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생일 메뉴판

[내 삶에 '달달' 한 스푼] 다사랑 식당에 오신 걸 환영해요.

by 백다은


결혼 후 신랑의 첫 생일 때,

이런 메뉴판을 만들었더랬다.

레스토랑 메뉴판 이것저것 찾아보며

인쇄용지까지 신경써서 골랐다.


자타공인 식탐가(?)로서

누군가의 취향에 대해

이렇게 디테일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자주 먹는 소고기 미역국보다는 < 성게 미역국,

카레향 따위 섞이면 안 됨 < 오.리.지.널 떡볶이,

바다장어 < 민물장어, 결혼 후 차이를 처음 알았다.


얼마 전 신랑방의 서재 컴퓨터 의자를

PC방처럼 폭신한 의자로 바꾼 기념으로

야식 신메뉴판을 준비 중이다.


<메뉴판>

- 분식류
떡라면
계란라면
떡볶이
라볶이
사천 짜파게티

- 식사류
잡채밥
오므라이스
김치볶음밥
새우볶음밥
중국식 볶음밥
김치 순두부 찌개
불고기 덮밥
떡국

- 디저트 및 과일
찹쌀도넛
누가크래커
계절과일

(맞춤메뉴 추가 가능)

커스텀메이드, 맞춤주문의 산실

다사랑 식당!


백다은

<고독한 미식가> 뺨치는 글로컬 동네맛집 탐방가에, <천사들의 합창> 시릴로의 순애보를 응원하고, <순풍 산부인과> 정배의 순수함이 늘 보고싶고 그리워 태교까지 순풍으로 했다. <브레드 이발소> 빵 한 조각과 우유에 담은 상상력을 사랑하며, <찰리브라운> 별볼일 없는 찌질한 캐릭터가 언젠가 빛을 보는 뻔해보이는 클리셰도 좋아하고, <노다메 칸타빌레> 엉뚱한 노다메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일상 속에서 켜켜이 쌓아온 타인의 지층들을 발견하는 일이 즐겁다. 조조영화, 돌체라떼 한 잔, 아삭한 사과 한 입에 아침이 기다려지는 소시민.

무의미하게 지나갈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달달’ ‘낭만’ ‘상상’ ‘열정’ ‘감동’ ‘엉뚱’ '따뜻'
한 스푼을 더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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