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가 아들을 살렸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년 차다. 기사를 꾸준히 쓰진 못했다. 내겐 브런치가 1순위였고, 브런치에 쓰는 글과는 가는 길과 결을 달라 동시발행도 하지 않았다. 쓰고 싶을 때만 간간이 썼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첫 기사는 반응이 아주 좋았지만, 2, 3번 기사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이왕 쓰는 것 잘 써보자 싶어 고민하던 중 중요한 걸 깨달았다.
'시의성'에 대한 얘기다. 뉴스는 '절묘한 타이밍'이 생명이다. 내가 정치, 경제, 사회부 기자가 아니라, 살生부 기자라 해도 아무 때나 아무 얘기를 꺼내면 효과가 약하다.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야 채택률이 높고, 등급도 높다. 바깥 온도가 40도인데 '붕어빵 가격 오름세'를 얘기하고, 영하 10도 강추위에 '쭈쭈바 맛있게 먹는 법'을 얘기하면 독자들이 관심 없겠지? 특정주제로 연재기사를 발행하는 게 아니라면 내 글이 시의적절한 지 따져야 한다.
기자님, 지금 왜 이 이야기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고생해서 쓴 원고가 쓰레기통으로 가기 전에, 똥인지 된장인지 확인하고 투척하는 게 좋다.
작년 2월, 큰 아이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결국 그것을 사주기로 결심했다.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없이 중학시절을 마쳤다는 것에 2가지 반응이 있을 것 같다.
엄마가 독하다 or 아이가 착하다.
실상은 엄마는 괴롭다. 허나 나의 교육방침은 그러했고, 그렇게 보낸 시간을 칭찬한다. (버틸 때까지 버티는 게 국룰이다.)
구부정한 거북목 인류로의 진화를 막고자 한, 고개 빳빳한 호모사피엔스 엄마는 아들에게 AI시대에 주먹도끼 들고 살게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달라 보였다. 학생 인권 문제를 내세워 교실 내 폰 소지가 자유였고, 동아리 신청에, 수시 팀 과제 수행 등으로 스마트폰이 없으면 많이 불편할 것 같았다. 결국 아들 손발을 묶을 순 없다는 생각에 상호신뢰원칙에 입각하여, 스마트폰을 사주게 되었다. S사 최신 모델을 사주고 인증샷을 찍는데 글감이 떠올랐다. 기사가 될 것 같았다.(시민기자 고질병)
결국은 사주게 된 '애증의 스마트폰'과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버무려 기사를 썼다. 입학시즌이니 적절한 타이밍이라 생각했고, 다행히 채택되었다.
얼마 후, 편집부에서 쪽지가 왔다.
“기자님, 기자님이 쓰신 기사 보았습니다. (어쩌고 저쩌고) 올해 고1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혼란을 기사로 써주실 수 있나요?”
나에게 이 쪽지는 신기방기 그 자체였다. 수필을 기사화해서 ‘사는 이야기’ 코너에 글을 쓰는 사람이었지, 정책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심층 분석해 비판적 견해를 글로 푸는 사람은 아니었다.
진짜 기자가 된 느낌이었다. 2025년 3월, 혼란의 도가니탕이었던 '고교학점제'에 대한 실체를 정리하고, 현장의 혼란을 담아내는 특집 기사여야 한다는 생각에 손가락 근육이 바짝 긴장했다. 그것도 내가 들이 댄 것(송고)이 아닌, 상대가 들이댄 것(의뢰)이라는 점도 내겐 아주 큰 재미였다.
"얼마 줄 건데요?"
당당하게 묻지는 못했다.
"네! 써보겠습니다."
할놈 백수광부는 또 도전한다. 뽐뿌질이 필요했다. 좋아하는 3곡을 무한반복해서 들었다. 이 정도 들어주면 힘이 난다.
