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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제주_6

성읍민속마을

by 서호


제주의 봄은 유채꽃이 반이다.

유채꽃이 예쁘다는 성읍민속마을을 가보았다. 역시는 역시다. 중년의 어르신들 난리가 났다. 나도 중년이지만 100세 시대니까 난 청춘이다. 절반이 더 남았다.



꽃이 보이기 시작한 나이 마흔.

신혼 때 남편이 기념일마다 들고 오는 장미가 싫었다. 꽃다발도 꽃바구니도 싫었다. 돈 아깝게 뭐 하러 사 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길가에 핀 들꽃의 향기에도 휘청한다. 그게 언제부터였나 돌이켜보면 마흔 즈음이었던 것 같다.

꽃이 보이기 시작한 나이 마흔.



성읍민속마을은 작위적으로 세트장을 만든 것이 아닌 실제 제주도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외관은 보존되어 있지만 그 속은 현대식이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고 주민들이 직접 기르고 만든 차, 음료, 마유크림, 꿀, 말뼈 가루 같은 특산물을 판매한다.



마을 한 바퀴를 돌면 30분 정도 소요가 된다. 어느새 고즈넉한 분위기에 취한다. 마을을 모두 돌아보고 나오는 길 빨간 동백을 만났다.

동백. 길가에 떨어진 동백꽃의 사체를 바라본다. 그녀는 헤프게 한 잎 두 잎 떨구지 않는다. 끝까지 인내하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을 때 비로소 툭하고 자신의 모가지를 끊는다. 통째로.

죽는 순간까지 아름답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고 난 후의 모습까지 아름답다.

동백을 닮아야겠다. 길게 인내하다가 이제 못하겠다 싶으면 동백처럼 예쁘게 삶을 마무리해야겠다.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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