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글친구 있어?

글로 사귀고 글로 소통하기

by 백수광부

글친구가 제법 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글로 사귄 사이이다. 오랫동안 함께 글을 쓰다 보면 상대의 취향, 관심사, 심리상태, 지향 가치, 사는 곳이나 나이대 등 제법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처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오프라인에서는 만나지 않을 사람처럼 솔직하게 다 드러낸다. 그러다 숨어버리는 이도 있고, 그 매력에 빠져드는 이도 있다. 서로의 얼굴이 궁금해서 오프라인 만남을 한다기보다, 그냥 뭐랄까? 시간을 내어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이 종종 있다. 글을 넘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었겠지.


느낌이 오는 사람이 있다.

가끔 먼저 들이댄다. 받아줄 것 같고, 까불어도 될 것 같은 사람에게 들이댄다. 까분다는 말은 예의 없음이 아닌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의 친근함의 표현이다. 보통 글 쓰는 이들이 내향형이라 내가 손을 덥석 내밀면 주춤하기도 한다. 그러다 친해진 이후에는 고백한다. '처음에 광부님이 좀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나랑은 안 맞을 것 같은 사람이라 단정했어요.'라고.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글친구들과는 금방 친해진다.


글친구 이야기 중 오늘은 2번 본 글친구와 1박 2일 여행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궁금해하는 몇몇 작가님이 계셔서 신나게 써보련다.

글친구 그녀와는 브런치에서 댓글을 주고받으며 친해졌다. 서로의 글을 읽어나가며 호들갑을 떨었고 그 동력으로 글을 썼다. 댓글이 없어 시무룩해 있을 무렵이면 어디선가 나타나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아마 처음에 그분 댓글이 없었으면 one-way street에서 달리다 제일 빠른 출구로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 댓글로 친해진 이후, 그녀의 블로그에 찾아가 글을 남겼다.


OOOO님, 실례가 안 된다면
실례 좀 할까요?


저 들이대는 것 못 하면서
제법 잘합니다.


한 번 만나자는 나의 제안에 그녀가 대답했다.

그럼 만나시죠. ㅎㅎㅎ
댁이 어디신지요?
어디 섬 같은 데서 오시는 거면
저 너무 부담됩니다.


역시 나를 재미있게 받아줬다. 다행히 섬에 살진 않아 그녀 동네로 찾아갔다. 4시간도 모자랄 정도의 폭풍수다를 쏟아냈다. 마침 그녀가 출간한 책이 있어 나에게 책을 선물로 주었다. 책 내용이 좋아 블로그에 리뷰를 남겼다. 공저책이었기에 챕터별(작가별)로 리뷰를 남겼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글친구와 함께 작업한 작가님들이 내 블로그 이웃이 되었다.(브런치 작가님들이기도 하다.) 내 브런치 글친구의 글친구들이 내 블로그 이웃이 된 것이다. 그들을 본 적은 없지만 올라오는 블로그나 브런치 글에 가끔 댓글을 다는 사이가 되었다.


글친구 OOOO에게 전화가 왔다.

10월이나 11월에 '글토크 모임'을 한 번 자는 내 제안에 선약이 있어 못할 것 같다고 말한 게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뭐 하느라 그리 바쁘오?"

"마라톤 대회도 있고, 순천여행도 가야 해서요."


"순천?!!!!!"

"네. 블로그 이웃님들 보러 가기로 했어요."


"저도 순천 한 번 꼭 가고 싶었는데, 좋겠다!"

"같이 가요!"


"예? 제가요?"

"OOO님 아시죠? OO님도 아시고?"


안다고 하기엔 블로그 이웃으로 댓글 몇 번이 전부였다. 긴밀한 그들 모임에 낀다는 것도, 2번 본 글친구 OOOO님과 한 방에서 취침한다는 것도 평소 내 성격으로는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쉽게 결정했다.

"잠시만요. 달력 좀 보고요. 될 것 같아요."

토요 드럼 수업이 있지만, 가뿐히 묻어두고, 없는 기차표도 가뿐히 무시하고, 나는 나 홀로 토요일 새벽에 순천으로 향했다. 편도 4시간~5시간 혼자 운전하고 간 것이다. 음악을 틀어놓고 따라 부르며 어찌나 신나던지 나 자신도 신기할 정도였다.


1박 2일 달콤했던 순천 여행기를 다 쓰려면 끝도 없다. 모인 분들은 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낭만적이고 정이 가득했다.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백수인지 광부인지 모른 채 나오신 분도 계셨는데 '글'을 매개로 함께 웃고 즐겼다. 지역을 잘 아시는 분들이 투어 해주시니 잠시잠깐도 비는 시간 없이 너무 알차게 여행하고 돌아왔다. 몇 주간 순천앓이에 빠져있었다.

한 가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이라 여행 후기도 멋진 글로 남긴다는 것. 그걸 공유하면서 추억하고 공감하는 게 또 다른 재미였다. 누구는 순천여행기와 맛집 리뷰를 쓰고, 누구는 순천에서의 경험담을 시로 쓰고 누구는 영상을 찍어 올리고 말이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다르게 쓰는 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는 여수에서 처음 먹어 본 회 '붉바리'를 생각하며 글을 썼다. 붉바리를 떠나보내기 싫은 여자의 절규라고나 할까?

너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지 않을 사람은 없어.
나도 그랬고.
책임져!
죽어도 널 잊지는 못할 거야!


첫사랑, '붉바리'를 향한 나의 마음이다.


이후 내 마음을 뺏어간 놈은 많았다. 탕수돔, 삼치구이, 밑반찬들까지. 매운탕을 끝으로 식사를 끝내야 했던 여자는 다시 한번 절규한다.


가지 마!
끝까지 지켜준다고 했잖아!
너까지 가면 나 어떻게 살라고?
이 나쁜 놈아!
아주 춥고 외로운 날이면
네 생각에 몸부림칠 것 같아.


끝사랑, '매운탕'을 향한 나의 마음이다.


어디선가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오늘 같이 추운 날이면 매운탕 생각에 몸부림이 쳐진다. 하하하.


브런치에서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우정을 나누고 만남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글쓰기가 가끔은 답답하고 힘든 작업이지만 우정을 나누는 든든한 친구들과 함께 한다면 그래도 덜 버겁지 않을까?

요즘 인간관계는 온라인에서 사귀고, 오프라인에서 다지는 느낌이다. 퍽퍽한 삶에 단비가 되어줄 글친구들 사귀며 내면을 톡톡히 다져 보련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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