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본능

서평

by 백경

과학자의 눈으로 들여다본 보수의 진짜 모습이 궁금했던 나에게, 이 책은 마치 오랜 친구가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 같았다. 최정균 저자의 전작 『유전자 지배 사회』에서 살짝 맛본 정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 것을 보니, 작가가 이 주제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지 느껴졌다.

책의 핵심은 놀랍도록 명쾌하다. 보수정신이란 결국 우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상태와 닮아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정당화, 집단정당화, 체제정당화라는 세 가지 기둥을 세우고, 뇌과학의 정밀한 데이터와 유전자 연구, 호르몬 분석 등을 통해 차근차근 증명해나간다.

솔직히 말하면, 전작을 읽었던 독자로서 새로운 발견의 짜릿함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마지막에서 만난 질문 하나가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만약 지금의 세상이 뒤바뀌어 평등이 능력보다 중시되고, 여성이 남성보다, 흑인이 백인보다,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보다 주류가 되는 사회가 온다면, 진보주의자들은 어떻게 변할까?”

이 가정은 마치 거울 앞에 선 것처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나 역시 그런 세상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는데, 문득 기존 진보주의자들이 보수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진보는 단순한 기득권 교체가 아니라 특권 없는 구조 자체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때는 지금 개념으로 보수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보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정치적 편견을 걷어내고 과학의 렌즈로 인간 본성을 들여다보니, 보수성향이 단순히 고집스러운 태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깨닫게 된다. 보수를 다른 각도에서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분명 신선한 통찰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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