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 책을 통해 진보적 사상가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불평등, 탈상품화, 포퓰리즘, 능력주의, 추첨제, 누진세 등 다양한 주제들이 다뤄진다.
전체적으로는 두 사람이 대체로 유사한 관점을 공유하지만, 세부적인 지점에서는 서로 다른 해석과 강조를 보여주는 부분이 흥미롭다. 그런 미묘한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재미다.
두 사람이 공감하는 핵심 진단은 분명하다.
세상은 점점 더 불평등해지고 있으며, 존엄과 존중, 인정의 감각은 퇴색하고 있다.
그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뚜렷이 구분되는 사회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바로 ‘평등’이다.
그리고 이 평등은 경제, 정치, 사회적 관계 전반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평등은 단순히 수익을 세금으로 거둬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자는 뜻이 아니다.
지나치게 벌어진 부의 격차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현실은 특정 계층에 유리한 구조가 고착되었고, 그로 인해 출발선 자체가 불공정해졌다.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평등의 방향이다.
‘평등’이라는 단어는 흔히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성장에 대한 열망을 약화시킨다는 편견과 연결된다.
하지만 책에서 두 저자는 평등은 오히려 번영을 위한 토대라고 강조한다.
그 예로 미국의 프랭클린 시대를 들며, 당시의 미국은 비교적 평등한 조건 속에서 커다란 성장을 이루었다고 평가한다.
이 대담에서 중심을 이루는 주제는 ‘교육’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자산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으며,
대학 진학률은 이미 계층적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승자들은 스스로의 성공을 정당화하고, 패자들은 그 구조적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제시했던 방식, 즉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들 간에 추첨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다시 언급한다.
이를 통해 능력주의의 경직된 구조를 완화하고, 겸손과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더 나아가 선거에도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책은 마치 흥미로운 대화를 조용히 옆에서 들은 듯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동시에, 이 책에서 다뤄지는 주제들은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쉽게 비판받거나 조롱당할 소지가 크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제들이 더 자주, 더 깊이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 사회 역시 불평등의 심화, 자산 양극화, 정치적 갈등이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생각과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