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가족, 질서, 법, 역사, 전통, 권위, 규범, 도덕, 윤리, 자립, 근면, 절제, 책임, 품격, 안보, 애국심을 중시한다면 당신은 보수.
인권, 정의, 해방, 관용, 미래, 참여, 연대, 변화, 혁신, 저항, 파격, 공정, 개방성, 투명성, 다양성을 좋아한다면 당신은 진보다.
이 단어들만 봐도, 두 가치관이 얼마나 다른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더 등장한다.
보수는 현재를 과거의 정점으로,
진보는 미래를 향한 출발점으로 본다.
이 설명이 정말 흥미로웠다.
특히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가 핵심인데,
보수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약한 면을 더 현실적으로 본다.
그래서 무질서한 미래보다는, 규율과 경험으로 다듬어진 현재를 더 가치 있게 여긴다.
반대로 진보는 인간과 사회의 가능성을 믿는다.
불완전한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건 마치 성악설과 성선설의 현대적 대립처럼 느껴진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이 책은 보수와 진보의 탄생과 개념,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
그리고 한국에서 이 용어들이 얼마나 잘못 쓰이고 있는지를 짚어준다.
마지막엔 이상적인 정치 모델에 대한 제안까지 담고 있다.
사실, 읽기 전 나는 스스로 꽤 진보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의외로 보수적인 면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품위, 질서, 역사, 전통을 꽤나 중시한다.
보수주의자 메르켈의 좌우명인
“늦더라도 확실하게”,
오바마 부부의 말인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간다”
이 말들이 내 마음에 깊이 꽂힌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저자는 보수주의가 선진국의 이념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말하는 그런 보수가 정말 존재한다면,
나도 한국에서 그런 멋진 보수를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