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vs 운

by 백경

노력과 운,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표지



이 책은 노력과 운 사이의 무게추를 묻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정확히는 파푸아뉴기니의 얄리가 던진 물음이었죠.

“왜 우리는 당신들처럼 발전하지 못한 거죠?”

그 한 문장이, 두터운 한 권의 답이 되었습니다.


저자의 결론은 간명합니다.

“서양인이 본질적으로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유라시아가 지리·생태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반복되는 연결 고리는 이렇습니다.

많은 식량 → 인구 증가 → 계급·전문화·국가 → 문자·기술·전쟁기술(총·포 등) + (가축에서 온 병원균 면역) → 더 빠른 확산


유라시아에는 밀·보리 같은 고생산 작물과 말·소·양 같은 대형 가축이 다양했고, 대륙이 동서로 길게 뻗어 기후대가 이어져 작물과 기술이 옆으로 빠르게 퍼질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도 수수·기장·얌 같은 자생 작물과 농업이 있었지만, 남북으로 긴 장축, 체체파리·열대병, 가축화 가능한 대형동물의 부족이 확산과 축적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잉여 식량과 인구 밀도가 유라시아만큼 빠르게 쌓이기 어려웠고, 그만큼 전문화·국가 조직·금속 공학·문자가 늦어졌습니다. 저자는 이 차이를 인종이 아니라 초기 농업·가축 조건과 지리 환경의 차이로 끝까지 추적합니다.


그가 방대한 데이터로 말하고 싶은 건 결국 하나예요.

“누가 더 우월해서가 아니다. 지리·환경이라는 ‘환경적 운’이 문명의 갈림길을 만들었다.”


이 대목을 오늘로 가져와 볼까요?

우리는 흔히 개인의 노력을 찬양하고, 실패에는 과한 죄책감을 얹습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어느 지역·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는지가 이미 출발선의 높낮이를 결정합니다. ‘운’을 강조한다고 실력과 노력을 폄하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운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겸손해지고, 서로에게 덜 가혹해질 수 있습니다.

그 겸손이, 어쩌면 다음 선택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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