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 책 다 읽음? 질문?”
나의 첫 SF 소설이다. 첫 경험을 이토록 감동적인 책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쁘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한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희생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단순함은 ‘있을 법함’으로 빛난다. 앤디 위어 특유의 과학적 사실 기반 서술 덕분이다.
우주에서 만난 외계 생명체 로키는 생김새는 전혀 다르지만, 신진대사 방식이나 사고 구조는 인간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태양을 위협하는 ‘아스트로파지’, 그와 얽힌 생태계 ‘타우메바’ 역시 과학적 법칙 안에서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지능이 발달하면 언어를 갖게 되는 법인데, 로키의 언어는 음높이를 기반으로 해 마치 돌고래의 소리를 연상케 한다. 결국 진화론과 물리법칙은 우주 어디에서든 통용된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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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태양이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되며 지구 생존에 위기가 닥친다. 각국은 공동 대응을 위해 스트라트라는 인물을 총책임자로 세운다. 그리고 연구에 참여하던 주인공 ‘그레이스 박사’가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에 휘말린다.
연구 끝에 태양뿐 아니라 다른 별들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음을 발견하고, 아직 감염되지 않은 성계를 탐사하는 임무 ―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기획된다. 본질적으로는 자살임무다. 선발된 세 명은 우주로 향하지만, 그레이스가 눈을 떴을 때 동료들은 이미 모두 죽은 상태였다.
외로운 항해 속, 그는 뜻밖의 동료를 만난다. 바로 외계 생명체 로키다.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각자의 지식을 교환하며 그들은 친구가 된다. 그리고 함께 해법을 찾아 각자의 행성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마지막 순간, 그레이스는 지구로 귀환하지 못하고 로키의 고향 행성에 남는다. 그는 인간이 아닌 존재의 곁에서 ‘선생님’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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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겉으로는 과학적 용어와 계산으로 빼곡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주제는 “다정함”이다.
최근 많은 책들이 친절, 배려, 이타심을 강조하지만, 이 작품은 그 범위를 넘어 외계 생명체와의 다정함까지 보여준다.
스트라트의 큰 고민 중 하나도 우주선에 단 세 명의 인간을 오랜 시간 함께 두는 일이었다. 협력과 신뢰 없이는 임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과학에서도 인간은 서로를 돕는 이타적 행동 덕분에 생존해왔다고 본다.
현실은 때로 정반대로 흘러가고, 뉴스 속 인간 사회는 불신과 피로로 가득하다. 그러나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그럼에도 희망을 보여준다. 과학과 인간애가 함께할 때, 우리는 끝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 SF 소설을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실한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