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술 박물관
성읍민속마을에서 10분만 이동하면 갈 수 있는 세계 술 박물관.
글쟁이 이면서 술쟁이인 나 아니었던가?
술을 마셔야 글을 술술 쓰는 사람.
여기 입장료도 7000원이다. 이제 7000원이라는 금액이면 어느 정도의 볼거리가 있을지 대충 짐작이 된다. 큰 기대 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좋은 술 박물관에 입장해 본다.
술을 담았두었던 소주독과 술을 배달했던 배달통으로 시작되는 술 이야기.
몰랐던 옛날 술 조리도구들을 알게 되었다. 술춘, 어레미, 돌확...?
영롱한 소주병길을 산책한다.
술 박물관을 찾은 다른 이들은 휙휙 지나가는데 홀로 오랜 탐방을 하고 있다.
전통술은 조상 대대로 가문과 집안마다 고유한 비법으로 대물림하여 빚은 것으로 청주, 탁주, 소주로 나뉜다. 청주는 발효가 끝난 술덧에 용수를 박아 넣으면 그 안에 술이 고여드는데 이때 맑은술을 일컫는다. 제례나 혼례 등 귀한 자리에 내놓는다. 빛깔이 탁하고 알코올 성분이 적은 탁주는 그 색깔이 탁하다 하여 탁주, 막 거른 술이라 하여 막걸리, 빛깔이 희다고 하여 백주, 집마다 담그는 술이라 하여 가주, 농가에 필수적인 술이라 하여 농주 등으로 불린다. 마지막으로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증류하여 20도 이상 높인 술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소주는 소주가 아닌 것이여. ‘소주는 무색, 무향의 술이라……’ 설명이 되어 있으나 향이 있는데? 에탄올 냄새가 있는데 이 역시 옛날에는 안 나다가 오늘날 소주가 나는 건가?
술을 빚는 횟수에 따라 분류하면 한 번 빚는 단양주, 두 번 빚는 이양주, 세 번 빚는 삼양주로 나뉜다. 술을 빚으면 빚을수록 술맛이 깊고 부드러워지니 많이 빚을수록 고급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절기마다 마시는 절기 술이 존재했다.
1월은 세배하고 마시는 세배주와 정월 대보름 마시는 이명주가 있다. 이명주는 ‘귀밝이 술’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어릴 적 말귀를 못 알아듣는 친구에게 귀밝이 술을 마시라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2월은 머슴의 날인 2월 1일 머슴을 위한 술을 주인이 빚어 주었다. 3월은 삼짇날 술을 빚었다. 4월은 4월 8일 석가탄신일에 빚은 ‘등석주’가 있다. 5월은 모내기와 논매기 시기 종가가 빚은 막걸리와 단오명절, 제사주로 ‘창포주’가 있다. 6월은 유두날 마시는 술이 있는데 선비들이 수려한 계곡 물가를 찾아 풍류를 즐긴 유두연에서 유래되었다. 7월은 7월 15일 백중날 추수를 기다리며 음주가무를 했다. 8월은 햇곡식으로 한가위에 술을 마셨으며, 9월은 중앙절인 9월 9일 선비들이 국화전을 부쳐 술을 먹었다. 10월은 기제사를 지내지 않는 5대조 이상의 조상묘에 올리는 시제술을 마시며 문중의 혈연을 돈독히 하였다. 11월은 동짓날 추수한 곡식으로 술을 마셨다. 12월은 섣달그믐에 새해를 기원하며 제석술을 마셨다.
군인들이 말을 타면서 마시는 잔 '마상배'가 있다. 아니 그러면 그거 음주운전 아닌가?
계영배라는 절주를 위한 잔은 내게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술잔과 비슷하나 7부 이상을 채우면 밑바닥 구멍으로 술이 빠져나간다. 이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글의 상당 부분을 박물관에 쓰여진 내용을 참고했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