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창업기 김해독립서점 냉장서고
나도 독립출판물을 만들면서도 독립출판사나 독립서점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을 존경하며 바라보았다. 이렇게 돈도 안되고 성공하기도 힘든 일을 대체 왜 하는 걸까.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것뿐이다.
라고 생각하던 내가 독립서점을 하게 되었다. 후다닥 지나온 지난 한 달간의 준비 과정부터 해서 앞으로의 운영에 관한 기록을 꼭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잊기 전에 왜 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하자.
나는 태어난 고향에서 여태껏 살고 있다. 잠깐씩은 떠난 적이 있어도 몇 년씩 떠난 적은 없기 때문에 순수한 토박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내가 사는 동네는 꽤 오래된 한적한 동네였고 얼마 전부터 도시재생사업처럼 우후죽순 새로운 상점들이 많이 생긴 편이다. 그렇게 행인은 적고 주말에 찾아오는 손님은 좀 있는 소소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동네에 살고 있다.
그나마 식당이나 카페는 처음 생기면 손님들이 몰린다. 하지만 동네의 특성상 확실한 유동인구가 보장되지 않으니 주말장사만 하는 경우도 많고 평일은 거의 한적한 편이다. 즉, 상권이 주말 한정으로 좋지만 크게 보면 안정감은 덜하다. 1회성 방문이 많은 편이고 새로 생기는 오픈빨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서점을 한다는 발상은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종이책 시장도 활발하지 않고,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인 데다,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력은 확보되지 않는다. 소수가 즐기는 문화처럼 남은 오프라인 독서 문화의 경우 그래도 대도시면 큰 인구 속 니즈가 보장이 되지만 중소도시의 한적한 동네에서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그런데 왜 했는가? 사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어느 날 문득 SNS에 서점을 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았다. 공간의 위치는 이 동네 핫한 도로변의 메인 건물 뒤편에 있는 작은 곳이었다. 원래 알던 곳이라서 규모나 위치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매력적인 임대 조건이 가장 컸다. 아무리 장사가 안되어도 어떻게든 메우면서 유지할만한 수준의 조건이기 때문에, 일단 꾸역꾸역 버티기를 하기에 적당했다.
그러면 다음으로, 서점을 할만한가? 하는 문제가 있다. 사실 주변에서 한다고 하면 내가 나서서 말릴 종목인데 내가 그걸 하는 건 내로남불이 아닌가. 하는 스스로의 생각보다 앞서는 것은 내가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결국 내가 만든 책을 두는 공간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 책을 파는 서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독립출판사, 작가들이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업이 녹아있는 공간이고 작업장이자 마켓이 되기 때문에 서점을 단순한 수익 사업의 형태로만 보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서점의 수익은 '학습지'가 가장 크다. 학교나 학원가, 주거시설 인근에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손쉽게 곧바로 책을 사가는 구조가 서점의 매출에 가장 큰 영역인 게 사실이다. 나도 몇 번 학습지가 있는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 심지어 내가 사는 동네는 학생들이 많이 사는 동네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래도 직접 살펴보거나 지금 당장 구매할 필요성은 학습지 영역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반면 독립서점은 학습지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꼭 독립출판물이 아니더라도 문학이나 특정 취향의 도서를 다루는 형태인 경우가 많다. 즉, 오프라인 도서 수익의 가장 큰 축이 아닌 것을 선택한다. 물론 그러니까 독립이라는 이름이 붙는 게 아닐까.
결국, 독립출판물을 계속 만들고 글을 쓰고 싶은 나로선 내가 만드는 독립출판물들과 내가 앞으로 해나갈 영역과 관련하여 나의 기반도 되고 내게 학습도 되면서, 동시에 이 지역에 부족한 인프라의 일부나마 일조할 수 있다는 기회로 바라보았을 뿐인 것이다. 수익을 기대한다기보다 근근이 버티다 보면 어딘가 다른 식으로 풀려나가기를 바랐던 것이 맞다. 서점에서 책을 팔아서 돈을 벌겠습니다!라는 말은 터무니없지만, 서점을 운영하며 꾸준히 독서 문화와 독립출판물 제작을 이어가고 지역의 색과 다방면의 경험들이 쌓이면 나에게도, 이 지역의 문화에도 필요한 것들이 보다 구체화되고 그것들을 잡아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 것이다. 이러한 이상적인 희망에다가 현실적인 조건이 부합을 했으니 이걸 참고 넘길 수가 없었다. 매우 신중하다 못해 항상 고민만 하다 놓치던 내가 덥석 연락을 해버린 것이다.
일종의 면접(?)을 봤다. 위치나 조건이 좋다 보니 지원자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을 내어주는 입장에서도 단순히 개인공간으로 쓰려는 사람보다는 좀 더 활기차게 운영하고 지역에 도움이 되는 서점이 되기를 바라며 적합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여기서 나의 강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행사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과거 경험이나, 스스로 독립출판물을 제작하고 있다는 점을 토대로 책뿐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실제로 독립서점들은 그렇게 해야만 운영이 된다. 지역이나 연대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지 않고서야 단순히 상점의 역할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익히 보고 들었다.
다행히도 최종적으로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고, 나는 단 며칠 만에 갑자기 서점을 차리게 된 것이다. 나답지 않은 속도감으로 내 운명의 큰 전환이 발생해 버렸다.
기쁜 것과 동시에 엄청난 막막함이 찾아왔다. 늘 큰 그림을 그리고 차근차근해나가는 느린 성향인 내게 갑자기 당장 공간 기획부터 개인사업자라는 운영을 시작해야 했다. 지난 스타트업 경험에서 이래저래 쌓아온 건 있었지만 1인기업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은 허우적대며 뭐라도 잡는 법. 나는 두뇌풀가동을 시작했다.
일단 공간을 파악하고 빠르게 스케치를 시작해야 했다. 본격 하드웨어 작업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