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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의 무법자

High Plains Drifter, 1973

by 야옹이



� 하이 플레인즈 드리프터


– 복수는 윤리가 아니라 유령의 그림자다.


그는 말을 타고 마을에 들어온다.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그의 존재는 실제인가 환영인가, 혹은 죄의식이 만들어낸 초자연적인 환생인가. *《하이 플레인즈 드리프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주연을 맡은 작품이지만, 단순한 서부극이라 보기엔 지나치게 기묘하고, 지나치게 음울하다.


초반 몇 분, 그는 말을 멈추고, 단 한 마디도 없이 거리 전체를 삼킨다. 그리고 곧, 총성과 불, 침묵과 불편한 도덕이 하나의 영화적 언어로 스며든다. 이 영화의 복수는 통쾌하지 않다. 오히려 불쾌하고 불온하다. 그는 악을 처단하기보다, 마치 이 마을 전체에 씌운 저주처럼, 과거의 죄를 되새기게 한다.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이것은 유령이다.


극 중 마을 사람들의 위선과 공포는, 서부극의 규율을 반전시키는 이스트우드 감독의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그에게 이 마을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죄의 무덤이다. 그리고 무덤에서 올라온 자가, 그 죄를 천천히 응징하는 것이다. 악인은 누구인가? 그 질문을 던지며, 영화는 기이한 몽환과 상징으로 흘러간다.


이스트우드는 감독으로서, “말하지 않고 보여주는 것”의 미학을 밀도 있게 끌어낸다. 주인공이 마을 입구에 HELL이라는 붉은 글씨를 칠하는 순간, 영화는 서부극이 아니라 지옥극으로 탈바꿈한다. 복수는 끝이 아니라, 되풀이되는 죄의 서사다.





그는 정의가 아닌, 죄의 기억이다




《하이 플레인즈 드리프터》(High Plains Drifter,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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