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놈이 될놈이 되려면 써야지. 성실히.
참고로 난 될놈은 아니고 할놈이다. 될놈은 실력이 기본이고 할놈은 패기가 기본이다. 될놈은 외모가 받쳐주면 '금상첨화'일 테고, 할놈은 체력이 부실하면 '망망대해'일 테다.
브런치에 글을 많이 썼지만, '너는 될놈.'이라며 접근하는 출판사는 없다. 자아성찰을 해본다. 글감이 문제인가? 철학이 없었나? 필명이 문제였나? 필력이 문제였나?
SNS에서 아무개에게 다가가 '스하리? 반하리?'라고 속삭일 수도 없다. 내게 반하라고 들이밀 다정한 뻔뻔함이 없다. 광부(삽질) 팔자임을 빠르게 인정하고 성실히 땅 파는 게 마음 편하다.
나의 글쓰기 폴더 이름이다. 내가 키운 매혹적인 꽃이 될 '글 쓰는 자아'에게 건네는 명랑한 인사이다. '현실의 자아'에서 '글 쓰는 자아'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Hi! 백수광부'를 외쳐야 한다.
Transformation!
(내가 아이들 키울 때 유행했던 장난감이자 만화영화, '터닝메카드'에서 '트랜스포메이션'을 외치고 카드를 갖다 대면 자동차가 동물(거북이, 거미, 뱀, 독수리 등)이 된다.)
Hi_백수광부 폴더에는 하위 폴더가 171개, 파일이 2,481개 있다. 이미지 파일을 제하더라도 제법 무언가를 많이 했다. 갑갑한 폴더에는 저 글로벌한 세상, 아니 한반도에서라도, 더 소박하게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라도 나비춤을 추고픈 나의 문장들이 많다. 그들을 달래야 한다. '글바닥에서 살아남기가 쉬운 줄 알아?'라며 인내를 가르쳐야 한다. 브런치북 제목이 '나를 담아낸 나의 글에게'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로의 편지이자 행운의 편지다.
온라인 글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소장용 책을 여러 권 받다 보니 글쓰기에 성취감이 차올랐다. 거기에 대회나 공모전에서 소소하게 상을 받다 보니 자신감도 생겼다. 출판에 대해 호기심이 자꾸 커져갔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뭐.”
2024년, 첫 책을 출간했다. 돈 들이지 않고 ISBN 도서 출판이 가능하다는 말이 진짜인지 사기인지 알고 싶었다. 써둔 원고 중, 시집을 골라 자가출판을 시도했다. 시는 글자수, 쪽수, 사이즈 면에서 이래저래 부담이 적어 첫 시도로 적합했다. POD(Print-On-Demand, 주문형 출간)를 하는 웹사이트에 가서 원고를 등록하고 이래저래 하라는 것을 하고, 무료 표지까지 선택하니 승인이 났다. 물론 더 멋진 표지와 편집디자인을 원하면 전문가를 쓰면 된다. 언제나 전문가는 인건비가 비싸다. 적정선에서 자체해결 하는 게 일상이다 보니 어느덧 출간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내 책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다.
출판의 전 과정을 스스로 해보니, 혼자 하기엔 피곤하지만 혼자 못할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1인 출판, 독립출판, 미니북, 전자책, 오디오북 등 다양한 콘텐츠에 관해서도 관심이 생겼다. 크리에이터들의 행보를 눈여겨보게 되고 그 기쁨과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탄했다. 서점에 놓여있는 전통적인 종이책, 그 이상의 가치들이 세상 곳곳에서 재미있는 방식으로 툭툭 튀어나오고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역시 삽질은 영토확장에 유리하다.
자유로운 삽질을 위해 현실에서 '백수광부'임을 밝히고 싶지 않은 나는 지인에게조차 시집을 마음껏 선물하거나 홍보하지 않았다. 글친구들이 한 권씩 산 것을 제외하면 판매도 거의 되지 않았다. 가끔 주문이 들어와 팔렸다는 알람이 뜨면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출판사를 통한 인세보다 훨씬 높은 인세가 입금되면 혼자 배 터지게 먹는 것 같아 뒹굴뒹굴 굴렀다. 글 쓰는 일은 페인트 칠보다 가성비는 떨어졌지만, 그 경험과 성취감만큼은 내게 큰 기쁨이었다.
시집출간을 정복한 후, 소설 출간에도 도전했다. 소설 기획에서 원고 작성까지 딱 한 달이 걸렸다. 퇴고에서 표지 디자인, 출간해서 책을 받을 때까지 보름이 더 걸렸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쓰기를 달렸던 그때 그 열정이 어디에서 생겼는지 지금 생각하면 조금 낯설 정도다. 당시 정말 글에 미쳐있던 광부였다. 11월 1일부터 원고작업을 해서 12월 4일에 ISBN을 받았다. A5사이즈 186쪽 분량의 책을 미친 속도감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POD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증명하고 싶었다. 무서운 열정의 생산물이자 눈이 시릴 정도의 노동집약적 결과물임을 말이다. 한 글자에서 시작한 소설이 유명 온라인 서점과 밀리의 서재 등에서 검색만 하면 나온다는 사실이 제법 고무적이었다. 스스로 해냈다는 것은 더 대견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표지와 서체, 편집에 더욱 신경을 썼겠지만, 나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혼자 뚝딱거리는 것이었지만 분명 마감 기한이 있었다. 나를 쥐 잡듯 하는 편집자 '흑빛광부' 눈에 잘못 보이면 좋을 게 없었다. 그분 얼굴이 더 까매지기 전에 책을 완성했고, 선물할 수 있었다. (할놈은 역시 체력전이다.)
2024년 크리스마스 선물,
소설 '핸섬 가이즈'.
어떤 의미의 선물이었을까?
누구에게 전하는 선물이었을까?
성장소설이자 연애소설 '핸섬 가이즈'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휴머니즘에서 시작되었다. 빅 프로젝트였다.
할놈, 백수광부가 이제 사람까지 살린다고?
힌트를 얻기 위해 '작가의 말'을 살펴보자.
작가의 말 진짜 멋있지 않나?
내가 쓰고도 멋있어서 나자빠지겠다.
자신을 '될놈을 향해가는 할놈'이라 정의하며 오늘도 삽질 중인 동지들에게 전한다.
'마음'이 있는 세상의 모든 것에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