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옹이 Apr 29. 2024

예스터데이

<여자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하지만 기타루 일은 신기할 만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겨우 몇 달 동안을 친구로 지냈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예스터데이>를 들을 때마다 그에 얽힌 여러 정경이며 대화가 머릿속에 저절로 되살아난다...그럴 때, 그것들은 말 그대로 바로 어제 일어난 일처럼 다가온다. 음악에는 그렇듯 기억을 생생하게, 때로는 가슴 아플 만큼 극명하게 환기해내는 효용성이 있다.


하지만 스무 살이던 시절을 돌아보면 떠오르는 것은 내가 외톨이고 한없이 고독했다는 느낌뿐이다. 나에게는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해줄 연인도 없었고,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친구도 없었다. 하루하루 뭘해야 좋을 지도 알지 못했고, 마음속에 그리는 장래의 비전도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내 안에 깊이 틀어박혀 있었다. 일주일 동안 거의 아무와도 말을 나누지 않은 때도 있었다. 그런 생활이 일 년쯤 이어졌다. 긴 일 년이었다. 그런 시기가 혹독한 겨울이 되어 나라는 인간의 내면에 귀중한 나이테를 남겼을지, 그것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작가의 이전글 효율은 나쁘지만 의미있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