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해설서
고궁에가면 문화재 해설사가 있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도슨트 투어가 있지요. 문화재와 작품의 의미와 가치 이면의 이야기까지 이해가 잘 되도록 풀어주는 사람들. 건축에도 건축해설가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적정한 건축소통을 지향하는 의미에서 주요 건축용어와 일상어를 빗대어 건축해설서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둥’은 아주 중요한 인물, 대단한 능력, 중심이 되는 축이라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대표적으로 “장남은 집안의 기둥”이라고 말하곤 한다. 장남이 모범이 되어야 하고, 기둥처럼 반듯하고 우직하게 서 있어야 함을 비유한 표현이다.
기둥은 정말 바르게 서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기둥은 머리 위에 대들보와 지붕을 이고 서 있어야 하므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삐뚤어지면 집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집의 안온함을 만들어 주는 것은 지붕과 벽, 그리고 따뜻한 방바닥일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의 공간을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비어 있는 볼륨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기둥이다. 그러니 기둥 없이는 지붕도, 2층 이상의 바닥도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다.
구조적으로 말하면, 기둥은 수직하중을 받는 부재다. 영장류가 수직보행을 하면서 두 손을 자유롭게 쓰고 발전했듯이, 수직으로 설 수 있다는 것은 중력을 거스를 힘이 있다는 뜻이고, 그로써 두 손의 자유를 얻었다. 그런 점에서 건축의 기술은 본질적으로 중력을 거슬러 수직으로 서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수직으로 서 있으면서 얼마나 넓고 높은 공간을 만들어 내는지가 곧 건축기술의 핵심이기 때문에, ‘기둥’이라는 말도 점점 중요한 기술이나 중심 인물을 뜻하는 말로 확장된 듯하다.
기둥은 홀로 서 있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여러 개의 기둥이 함께 하나의 바닥과 지붕을 받치며 안정적으로 공간을 만든다. 네 개의 기둥이 모여 하나의 방을 이루고, 여러 개의 기둥이 모여 더 넓은 공간을 만든다. 장남이 집안의 기둥이라 하더라도, 사실 동생과 부모가 있어야 하중이 고르게 분산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보면 기둥은 솔로플레이가 아니라 팀플레이에 가깝다.
흥미로운 것은 기둥에는 뿌리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기초라는 뿌리다. 기둥은 아무리 곧고 튼튼해도 기초가 없으면 설 수 없다. 머리와 어깨로 받아내는 하중이라는 스트레스도, 기초를 통해 땅으로 고르게 분산되지 않으면 결국 부서지거나 무너진다. 그리고 한 건축물 안의 기둥들은 대개 하나의 기초 체계로 연결되어 있다. 독립기초처럼 각각 따로 설 수도 있지만, 줄기초나 매트기초처럼 서로 이어져 하중을 함께 나누는 경우가 많다.
쓰고 나니, 기둥은 단순한 팀플레이를 넘어 하나의 가족과 더 닮아 있는 것 같다. 각자 따로 서 있는 듯 보여도, 실은 아래에서 서로 연결되어 함께 버티고 있는 존재. 겉으로는 한 사람의 역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뿌리와 연결이 있어야만 오래 설 수 있는 존재.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두고 “그 집안의 기둥”이라고 말할 때, 단지 강한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래 버텨 내는 사람, 그리고 혼자 버티는 듯 보여도 사실은 관계 속에서 서 있는 사람을 떠올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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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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