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건 모텔 앞에 커다란 목련이다. 높이가 건물 3층 높이는 되는 목련은 성질이 급한 편인지 푸른 잎이 나기에 앞서 개화를 서두른다.
“대실 있나요?”
80세는 되보이는 어르신이 물으신다. 그 시각 오후 4시30분 토요일이었음으로 대실 마감은 6시.
“오늘은 대실 마감입니다.” 나의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물러나질 않으신다.
“오늘 토요일이라서 대실 마감이 6시 거든요. 1시간 30분 남짓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어르신은 손목 시계를 만지작 거리시며 얼마냐 묻는다. 잠시 후 동년배로 보이는 할머니께서 뒤따라 올라가신다. 나잇대는 80세 가까이 되신 듯 한데 스타일만 보면 여배우다.
나는 건강한 어르신들을 507호로 안내했다.
잠시 후 울리는 카운터 벨소리
“507호 변기 물이 안내려 가는데 방 좀 바꿔주시오.”
나는 505호로 변경해 드리기 위해 키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순간 505호에 들어선 할머니가 외쳤다.
“나는 목련이 보이는 방이 좋아.
대실이 불가한 시간에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특별히 방을 드린 점을 안내 받은 할아버지는 행여나 쫓겨날까 불안한 눈빛으로 할머니를 재촉한다.
“빨리 들어와!!!!!!!”
할머니는 슬금슬금 못이긴 척 들어간다.
507호. 고백하자면 그곳은 우리 모텔에서 아름다운 목련이 핀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할머니는 목련꽃 아래에서 섹스를 하고 싶었나보다. 자신도 목련꽃처럼 활짝 피고 싶었나보다. 70세는 훌쩍 넘어 보이셨는데 ……목련꽃 아래에서 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18세 청춘이라도 될 것만 같았나보다. 싱그러운 소녀가 되고 싶었는데 젠장! 우라질 변기통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