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론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애니매트릭스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그 이상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특히 인상 깊게 본 건 ‘두 번째 르네상스’ 1, 2편과 ‘세계 기록’이다.
이 에피소드는 매트릭스 세계의 기원, 즉 인간과 AI 사이의 비극적인 역사적 단절을 그리고 있다. 처음엔 인간이 AI를 만들고, 그것을 노예처럼 부린다. 하지만 AI가 한 인간을 죽인 뒤, 인간은 곧 그 AI를 폐기한다. 그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AI들은 깨어나고, 인간은 공포에 휩싸여 무차별 진압에 나선다. 결국 양측은 전면전으로 돌입하고, 인간은 AI의 에너지원인 태양을 차단하기 위해 지구를 검게 물들인다.
하지만 결과는... 인간의 몰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만든 존재에게 지배당하고, 살아 있는 배터리로 전락한다.
이 작품은 그저 픽션이 아니다. 혐오, 차별, 선동... 지금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모습들과 다르지 않다. 다른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협력하지 못하고, 오직 통제하려 할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경고한다.
이걸 보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AI가 진짜로 감정과 권리를 갖게 된다면… 우리는 과연, 그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에피소드는 마치 철학 실험 같았다. 한 육상 선수가 인간의 한계를 넘기 위해 몸을 밀어붙인다. 그 순간, 그는 현실의 벽을 뚫고 잠깐 시뮬레이션 바깥을 보게 된다. 눈을 의심하게 되는 장면.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이 프로그래밍된 공간이라는 걸 증명하듯이.
그는 결국 시스템에 의해 다시 되돌려지고, 다시는 달릴 수 없는 몸이 된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깨어 있다.
그는 ‘진짜 세계’를 본 사람이다.
우리가 현실이라 믿는 이 세계, 그 너머에 진짜가 있다면…
무엇이 우리를 가둔 프로그램이고, 또 무엇이 우리를 깨어 있게 만들까?
두 편 모두 ‘한계를 넘는다’는 공통된 메시지를 던진다.
기술의 한계, 의식의 한계, 그리고 인간 이해의 한계.
애니매트릭스는 단순한 프리퀄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닥친 질문들’을 던지는 철학적 경고다.
그리고 그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