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

애매필

by 백경

아름다움을 위해 악마와 거래한다.


〈국보〉를 보고 나서 떠오른 문장이었다. 이 영화는, 무대 위에서 가장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무대 밖에서 얼마나 잔인한 값을 치르는지를 끝까지 보여준다.


가부키는 일본의 전통 무대극이다. 원래는 여성도 무대에 올랐지만, 어느 시기부터 권력이 여성을 무대에서 쫓아냈고, 그때부터 여자 역할을 남자가 맡게 되었다. 그 여성 역할 전문 배우를 ‘온나가타’라고 부른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온나가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기쿠오와 슌스케의 브로맨스, 아버지와 아들,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부터, 가부키라는 세계에서 집안의 힘과 혈통이 없으면 주인공이 되기 어려운 현실까지 한꺼번에 보여준다. 둘은 서로를 끌어올리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너 없이는 여기까지 못 왔는데, 그래서 더 미워지는” 관계. 이 복잡한 감정이 영화의 심장처럼 뛰고 있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영화의 핵심 요소지만, 가부키 무대의 연출은 그 위에 또 하나의 압도적인 층을 만든다. 조용한 침묵 속, 흰옷이 천천히 빨간옷으로 바뀌고, 그 순간을 찢고 들어오는 음악과 소리. 그 장면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눈과 귀를 동시에 붙잡힌 채, 왜 사람들이 이 세계에 인생을 바치는지 잠깐 이해하게 된다.


일본에서 이미 1,000만 명을 훌쩍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봤다고 한다. 대형 흥행작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아직 보지 않았지만, 중국 영화 〈패황별희〉도 전통 경극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알고 있다. 두 영화 모두 “전통 공연 예술”이라는 좁은 무대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사랑, 배신과 희생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한국에서도 언젠가 이런 전통 예술을 소재로,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동시에 이렇게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작품이 나오길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