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들어오는 공간-관상과 명당

건축가의 공간읽기

by 윤소장

운과 설계 사이에서


오늘 유퀴즈에 관상가 박성준이 출연했다.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수록 운명과 점, 기운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결혼 할때 서로의 사주와 궁합을 보고, 이사 날짜를 정할 때도 길일을 찾는다. 얼굴 생김새를 보고 관상을 이야기하고, “운칠기삼”이라는 말로 노력보다 운의 비중을 말하기도 한다. 살아보면 확실히 느껴진다. 의지와 성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있고, 많은 순간이 우연과 환경에 좌우된다는 것을. (사실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내가 통제할수없는 것들의 변수가 결과를 준다는 의미에 가까울듯)


그렇다면 집을 짓는 일은 어떨까. 인생에서 손에 꼽히는 큰 결정 앞에서, 집의 운을 보고 싶어지는 마음 역시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땅의 기운과 방향을 읽어내는 것을 우리는 풍수지리라 부른다. 복과 좋은 기운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그것이 과학이든 아니든. 문제는 그 과정에서 ‘~하면 안 된다’는 터부가 너무 많아질 때다.


청양농가주택을 설계할 때의 일이다.

이 집은 40대 막내아들 부부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계신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지은 집이었다. 건축주의 요청은 명확했다. 남향 집일 것. 나는 그에 더해, 함께 살되 너무 가깝지 않은 거리—두 세대가 숨을 쉴 수 있는 관계의 간격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작은 중정을 사이에 둔 배치를 제안했다. 설계는 마무리되었고, 이제 삽만 뜨면 되는 시점이었다.


그때, 뜬금없는 연락이 왔다.

아는 분의 소개로 ‘지관’을 만났는데, 집을 남향이 아니라 서쪽으로 돌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더 충격적이었다. 남향으로 거실과 주 생활공간을 만들다 보니 현관이 북쪽에 생기는데, 북쪽으로는 죽음의 기운이 들어오니 그쪽에 현관을 두면 3년 안에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말이었다. 적정건축이라는 이름도 없던 시절, 첫 개인주택 작업에서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건축주 부부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집을 통째로 서쪽으로 돌리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설계는 그렇게 간단히 돌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건축주가 대안을 제시할수록 설계는 난장판이 되어갔기에 나는 완강하게 버티다가, 하나의 타협안을 제시했다. 결국 문제는 북쪽에서 진입하는것이니 현관을 북쪽에 두되, 진입 동선을 길게 만들어 한 번 꺾어 들어가게 하는 방식이었다. 외부 현관문은 서쪽을 향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중문은 북쪽에 두는 구조였다. 지관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지도, 그렇다고 설계를 뒤엎지도 않는 절충이었다.

다행히 집은 동서남북으로 처마가 길게 드리워진 형태라, 돌출된 현관 매스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경험은 오래 남았다. 설계가 얼마나 비이성적인 이유로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지, 몸으로 처음 겪은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년이 지났다.

청양농가주택에는 꺼진 생명은? 없다. 대신 고양이 식구들이 늘어났다. 한 마리로 시작해 점점 늘어났고, 집은 오히려 생명력으로 가득 찼다고 한다.(얼마나 다행인가)


오늘 방송에 나온 박성준 관상가는 홍익대 건축학과 출신이라고 했다.왠지 납득이 갔다. 사람을 위한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은 결국 사람을 읽고, 땅을 읽는 일을 함께 해왔을 것이다.


참, 그 일을 겪은 이후로 나는 설계 초기에 꼭 묻는다.

종교가 있는지, 그리고 집에서 특히 터부시하는 것이 있는지.

처음에 말해주셔야 한다고, 나중에는 어렵다고 단단히 말씀드리면서.

집은 과학이면서 동시에 믿음의 그릇이기도 하니까? 아니, 중요한 설계 요소가 나중에 나와서 변경이 크게 일어나면 안되니까


그렇게 완성된 청양농가주택이 궁금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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