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삼겹, 통닭, 통잠 그리고 '방통'치기

건축가의 공간읽기

by 윤소장

통삼겹, 통닭, 통잠 그리고 '방통'치기

통삼겹, 통닭, 통잠.


한국인이 유독 좋아하는 단어들에는 ‘통’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통’은 나뉘지 않은 하나, 전체를 의미한다. 잘게 쪼개지지 않고 오롯이 하나를 다 차지한다는 느낌. 이상하게도 그 태도는 욕심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신뢰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미리 덜어내지 않았고, 숨기지 않았으며, 있는 그대로 내어놓았다는 인상 때문이다.


건축 현장에도 비슷한 의미를 지닌 말이 있다. 바로 ‘방통 친다’는 표현이다. 방통은 ‘방바닥 통 미장’의 줄임말이다. 미장이란 시멘트를 철근이나 골재 없이 평활하게 마감하는 공정을 말하는데, 방바닥 전체를 하나로 묶어 통으로 미장하는 작업을 뜻한다.


방통을 치기 전 바닥 속에는 많은 것들이 숨어 있다. 난방을 위한 온수 파이프가 깔리고, 그 아래에는 단열재가 놓이며, 배수와 관련된 관로도 함께 들어간다. 이 모든 것이 정확한 위치에 놓이고, 높이와 레벨이 결정된 뒤에야 방통이 가능하다. 그래서 방통을 친다는 것은 일종의 선언과 같다.



“여기까지가 설계다. 이제 더 이상의 변경은 없다.”

image.png?type=w1 방통의 디테일 , 출처 인터넷


아무리 설계를 잘해도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수정이 발생한다. 하지만 방통을 치고 나면 웬만한 것은 되돌릴 수 없다. 바닥 높이가 확정되고, 최종 마감재의 두께가 이미 전제되며, 바닥 아래의 모든 기능은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후에는 그 위에 마감재를 붙이는 일만 남는다.


통미장은 공간을 구획으로 나누지 않는다. 방과 방 사이를 가르지 않고, 말 그대로 바닥 전체를 하나의 면으로 정리한다. 그 순간, 바닥 아래에 얽혀 있던 수많은 요소들과 함께 설계 변경에 대한 복잡한 생각들도 함께 정리된다. 어지러웠던 것들이 가라앉고, 판단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찾아오는 시간이다.


그래서 방통을 치는 날의 현장은 묘하게 조용하다.

통삼겹처럼, 통잠처럼.

더 이상 나누지 않아도 되는 상태, 하나로 감당하겠다는 결정의 순간이다



<'집宇집宙'(우주) 방통치는 모습구경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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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바닥에 단열재를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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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열재위의 바닥난방을 위한 온수파이프 설치 , 아래에 고정을위한 와이어 매쉬,위에 는 메탈라스를 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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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장을 부어 평평하게 만든다. 평활도가 중요(이부위는 테라스 사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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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몇일을 보양하면 단단히 굳어서 매끈해진 바닥


건축가 윤주연

건축사무소 적정건축ofaa 창립자

<우주를 짓다> 저자

www.o4a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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