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면도(section)는 단편적이지 않은 종합도

건축가의 해설서

by 윤소장


고궁에 가면 문화재 해설사가 있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도슨트 투어가 있지요. 문화재와 작품의 의미와 가치 이면의 이야기까지 이해가 잘 되도록 풀어주는 사람들. 건축에도 건축해설가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적정한 건축소통을 지향하는 의미에서 주요 건축용어와 일상어를 빗대어 건축해설서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단면

건축가의 해설서-윤주연


일상어에서 ‘단면’은 사물이나 사건의 여러 현상 가운데 한 부분적인 측면을 의미한다. 전체의 반대라고나 할까. “김범우는 두려운 벽을 느끼고 있었다. 그건 집단화된 의식의 단면이었던 것이다.”(조정래, 태백산맥)라는 표현처럼, 어떤 현상의 일부를 드러내는 말을 가리킨다.


건축에서의 단면은 그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건강검진을 할 때 CT 촬영을 통해 몸속을 들여다보듯,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부의 구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칼로 과일을 수직으로 잘라 속을 들여다보듯이, 단면도는 건축물의 내부 구성을 보여준다. 사과를 예로 들면, 겉으로 보기에는 둥근 형태에 붉은 껍질과 질감만 보인다. 하지만 단면을 잘라보면 살색의 과육층과 씨앗이 있는 중심부, 심지의 구조가 드러난다. 잘 익은 사과에는 노랗게 설탕물이 스며든 것처럼 보이는 ‘꿀’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과일 장수들은 때로 과일을 잘라 속을 보여주며 품질을 설명한다.



롱샹성당의 단면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단면을 보면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단열재의 두께와 종류는 무엇인지, 창문이 벽에 어떻게 붙는지 같은 구성까지 읽을 수 있다. 또한 층과 층 사이의 높이,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공간, 천장 속에 숨겨진 전기 설비나 에어컨 배관 같은 설비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다. 지붕부터 땅까지의 구조의 관계도 보인다. 단면은 공간의 모습뿐 아니라 구조, 설비, 빗물 처리 방식, 시공성까지 드러내며 건축가의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도면이다.


과일을 자르는 위치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달라지듯, 단면도 어디를 자르느냐에 따라 드러나는 내부 구성이 달라진다. 사과를 정중앙에서 자르면 거의 원형의 단면이 나타나지만, 약간 옆을 자르면 씨앗 부분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원의 크기도 달라진다. 바나나를 생각해 보면 더 분명하다. 길이 방향으로 자르면 바나나의 길쭉한 형태와 내부 구조가 보이고, 그와 수직으로 자르면 작은 동그라미 모양의 단면이 나타난다.


사과의 종단면



사과 횡단면

CT 촬영이 연속적인 단면을 찍어 장기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듯, 건축물도 여러 단면을 통해 내부를 이해한다. 계단이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 복층이 형성된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처럼 구성의 변화가 생기는 곳마다 대표적인 단면을 잘라 그린다. 그래야 공간이 만나는 부분에서 재료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높이가 어떻게 변하는지 정확히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상어에서 말하는 ‘단면’처럼, 중요한 부분은 ‘부분 단면’으로 확대해 상세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단면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를 드러내는 도면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건축가가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구성했는지에 대한 기술적 사고가 담겨 있다.


단면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를 드러내는 도면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건축가가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조직했는지가 드러난다.

겉모습보다 공간의 핵심과 속의 질서를 보여주는 그림, 그것이 단면이다.




추천 책 : 단면의 정석 (멋진 건축물의 핵심을 그림 감상하듯 즐기기 좋다. 건축의 눈이 떠지면 설계도 도면도 대단하다는 것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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