착인형 선택을 위한 고려사항 BEST 3>
1. 안전한 소재인가?
- 아이가 물고 빨기 때문에 안전성이 최우선
2. 포근한 촉감, 따뜻한 색감인가?
-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
3. 바느질이 꼼꼼한 순수봉제인가?
- 다칠 염려가 있어 단추나 장식물이 없어야
할로우(Harry Harlow)의 원숭이 실험,
철사엄마 vs 헝겊엄마
애착인형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교육실험이 있다. ‘사랑의 본질을 발견한 학자’로 알려진 해리 할로우(Harry Harlow) 박사의 1950년 원숭이 실험이 그것이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인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인데, 새끼원숭이들에게 대리엄마를 만들어준 것이다. 하나는 철사로 만들어져 있으나 우유가 가득 든 젖병이 달린 인형, 다른 하나는 푹신한 헝겊과 솜으로 만들어져 있으나 젖꼭지가 없는 인형이었다.
실험 결과는 당시 학자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그들은 새끼 원숭이들이 생존을 위해 배고픔을 달랠 수 있는 철사 인형을 더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새끼원숭이들은 배고플 때만 잠시 철사인형에게서 우유를 빨아 마셨을 뿐, 더 많은 시간을 푹신한 헝겊 인형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이 실험은 애착에 있어 신체접촉을 통한 정서적 유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충분히 영양공급은 해 주되,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지 않도록 따로 재우고 응석을 받아주지 말라는 엄격한 훈육이 대세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실험으로 인해 육아법의 판도가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기에게는 밥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아기가 엄마의 따뜻하고 포근한 품에 안겨 사랑을 느끼는 일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지 밝혀진 것이다.
매일밤 옹알이하는 아기를 품에 꼬옥 안고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고 둘이서 번갈아가며 볼에 뽀뽀를 한다. 아기 아빠와 함께 이 말들을 항상 전한다. “똥강아지야, 항상 건강하자. 앞날을 축복해. 우리 함께 행복하자.”
신생아실에서 첫 모유수유 때 아기가 너무 작아서 서툰 어미의 실수로 행여나 바스라지지나 않을까 안는 것조차 겁났던 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키가 훌쩍 자라고 힘도 세졌다. ‘영아’에서 ‘유아’로 금세 자라있을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줄 수 있는 이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이에게 '접촉 위안(contact comfort)’을 주는 것이 부모로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 표현이라는 말을 잊지 않아야겠다. 매순간 따스한 온기와 포근함으로 우리 셋 모두에게서 뇌의 시상하부에선 엔돌핀, 뇌하수체에선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유쾌하고 행복한 상상을 해 보면서 말이다.
Love is To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