나 이런 사람이야!(19금)
- DJ.DOC-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
아니면 쉬어 알았으면 뛰어
그래 내가 원래 그래
그래서 뭐 어쩔래
열심히 썼는데 허접하면 쓰레기통으로 가겠지.(그래서 뭐 어쩔래)
육아서, 자녀교육서는 숱하게 봤다. 교수님(오은영, 조선미, 신의진, 김붕년) 말씀에 귀 기울였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종교인(법륜, 김창옥)을 찾아 수련했다. 그걸로 부족하면 개그맨(이수지, 정이랑, 백부장)을 찾았다.
신사임당, 맹모처럼 꿈이 원대한 건 아니고, 자녀가 온전한 인격체로 독립해 나가는 게 목표인 엄마다. 내 말년은 자유롭고 싶었다. 요리는 못해도 애들과 수학공부하는 게 즐거웠던 엄마였지만, 어느덧 시들해졌다. 타의에 의한 전투력 상실이었다. 일단 사춘기가 되면 내 말을 안 듣는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 세계로 입문했다.
불후의 명작(한숨가, 단념가, 공부도해가 등)을 쓰다 그곳에서 명예퇴직 당했지만, 경력은 화려했다.
네이버 교육카페 죽순이로 살며 교육에 몰입했던 열혈맘이었다. 서당객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교육입시카페 7년인데, 교육기사 하나 못 쓰면 개만도 못하다며 스스로 목을 졸라맸다. 참고로, 그 시절에 대한 나의 마음은 브런치북 '아찔하다. 자녀교육'에서 다 풀어헤쳤다. 쌓인 한(恨)은 없다. 19금은 아니지만, 자녀 나이가 만 13세 이하 부모는 읽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부모를 위한 힐링 시(사춘기 편 1~3)은 비속어 애칭도 등장한다. 시는 창작이다. 작가가 화자도, 주인공도 아니다. 우리 애들은 착하고 나도 미치광이는 아니다. 카페에서 보는 다양한 사춘기 부모 마음을 대변했을 뿐.
이론과 실전을 겪으며 터득한 통찰과 화려한 카페 죽순이 경력을 살려, 고교학점제에 대한 특집기사를 완성했다. 교육제도에 대해 비공식 뒷담화가 아닌 문제의식을 가지고 쓴 공식적인 첫 글이었다. 완성된 기사를 송고했다. 기사는 바로 올라가지 않았다. 편집부의 최종 피드백도 잠잠했다. 소심해지기 시작했다. ‘배치 대기’ 상태로 제법 며칠이 지났다.
운명의 날, 기사가 떴다. 오마이뉴스 첫 화면에 ‘Top배치’라는 계급장을 달고 오름 레벨(최고)로 둥실거렸다. 명당자리였다. VIP옆자리였다. 좌 VIP, 우 VIP(정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당시 상황 얘기임.)
연신 '대박'을 외치며 미치광이 발광모드급 호들갑을 떨며 입을 틀어막았다. 사진 속 책상과 책상 사이 교실바닥을 배 깔고 데굴데굴 구를 판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더 큰일이 내게 일어났다. 배 깔고 있던 나의 목이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감히, 네가 나를 능멸하다니!
편집부가 고른 길일은 우리 아들에게도 길일이었다. 운 좋은 아들은 화를 면했다. 오마이뉴스가 사람 목숨을 살렸다.
2025년 3월 26일, 고등학교 들어가서 첫 모의고사날, 엄마는 Top기사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아들(성적)을 용서하고야 말았다. 훈훈한 얘기다. 참 기사 올라가는 타이밍 중요하다. 기사의 파급력은 이리 크다. 스마트폰 하나 사줬을 뿐인데, 결국 사람까지 살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Top배치기사의 감동도 잠잠해질 무렵, 쪽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M본부 PD수첩팀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OO수첩’에서 왜 날 찾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는 걸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p.s) 너무 길어 다음 화에 계속.
리듬 좀 타시나요? DJ. DOC '나 이런 사람이야.' 노래를 틀어놓고, 랩 부분에 제 글 제목을 대입해 보세요. 라임이 딱딱!
"엄마는 Top이야! VIP옆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