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달달’ 한 스푼] 오늘도 시트콤 제 13279화
우리가 시츄에이션 코미디(SITCOM)을
사랑하는 이유
강연이나 미팅을 자주 다니다보니
서울생활 10년만에 동네마다 맛집을
상당히 훤히 꿰고 있다.
‘고독한 미식가’ 고로처럼.
‘순풍산부인과’로 태교를 했다.
배꼽 빠지게 웃는 와중에
나의 주치의가 오지명 원장이라면 어떨지를
상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요즘 순풍산부인과나 하이킥 시리즈를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기사를 접했다.
한 시트콤의 조회수는 1억 8천뷰를 넘겼단다.
시트콤(sitcom)은 ‘situation comedy’라는 뜻처럼
누구나 일상 속에서 만날 법한 일들을 다룬다.
재미를 위해 다소 상황이 과장될 때도 있지만 말이다.
가령, 애정 표현이 많지 않은 노부부의 일상을
귀여운 설정으로 풀어낸 ‘애교문희 에피소드’나,
친구집을 제 집처럼 뻔질나게 다니는
‘하숙범 에피소드’처럼..
모든 하루는
에피소드의 합
“오늘도 시트콤 제 13279화 찍었어.”
20대 때 잠자리에 들기 전,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이런 표현을 자주 쓰곤 했다.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가득찬
반짝이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과제발표, 소개팅, 맛집, 유럽배낭여행 계획,
아기자기한 아이템에 대한 품평회,
강의실에서 정문까지 애니메이션 주제가 불렀던 일,
좋아하는 선배 앞에서 실수한 일...
심지어 격렬히 빈둥댄 날에도
누가 더 게을렀는지 경쟁하듯 성토하는가하면,
정주행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대한
수다꽃을 피웠다.
그러고보면 귀가 뜨겁게 몇 시간 통화해놓고도
‘만나서 또 이야기하자’는 여자들의 일상에
남자들이 놀랄 법도 하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주인공인 시트콤 속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일지도
별다른 사건없이 지루해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만난다.
- 평생 주방 문턱에 드나든 적 없던 아빠가
멸치똥을 빼고 콩나물을 다듬는 일에 동참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거나
- 엘리베이터 안에서 처음 만난 주민과도
7개월밖에 안 된 우리 아기의 꺼억- 트림 소리에
같이 웃음보가 터진다거나
- 애들마냥 도라에*, 키*, 아이언* 등 물통을
등에 매고 물총놀이에 매진하다 옷이 흠뻑
다 젖는다거나
- 친한 골드미스 언니의 다이어트 & 화보촬영 계획을 듣고 응원하게 된다거나
- 스머프마냥 귀에 꽂아둔 연필을 한참 찾으러 다닌다거나..
우리 모두는 어쩌면,
자신이 주인공인 시트콤을
살고 있는건지 모른다.
사소하다 못해 시시하기만 한
평범한 일상 같지만,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무의미하게 지나갈 수 있는
그 일상 속 순간들의 합이 모여
그렇게 하루를, 한달을, 일년을 만든다.
오늘, 월요일 하루는
또 어떤 에피소드들과 만나게 될까?
<시트콤같은 내 인생>
by 백다은
<고독한 미식가> 뺨치는 글로컬 동네맛집 탐방가에, <천사들의 합창> 시릴로의 순애보를 응원하고, <순풍 산부인과> 정배의 순수함이 늘 보고싶고 그리워 태교까지 순풍으로 했다. <브레드 이발소> 빵 한 조각과 우유에 담은 상상력을 사랑하며, <찰리브라운> 별볼일 없는 찌질한 캐릭터가 언젠가 빛을 보는 뻔해보이는 클리셰도 좋아하고, <노다메 칸타빌레> 엉뚱한 노다메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일상 속에서 켜켜이 쌓아온 타인의 지층들을 발견하는 일이 즐겁다. 조조영화, 돌체라떼 한 잔, 아삭한 사과 한 입에 아침이 기다려지는 소시민.
무의미하게 지나갈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달달’ ‘낭만’ ‘상상’ ‘열정’ ‘감동’ ‘엉뚱’
한 스푼을 더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