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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장 May 29. 2024

계단의 의미

건축가의 글쓰기

춘천 offstage의 계단     


계단은 건축가가 사랑하는 공간이다. 

단순히 층과 층을 연결하는 기능적 요소를 넘어, 공간의 흐름과 인간의 경험을 깊이 있게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계단은 수직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다양한 각도에서 변화시키며 공간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를 통해 건물 내부와 외부의 풍경이 변하면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층으로만 분리된 곳에서는 느낄수 없는 경험이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우리는 아래층의 풍경에서 상층의 풍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동한다.  이 변화는 마치 짧은 여행과도 같아, 순간적인 시간성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 킨다. 계단을 올라가며 느끼는 외부 풍경은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건축 공간을 더욱 다채롭고 생동감 있게 만든다. 위층에서 바라보는 시야는 더 넓고, 아래층에서는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또한, 계단은 사색의 공간이기도 하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순간,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명상의 상태에 빠진다. 그래서 계단은  종종 짧은 대화가 이루어지는 소통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계단에서 잠시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누군가를 기다리며 책을 읽기도 한다.  나는 그런 풍경이 좋다.  이러한 모습은 계단을 단순한 이동의 수단 이상으로, 계단 속의 풍부한 공간감이 주는 효과다.       

계단의 촉감 또한 중요하다. 

차가운 돌 계단보다는 따뜻한 나무 계단 판을 사용하여 실내 공간의 따스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무 계단 판은 걸음의 감촉도 좋고 무엇보다 걸터앉아 있을 때 마루나 데크의 느낌같다.  계단에 앉아 책을 읽는 추억이 좋아서, 책장을 계단 옆에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설계 의도였다.  이는 건축주와 가족들이 계단에서 잠시 멈춰 책을 꺼내 읽으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렇듯 계단은 건축의 중요한 요소로서, 단순한 수직적 이동을 넘어서 공간의 입체성과 시간성, 그리고 인간의 경험과 소통을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계단을 통해 우리는 공간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계단의 설계는 그 자체로 시적이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작지만 중요한 순간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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