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출연 그 이상의 ‘날개’를 꿈꾸다.
오마이뉴스에 고교학점제 주제로 Top배치 기사가 나간 후, 교육에 다시 관심을 가졌다. 내보낸 기사가 예측한 방향대로 흘러가는지 궁금했다. 내가 교육 뉴스에 집중할 때, 아들은 스포츠 뉴스에 집중했다.
교육에 대한 엄마의 열정과 SSG팬(야구, 신세계) 아들의 성적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도 없음을 알아채고, 글쓰기에 다시 집중했다. 이마트 쓱배송으로 저녁 장을 보며 말이다. 붉은 해를 등에 업고 잠시 쉬고 있는 새가 되었다.(최근까지 백수광부 메인 프로필이었음.)
나의 글 쓰는 시간과 아들의 딴짓 시간은 일치했다. 보통 마음이 괴로운 중고등생맘들은 달린다. 하지만 나는 쓴다. 쓰고 또 쓰면서 곱씹어 봤다. 자괴감에 빠졌다.

고등학생인데,
옷 벗어 거는 것도 못 하는구나...
양말 뒤집어 놓는 예의도 없구나...
신고 벗은 양말이 세탁 바구니와 친한지 피아노 덮개와 친한지도 모르는구나...
고교학점제가 대수냐!
입시가 웬말이냐!
어린이집 재수를 해야 할 판인데!
다시 음악에 기대 살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리스트를 업데이트했다.
최애 GD음악 효과인지, 소설쓰기 효과인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자기 주도를 외치던 아들에게 '알아서 안 하는 것 같은데?'라는 의심은 거두기로 했다. 바라보는 시점도 변했다. 2인칭에서 3인칭으로 바꼈다. '네가 알아서 해.'에서 '그가 언젠간 하겠지.'라는 다소 방관자적 태도를 보일 때쯤, 내게 도파민이 쓱~배송되었다.
기자님, 안녕하세요! 저는 M** OO수첩 취재 작가입니다. (블라블라). 저희 팀은 고교학점제를 주제로 방송을 준비하던 중, 선생님께서 쓰신 기사를 읽고 쪽지를 씁니다. (블라블라).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보고 싶은데 혹시 가능하실까요? (블라블라)
꺄아악!!!!!!
공중파 방송국에서 또 나를 찾았다.
첫 기사로 ‘S본부 OOO 달인’에서 온 쪽지에 응하지 않은 게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나에게 밀키트를 만들라고 할지, 다른 얘기를 할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인데, 들어나 볼 걸 하고 말이다. 작가와 기자라는 부캐를 품은 이상, 모든 게 소중한 경험이란 걸 망각하면 안 되었다. 모든 것을 포용하리라는 개방적 자세를 취할 때쯤, 2번째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참고로, 글쓰기 여가가 생기기 전 나의 최애 프로그램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였다. PD수첩도 '그알'만큼 좋아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내게 기회가 왔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현실의 백수광부 모드로 차분하게 문자를 보냈다. 흠. 흠.
바로 답신이 왔다. 아주 호의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이었다. 통화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에겐 당연한 지식이 남에겐 생소할 수 있는 일임을 말이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나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촬영도 제안했다.
“촬영이요?”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내가 나간다면 두 가지 모습 중 하나일 테다. 감이 왔다.
긍정회로를 아무리 돌려봐도 객관적으로 나는 후자다(오른쪽 사진). 다시 질문했다.
“얼굴도 나가나요?”
“원하지 않으시면 뒷모습만 촬영하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해도 됩니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방송에 나올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다소 부정적인 기조에,
모자이크로 처리한,
아주 혼란스러워하는 학부모.
당시 번뇌의 불이 꺼져 고요한 열반의 경지에 다다른 나와 어울리지 않는 컨셉이었다. 그때 난 글쓰기 재미로 제법 경쾌했다.
‘미용실을 갈까? 모자를 쓸까? 무슨 옷을 입지? 그냥 얼굴 확 까버려?’
백발의 열정작가로 100세가 되기 전에 유퀴즈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렇게 빨리 공중파에 섭외될 줄은 몰랐다. 남편에게 호들갑을 떠니 정신 좀 차리라고 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에 빠졌다. 얼굴 공개는 힘들 것 같았다.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내 역할이 역할이니 만큼 신중해야 했다. 취재팀에 얼굴 공개는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뒷모습만 나와도 되니 아이와 함께 나왔으면 했다. 아이까지라니 더욱 고민이었다.
답변하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나니, 그들은 또 다른 제안을 했다. 대*동 유명 사교육업체에서 컨설팅받을 기회를 준다 했다. 비용은 전액 제작비에서 지원한다는 조건이었다. 대치동 컨설팅은 제법 비싸다.
비즈니스 관계(?)에서 공짜는 없다. 제작비와 나는 무얼 바꿔야 하나?
그렇다. 내 아들의 고1 중간고사 및 모의고사 성적&갈팡질팡 고뇌하는 엄마의 모습.
그 모습을 만천하에 당당하게 공개하거나 모자이크 속에 숨어 불안에 떨거나 그런 그림 아닐까? 둘 다 별로였다.
고민하던 찰나, 난 또 운명의 날과 만난다.
그날은 6월 모의고사 성적을 알게 된 날.
이 답안은 내 답안이 아니다!
이 성적은 내 성적이 아니다!
왜 말을 못 하냐고!
(애기야, 가자. 컨설팅받으러)
고민도 잠시. 바로 접었다. 진로는 명확한데 공부를 대충 하는 고1에게 컨설팅이 필요한가 싶었다. 아들의 6모 성적 앞에 난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 성적에도 다음을 기약하며 스포츠 뉴스를 보는 아들을 보며 해탈했다. 고뇌로부터 해방했다.
‘방송의 꿈은 이렇게 날아가는구나!'
그래도 혹시나 싶어 물었다.
“아들, 엄마랑 TV 나가볼까? M본부에서 연락이 왔거든. 어때? 콜?”

고교학점제 방송이 있던 날, 숨죽이며 방송을 봤다. 제법 반응이 뜨거웠다.
컨설팅받는 장면은 아예 없었고, 모자이크 한 부모와 자녀 모습은 찾을 수 있었다. 우리 자리였을까?
좋게 생각하자!
우리의 꿈은 모자이크에 박제되지 않았다. 어쩌면 다행이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펴지 못한 날개’가 있으니까.
“아들아! 너는 네 꿈을 위해 지금 이상으로 노력하고, 엄마는 '이상의 날개'같은 작품을 위해 지금 이상으로 노력하고!”
촬영에 응하진 않았지만, 전화로 취재작가님께 현장의 많은 얘기를 들려주었고, 작가님도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훈훈한 경험이었다. 글쓰기는 나에게 재미난 경험을 많이도 안겨주었다. 다음 이야기는 정치인과 만난 사연입니다. *^^*
저희 둘은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며 알콩달콩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