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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장 Jun 16. 2024

특기는 원룸 가구배치

특기는 원룸 가구 배치


나의 직업이 건축가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많이 벌어서 올게요’라는 인사를 많이 한다. 

집이야 돈으르 벌어서 짓는 다기 보다는, 은행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것이긴한데, 사람들은 돈이 많아야 집을 짓는 다고 생각하고, 집을 짓는 일에만 건축가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건축가로 주변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본다 


건축교육을 받고 제일 쓸모 있었던 일은 이사가는 집 가구배치였다.

원룸조차 가구배치에 ‘공간개념’이 필요하다. 


1.

시작은 대학 졸업 후에 오피스텔 가구 배치였는데, 오피스텔이라고 해봤자 형식은 원룸이었다.  출입구 현관이 있고 그 옆에 화장실, 전체가 하나의 큰 방으로 되어 있는타입. 한쪽에는 작은 조리대와 냉장고자리가 있는 전형적인 타입이다.  

여기에 침대, 책상 및 책장, 티비자리 화장대 등의 살림이 들어가야하는데 나는 뻥뚫린 원룸 타입이 뭔가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서 오피스텔 가구배치를 조금 창조적으로 해봤다. 책장이 좀 많았기에 그 책장을  일렬로 두지 않고 두겹으로 등을 맞대도록해서 주방뒤의 공간을 만들었다. 즉 주방을 책장이라는 가벽으로 분리한 것이다. 

가구를 벽으로 생각해서 공간을 나누면  방이 두개가 생기는 효과가 있었고, 무엇보다 방에서 주방의 살림살이가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2.

방이 작을수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사를 많이 다니다 보니 집 크기를 반의 반으로 줄이는 드라마틱한 때가 있었다. 집의 가장 필요한 기능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침대와 옷만 남기고 모조리 버리게 된다. 이와중에 침대는 키워서 퀸사이즈를 샀는데, 이침대는  잠자는 기능도하고 평상처럼 쇼파와 의자를 대신하기도 했다.  집은 휴식의 공간으로만 탄생했기에  옷갈아입고 씻고 자는 역할에만 충실하게 가구를 배치하니 작은 집이지만 그 기능에는 정말 충분했다.  이 상황에도 책장으로 공간분리를 하여 씻는 공간 앞에 파우더룸 겸 드레스룸을 만들고, 책장의 뒷면으로 빔 프로젝터 스크린을 걸어 침대에서 누워서 영화를 볼수있게 만들었다.  


3.  

건축가 르꼬르뷔제는  말년에는 4평도 안되는 오두막에서 살았다. 그가 그렇게 작은 집에 살수있었던 것는 치밀한 가구 계획이 한 몫을 한다.  

세상을 호령하는 누구도 죽으면 싱글침대보다 작은 관으로 들어간다. 죽은자에게 필요한 공간이 몸이 들어갈 작은 관이 전부이듯,  사람이 살 때도 얼마나 적절한 공간이 필요한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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