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택장애?

by 백경

안녕하세요.


현대인에게 ‘선택장애’는 거의 하나의 증상처럼 다가옵니다. (물론 아닌 분들도 있어요.)

배가 고파 배달 앱을 열면 메뉴는 넘치고, OTT에 들어가면 작품은 끝이 없죠. 고르다 지쳐 포기하는 순간들.

우리가 이런 막힘을 자주 겪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사실, 줄어도 쉽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주제를 꺼낸 건, 선택장애가 무엇을 살지/볼지를 넘어서 삶의 크고 작은 결정들—취업, 결혼, 집, 이직—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가져온 책이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1941) 입니다.


표지


이 책은 방금 말한 ‘선택 과부하’를 직접 설명하진 않지만,

왜 우리가 자유 앞에서 주저하고 도피하는지를 읽어내는 훌륭한 틀을 줍니다.


프롬의 핵심 메시지를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종교와 전통의 구속력이 약해지며 개인은 자유를 얻었지만, 그 자유 속에서 스스로 답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커졌고, 결국 많은 이들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자유로부터 도피한다.”


그 도피의 경로는 세 가지입니다.

권위주의: 내 불안을 달래기 위해 나보다 강한 권위에 자신을 결합합니다(복종하거나, 반대로 지배하려 들거나).


파괴성: 통제할 수 없는 불안 앞에서 대상 자체를 없애 안정을 되찾으려 합니다(관계·대상·자신을 향한 파괴).


자동인형적 순응: 공동체 평균에 나를 맞추며 ‘튀지 않는 안전’을 선택합니다(무비판적 유행·집단 정답 따라가기).


여기까지가 책의 골격입니다.


이제 오늘로 끌어와 볼까요. 우리는 지금도 너무나 많은 자유를 갖고 있습니다.

배달, OTT, 오늘 쉴지 말지부터, 취업·결혼·차·집까지. (물론 ‘선택 가능’이 ‘실행 가능’을 보장하진 않죠.)

게다가 주변의

“이건 이래야지”,

“당연히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건 하지 말아야지” 같은 말들이 내 판단의 잡음을 키웁니다.

그 순간 우리는 종종 프롬이 말한 방식으로 회피합니다.


복잡한 생각을 미루고, 주변 선택에 편승하고, 댓글의 다수 의견에 기대며 주도권을 내려놓는 거죠.

이것이 오늘의 ‘도피’입니다.


프롬은 말합니다. 도피의 반대는 더 강한 구속이 아니라, 더 성숙한 자유라고.

관계에서의 사랑, 세계를 이해하려는 이성, 삶을 창조적으로 밀어붙이는 생산적 활동, 그리고 자발성—이 네 축 위에서 우리는 다시 ‘무엇을 할 자유’를 회복합니다.


우리는 매일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지금까지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해왔나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자유를 ‘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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