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주씨의 백일금주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사실 이불 속 단잠을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늦지 않으려 일찍 일어나 공유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침 공기가 너무 상쾌해 정신이 또렷해진다.
“늦잠을 자도 좋았겠지만, 이렇게 새벽 공기를 가르며 부지런한 척하는 것도 괜찮네.”
대회라고 해도 5km, 10km 코스뿐인 구청 주최의 소박한 행사다. 참가자도 가족 단위가 대부분이라 경쟁보다는 ‘한번 즐겨보자~’ 하는 분위기. 마치 어른 버전의 운동회 같았다. 모두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교장 선생님 훈화 대신 구청장과 구의원 격려사를 듣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행사장에 걸린 만국기까지 초등학교 운동회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이 대회의 이름은 무려 ‘치킨 런’. 완주 후 제공되는 건 바나나나 에너지바가 아니라, ‘컵치킨’과 맥주다. 신청할 때는 “합법적으로 낮술을 즐길 수 있겠다” 싶어 재미삼아 참여했는데, 지금은 윤금주 모드라 탄산음료나 마셔야지 했더랬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맥주는 모두 논알콜. 역시 구청 행사에서 진짜 술판이 벌어질 리는 없다. 논알콜 맥주와 닭강정을 준비한 담당 주무관, 참 기특하다.
덕분에 아침부터 알코올 제로, 칼로리 제로 ‘제로제로 맥주’를 과음했다. 끄억!
모든 걸 마치고 집에 돌아와 시계를 보니, 평소 주말이면 이제 막 늦잠에서 깨어날 시간이더라.
달콤한 늦잠과 활기찬 좋은 아침, 술과 금주. 둘 다 욕심날 때가 많다. 하지만 오늘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대신, 그 사이에서 조금 더 나은 쪽을 택했다. 마치 치킨집에서 양념이냐, 후라이드냐 고민하다가 결국 반반치킨을 시켜버리는 마음처럼. 금주도 그렇다. 욕심을 줄이고, 균형을 찾는 선택. 오늘은 그 반반의 지혜 덕분에 무사히 금주 7일차를 마무리한다.
참, 닭강정도 소스가 반만 뿌려진 센스있는 반반이었다.
#금주일기,#윤소장부캐, #윤금주, #책과강연, #백일백장 #백일금주 #치킨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