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by 야옹이
나는 전에 인간의 존재 이유를 테마로 한 짧은 소설을 쓰려고 했던적이 있다. 결국 소설은 완성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동안 줄곧 인간의 '레종 데르트'에 대해서 생각했고, 덕분에 기묘한 버릇이 생기게 되었다. 모든 사물을 수치로 바꾸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버릇이었다. 약 여덟 달 동안 나는 그런 충동에 시달렸다. 전철에 타자마자 승객 수를 헤아리고, 계단 수를 전부 세고, 시간만 나면 맥박수를 셌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1969년 8월 15일부터 이듬해 4월 3일 사이에 나는 강의에 358번 출석했고, 섹스를 54번 했고, 담배를 6,921개비 피운 것으로 되어 있다.

사물과 행위가 숫자로 환치될 때 그것은 그 고유의 속성을 상실하고 그저 무의미한 숫자로만 부각된다.

'모든 것을 수치로 치환' 하는 행위는 분명 아무 뜻도 없는 무위의 행위이다. 사물의 가치와 의미를 의도적으로 증발시켜버리는, 보상이나 대가도 주어지지 않는 이 무용한 노동은 의미가 고갈되어버린 불모의 삶에 대한 은유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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