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해설서
고궁에가면 문화재 해설사가 있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도슨트 투어가 있지요. 문화재와 작품의 의미와 가치 이면의 이야기까지 이해가 잘 되도록 풀어주는 사람들. 건축에도 건축해설가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적정한 건축소통을 지향하는 의미에서 주요 건축용어와 일상어를 빗대어 건축해설서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건축가의 해설서-윤주연
입면(立面)은 한자 그대로 사람이 서서(立) 보는 면(面)을 뜻한다. 건축물이 입체이기 때문에, 입면은 앞면·옆면·뒷면처럼 여러 방향에서 보이는 수직의 면을 말한다. 평면이 위에서 내려다본 수평적 이해라면, 입면은 사람이 실제로 마주하는 건축의 수직적 인상에 가깝다.
건축에서는 입면을 영어로 elevation이라 부른다. 이는 건축물을 정면이나 측면에서 본 도면을 의미한다. 한편 façade라는 말도 자주 쓰는데, façade는 face와 같은 어원을 가진다. 즉, elevation이 도면상의 표현이라면, façade는 실제로 거리에서 마주하는 건축의 얼굴이라는 뜻에 더 가깝다. 건축가는 도면으로서의 입면을 그리고, 사람들은 도시 속에서 그 입면을 표정으로 읽는다.
무엇이든 얼굴이라고 하면 첫인상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의 인상처럼, 입면의 느낌은 건축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건축에서 입면을 이루는 요소는 단순히 벽의 모양만이 아니다. 창문의 크기와 위치, 개구부의 비례, 수직과 수평선의 리듬, 재료의 질감, 입면의 깊이, 그림자의 생김새, 난간과 처마, 그리고 색채까지 모두 입면의 표정을 만든다. 비례감이 좋은 입면, 깊이가 느껴지는 입면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인상을 주고, 풍부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해서 인상을 위해 입면만 따로 꾸민 건축이 좋은 건축은 아니다. 건축에서 입면은 내부 공간과 분리될 수 없다. 내부 공간의 배치와 층고, 창의 위치, 구조 방식이 자연스럽게 입면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때로는 내부와 다른 표정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반전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설득력 있는 입면은 내부와 완전히 따로 놀지 않는다. 사람이든 건축이든 첫인상이 좋고, 그 속이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어진다면 성공한 셈이다.
건축의 입면이 사람의 얼굴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의 입면은 그 건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서 있는 도시의 풍경이 된다는 것이다. 건축은 개인의 소유일 수 있지만, 입면은 공공의 시선에 놓인다. 모든 사람이 매일 보고 지나가는 도시의 표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성이 강하더라도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축은 멀리서 볼 때 도시 전체에 불편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아주 평범해 보이더라도, 주변 건물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도시의 인상과 개성을 만들어내는 건축도 있다. 산토리니의 흰 벽과 파란 포인트,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평범한 가옥들이 모여 이루는 광장과 거리 풍경이 그런 예 이다.
좋은 입면은 개성이 있되 과장하지 않는다. 가까이 보면 건축가의 의도가 섬세하게 읽히고, 멀리서 보면 거리와 도시의 질서를 해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좋은 입면은 건물의 얼굴이면서 동시에 도시의 예의다. 정성은 담겨 있으되 조화를 잃지 않는 입면, 그런 입면이야말로 도시의 풍경 속에서 조화와 신선함을 함께 만들어내는 훌륭한 구성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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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해설서 연재순서
1.평면
2.단면
3.입면
4.기초
5.기둥
6.대들보
7.키스톤
8.바닥
9.코어
10.지붕
11.창
12.바탕
13.마감
14.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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